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원 한장
10,000원 한장
  • 신상균
  • 승인 2024.06.06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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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화요일, 오늘은 우리교회 봄 소풍 가는날,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은 성도님들이 버스에 오릅니다. 나도 오랜만에 선글라스를 끼고 성도들과 함께 버스에 올랐습니다. 출발 기도 후 권사님의 레크리에이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오늘의 히트어는 ‘당연하지’였습니다. ‘오늘은 좋은 날이네요.’ 하면 성도님들이 ‘당연하지’하고 대답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우리 목사님 정말 잘 생기셨지요.’, ‘당연하지’, ‘오늘 오신 성도님들은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실거예요.’ , ‘당연하지’ 이렇게 말하면서 웃고 즐기는 가운데 시간은 점점 흘러갔습니다. 한 시간 정도의 레크리에이션을 마쳤을 때, 기사가 저에게 묻습니다. “음악을 틀까요?” 저는 대답합니다. “제가 CD 가지고 왔어요.” 그리고 제가 가지고 온 찬송가 CD를 내어 놓았습니다. 관광버스를 타면 찬송가 CD가 없을 뿐 아니라. 있어도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 버스 기사들은 트로트 음악을 틉니다. 몇 번 그렇게 다니다가 휴게소에서 부흥성가 CD를 구입하게 되었고, 그 이후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갈 때마다 꼭 따로 준비해 갔습니다. 관광버스 안에 부흥성가가 울려퍼지기 시작합니다. ‘인애하신 구세주여 내가 비오니, 이 기쁜 소식을 온 세상 전하세, 마귀들과 싸울지라...’ 드럼 소리, 나팔 소리와 더불어 찬양단의 찬양소리가 울려퍼지자 우리 성도님들 손뼉을 치면서 부흥성가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버스 안이 부흥회 장소가 되었습니다. 가사를 모르면 그냥 박수만 치다가 가사를 알면 갑자기 밀물 터지듯 찬송을 합니다. 맨 앞 좌석에 앉아 듣고 있던 저는 왜 그렇게 은혜가 되더니..

중간에 앉은 분들이, 찬양하다가, 웃다가, 박수치다가 하는데 관광버스가 들썩들썩 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재미있고, 신이 나는지, 깜박 졸음이 오다가도 잠이 휙하고 달아납니다. 그런데 유독 그 모임을 이끌어 가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잠잠하려고 하다가도 그 목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이 와 하면서 함께 힘을 냅니다. 마치 응원단의 치어리더처럼 분위기를 이끌고 가던 목소리.

봄소풍을 마치고 교회에 도착하여 마지막 기도하기 전 제가 물었습니다. “누가 그럴게 재미있게 분위기를 만드셨나요?” 그러자 70세 넘은 권사님이 “저요”하면서 손을 번쩍 드십니다. 저는 권사님께, ‘분위기를 띠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팁입니다.’ 하면서 10,000원을 드렸습니다. 그러자 권사님, 그 돈 10,000원을 받고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덩실덩실 춤을 추십니다.

교회에 도착하여 칼국수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방안에 있던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권사님들 사이로 아까 그 권사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내가 20년 우리교회에 다녔는데, 우리 목사님에게 용돈을 처음 받아봐요.” 그 소리를 들으시던 권사님들, 또 까르르하고 웃으십니다.

20년만에 목사님에게 처음 받아본 10,000원, 그 권사님은 그동안 돈도 주시고, 과일도 주시고, 오늘도 따로 회를 사 주셔서 사택에 주셨는데, 20년만에 10,000원 용돈을 받고 왜 그리 좋아하시던지. 성도님들은 목사에게 그렇게 많이 주시면서도 목사님이 뭘 주면 그렇게 좋아하시네요.

앞으로 이분들과 얼마나 더 여행을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10년이면 80세가 다 넘으셨는데, 그때까지는 괜쟎겠지요. 나도 즐겁고, 우리 성도님들도 즐거웠던 여행, 10,000원이면 더 행복해 하시는데, 다음에도 더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 드려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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