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한국 종교분포 및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종교인은 37%에 불과했다. 63%는 무종교인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점점 종교와 무관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탈종교시대’라는 말이 공식 용어처럼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젊은이들의 비율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여파가 종교에도 직접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탈종교시대는 한국 사회의 예만은 아니다. 기독교가 성행했던 서구 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곳곳에 유물처럼 남아 있는 웅장한 교회들이 예배와 기도의 장소라는 본래의 목적을 잃은 채 유적지로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아니면 다른 건축업자들에게 팔려서 주거지나 다양한 상용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8월 4일 미국 <뉴욕타임즈>에는 “수백 개의 교회들이 비어간다. 일부는 상가나 식당으로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대표적으로 일리노이주 디스 플레인스의 루터교 선한목자 교회가 고급 식당으로 변신했다는 예를 소개했다. 이 교회에는 아치형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아 600만 달러(약 82억 5000만원)를 들여 식당으로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국 개신교 교회 10만여 개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이는 2010~2020년 사이 10년 동안 문을 닫은 교회 수에 비해 대폭 증가한 것으로 현존하는 개신교 교회의 20% 가까이 된다. 이런 탈종교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세속화의 영향과 최근 코로나 전염병 시대를 들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감리교가 탄생한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도나 비렐(Donna Birrel)은 지난 2022년 5월 한 기독교 매체에 사우스웨일스 대학 존 헤이워드(John Hayward) 박사의 연구를 인용하여 영국의 대표적인 교회인 성공회, 가톨릭, 감리교 교회가 향후 40년 이내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소개했다. 존 헤이워드 박사는 ‘재생산 또는 전파율’(reproduction or contagion)을 의미하는 ‘R’ 수치를 사용하여 13개 교단의 데이터를 분석해 교단의 성장 또는 감소 속도를 추적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 성공회와 가톨릭교회의 R 수치는 0.9이다. 여기서 R 수치가 1 미만이면 더 이상 재생산이나 전파가 되지 않음을 나타낸다. 즉 더 이상 새로운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대로라면 영국 성공회와 가톨릭교회는 2062년까지 신자 수가 0명으로 떨어질 것이다. 또 감리교회의 R 비율은 0.85로 더욱 심각한데, 이는 2040년대 중반까지 감리교회가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체적으로 영국 기독교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은 듯 하다. 위키피디어에 영국 감리교회를 쳐보면, 현황이 소개되어 있다. 지난 2009년 영국 사회조사에 따르면 감리교인의 숫자는 80만명 가량으로 전체 인구의 1.29 퍼센트에 해당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2022년 현재 감리교인 수는 13만7천명으로 감소한 상태다. 13년만에 약 66만3천명의 신자가 사라진 것이다. 엄청난 감소세이다. 존 웨슬리를 통해 18세기 대부흥의 시기를 경험했던 영국 감리교회는 이제 쇠퇴하여 역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갈라져 나왔던 성공회와 다시 연합을 이루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여름 한 달간 영국에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가족 일로 분주한 가운데 영국 교회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체류지 근처 교회를 찾다가 우연히 한 성공회 교회 주일 예배에 출석한 적이 있다. 돌로 지어진 웅장한 교회의 모습은 외적으로 봐도 오래된 듯했다. 또 교회 주위에는 신자들이 묻혀 있는 큰 묘지도 있었는데, 마치 공원묘지 같았다. 특이한 것은 주일 예배를 주일마다 시간과 형식을 달리해서 예배를 드린다는 점이다. 교회 대문에 걸린 안내문을 보니 그 주는 마침 오후 4시 30분에 켈틱 양식의 성만찬 예배를 드린다고 나와 있었다. 또 그다음 주는 오전 10시 30분에 카페 교회로 드린다고 나와 있었다. 일정상 두 예배를 모두 참여할 수 없어서 필자는 켈틱 양식의 성만찬 예배에 참석했다.
예배당은 수백명은 족히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파이프 오르간을 갖춘 교회였다. 하지만 20여 명의 교인들이 예배에 참석했고, 오르간 연주자와 몇몇 교회 실무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이날 예배는 성만찬 예식을 중심으로 한 예배였지만 켈틱 기독교 전통의 독특한 기도문들이 예배의 의미를 새롭게 했다. 또 소수의 신자들이었지만 파이프 오르간과 어우러진 그들의 찬송과 기도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이 교회의 현황과 영국 성공회에 대해서 찾아 보았다. 주일 예배를 대신하는 카페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한 마디로 교회 친교실에서 예배의 형식을 없애고 간단한 다과를 나누면서 신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예배 형태였다. 전통과 형식을 중시하는 성공회로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이런 현상은 교인들이 줄어들면서 영국 성공회 교단 차원에서 시작한 새로운 시도였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 성공회는 “매일매일의 신앙”(Everyday Faith)라는 앱을 통해 성서 묵상을 매일 제공한다. 필자 역시 흥미가 생겨 이 앱을 다운로드해서 듣고 있는데, 매우 세심하게 만든 현대적인 묵상앱으로 추천할 만하다. 또 웹사이트를 통해 교단 차원에서 매 주일 오전 9시에 온라인 예배를 제공하고 있는데, 예배는 전국의 각 교회에서 돌아가면서 진행한다. 웹사이트 말미에 있는 ‘당신 가까이에 위치한 교회’를 클릭하면 언제든 주변 교회와 연결될 수 있게 해 놨다.
탈종교시대, 교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서구 각국에서 교회가 사라진다는 우울한 소식이 대부분이지만, 영국 성공회의 경우 나름대로의 노력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생존하지 않을까 소망해 본다. 특히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온라인을 선교에 적극 활용한 측면은 매우 본받을 만하다. 더욱이 서로 경쟁하는 개교회 중심에서 벗어나 교단 전체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탈종교시대, 한국교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활발한 논의를 거쳐 세밀한 진단이 필요할 때이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교단적인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 함께 성장해야 할 때이다. 앞으로 도시 중심으로 큰 교회만 남게 된다면 그 얼마나 비극적인 일이겠는가? 하지만 교회들이 크기에 관계없이 다양한 교회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한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