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천국으로 보내드리고 약 4개월 만에 아버님도 주의 부르심을 받게 되니 마음의 허전함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내외분의 소천이 데자뷔를 이루듯 같은 요일 거의 같은 시간대에 큰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부르심을 받으셨고 천국소망을 유족들 모두에게 분명히 전해 주셨기 때이다. 두 분의 장례를 모시고 난 후 유족들이 하나같이 부모님의 신앙을 본 받겠다고 고백하는 모습만 보아도 부모님과 헤어짐의 아픔을 견딜 수 있는 힘을 당신들이 앞서 믿음의 삶을 살아오신 과정을 가족들에게 말씀해 주시고 그 믿음의 길을 따라 오라고 축복해 주신 것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필자가 이용하는 승용차가 심각한 고장을 일으켰다. 병원에 입원 중인 아버님의 간호를 자녀들과 며느리들이 돌아가며 감당하다보니 적지 않은 거리를 운전해야하는 상황에 차가 고장이 난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음을 듣게 된 남선교회 회원 분들이 모였다고 연락이 왔다.
“목사님, 0권사예요 통화 괜찮으세요?”
“예 권사님,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목사님 차가 고장 났다고 해서 남선교회 회원들이 잠깐 모였어요.”
“예, 그러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르노삼성 서비스에 가 보았습니다. 오토 미션을 교체해 보자고 합니다.”
“목사님, 그 차 얼마나 타셨지요?, 현재 키로 수가 얼마나 되나요?”
“권사님, 타기는 11년 되었고 현재400,000km 되었지요.”
“아이고, 박집사 말이 맞았네요. 목사님 차가 겉은 멀쩡해도 키로 수가 많다고 수리하는 것을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서요.”
“권사님 키로 수는 많아도 아직 더 탈 수 있어요. 그런데 수리비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제가 개인적으로 감당하기가 부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요, 장로님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새 차 사 드려야 혀라고 말씀하셨어요.”
“권사님, 무슨 말씀이세요? 새 차라니요?”
“목사님, 지금은 아버님 때문에 경황이 없으시니 저희가 알아서 상의해 보겠습니다. 조심히 오세요.”
금요일 오후, 사무실에서 주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장로님께서 올라왔다.
“목사님, 병원에서 언제 오셨어유? 아버님 권사님은 어떠시대유?”
“예, 장로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가 되신 것 같아요. 오늘 오전에 주치의 만나서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듣고 사모만 병원에 두고 왔습니다.”
“목사님, 0권사에게 차 수리하던지 중고차를 사던지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잔야유, 저희들 같이 있었어유.”
“그러셨어요?, 남선교회 모일 거라고 들었는데 모여서 전화를 주신 것이군요.”
“예, 그랬어유. 근데 고치는 것은 제가 생각해 볼 때 아무래도 소용없는 일일 것 같구유, 중고차를 알아보시는 것도 어려워유, 그래서 제가 남선교회 회원들에게 기획위원회 열어서 결의하고 이번에는 새 차 사드려야 한다고 말했네유. 그러니 목사님 이번만큼은 가만히 계세유.”
“장로님, 교회 형편에 새 차는 아직 무리고요, 고칠 수 있으면 고쳐 타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중고차 타면 됩니다. 그렇게 하는 편이 제게도 맘 편한 선택 이예요.”
“목사님, 이번만큼은 남선교회 회원들 모두 맘을 모았어유. 그러니 목사님은 모른척하세유. 교회 재정 손대지 않고 서로 얼마큼씩 내서 하기로 했어유.”
“장로님, 너무 감사한데 그렇게 하시면 제가 그 차량을 못 타고 다닐 것 같습니다. 바다에 나가 죽도록 고생들 하시고 더군다나 요즘 잘 잡히지도 않는다고 말씀하시고 힘들다고들 하시는데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장로님, 말씀만으로도 눈물 날 지경 이예요. 그런데 이번 일은 장로님께서 막아 주셔야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 남선교회 회원들이 똑같은 말 했어유. 목사님께 말씀드리면 분명히 못하게 하실 거라구유. 그래서 제가 0권사보고 그냥 사 오라고 했으니까유 이번에는 그냥 모른척하세유.”
“장로님, 각자의 형편에 닿게 일은 해야지요.”
“목사님, 제가 그랬네유. 믿음대로 되는 거라구유, 아무리 힘들어도 믿음으로 감당하면 하나님께서 다 이루어 주신다구유. 우리 목사님 오셔서 지금까지 중고차만 드렸지 새 차 한번 못 사드렸다구유. 이번에는 모두가 큰 맘 먹었으니 새 차 사세유.”
바다에 나가 모질게 번 돈을 가지고 목사에게 새 차 사 주겠다고 가만히 있으라. 말하는 어부들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분들의 이러한 선택이 믿음의 가정들의 신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해석이 되지 않는다. 다만 필자에게는 어촌의 작은 교회에서 21년 만에 일어난 이 작은 소동이 넉 달 사이에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허전함을 견디기 위해 애쓰는 필자로 하여금 잠시 동안이라도 하나님의 사랑과 성도들의 사랑을 눈물로 깊이 경험하는 기회가 됨을 인정하게 된다. 모든 일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