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커피 한잔 주세요.
목사님, 커피 한잔 주세요.
  • 남광현
  • 승인 2024.05.13 0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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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커피 한잔 주세요.”

“예, 권사님 들어오세요.”

“박 집사님도 함께 왔어요.”

“목사님, 저도 왔습니다.”

“집사님, 얼마만이세요, 아니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아무도 몰랐다고 해서 놀랐었습니다. 지금은 어떠세요.”

“다 나았습니다. 다만, 앉아있지를 못해서 교회에 못나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소식 듣고 심방하려 했더니 아직은 어렵다고 하셔서 못 가 봤어요.”

외지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귀향하여 거처를 마련하고 일가친척 동기들과 노년을 보내고 있는 마을 토박이 남자 집사님이 오랜만에 교회에 올라왔다. 청년시절 서울에서 임마누엘교회가 개척될 당시 신앙생활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교회 봉사를 기쁨으로 여기며 감당해 오고 있는 분이다. 귀향한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교회 안에서의 만남은 10년 남짓 된 분이다. 필자가 부임한 후 박 집사님의 바로 위에 형님께서 전도되어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고 5년이 채 되기도 전에 암으로 소천하게 되었다. 그 후 돌아가신 성도님의 큰 아들이 이사와 교인이 되었고 거의 같은 시기에 동생인 박 집사님이 교회에 출석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 간증처럼 들은 이야기인데 부모님이 섬기던 교회를 형제들 모두 떠나고 나니 가끔 고향에 내려와도 교회에 발걸음하기가 어려워지게 되었고 더군다나 목회자가 자주 바뀌다보니 한번이라도 부모님 생각에 예배드리고 싶어도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형님이 교회에 나가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 좋았었고 형님이 돌아가시니 당신이 뒤를 이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어 자원하여 교회에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다 보니 교회를 살피는 모습이 교우들 누구보다도 헌신적인 분이다.

집사님의 헌신에 관한 많은 일화들이 있다. 교회 재정을 열악함을 알기에 웬만한 수리와 보수는 본인이 앞장서기 일쑤이며 재정적 헌신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본을 보이고 있다. 한번은 교회 외벽 발수 공사를 해야 할 시점이 되었는데 몇 몇 업체 견적을 받고 보니 예산 상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회의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집사님이 재료만 구입하고 남선교회 회원들이 헌신하자는 제안을 해 주었고 본인이 앞장서 공사를 진행했는데 경험 없이 시행하다보니 위험천만한 일이 발생했다. 집사님 홀로 교회 지붕에 올라 발수제를 도포하다보니 바람의 방향에 따라 교회 벽면뿐 아니라 지붕에도 간접도포가 되고 말았다. 결국 발을 옮기기도 어려울 만큼 살얼음판으로 바뀐 경사심한 지붕에서 내려오는 것은 70이 다된 집사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크레인을 불러 그 밧줄을 타고 어렵게 내려올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전문 업체에 맡겨 시공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한 권사님을 통해 집사님의 신앙생활에 관해 심방요청이 있었다. 70이 넘어 들면서 이런 저런 사정으로 힘을 잃어 간다는 소식이었다. 특별히 내외의 건강 문제로 병원출입이 자자지면서 신앙적 갈등까지 일어난 것이다.

“목사님, 박 집사님이 남선교회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하네요.”

“예, 바쁘신 일이 있으신가 봐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목사님께서 심방한번 해 주셔야 될 것 같아요.”

“그러게요, 지난번 기도실 제작하느라 남선교회가 너무 고생하셨는데, 집사님께서 일하실 때 생각처럼 회원들 참여가 부족해 힘들어 하셨나요?”

“그러기도 했고요, 계획처럼 잘 진행되지 못한 이유도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일처리 하는데도 지체됨이 있어 답답하셨을 거 같기도 해요. 제가 전화 드리고 심방하겠습니다.”

몇 번의 전화에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사모가 집사님 부인과 통화를 했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건강검진을 받던 중 조직 검사를 했는데 좋지 않은 소견이 나와 정밀 검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조직을 너무 많이 떼어 내는 바람에 출입도 못하고 누워만 있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마을에는 큰 병 얻어 밖에 출입이 어렵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너도 나도 병문안 온다고 해서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곧 교회에 나갈 수 있어요.”

“예, 죄송합니다. 저희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더 기도하겠습니다.”

이 일이 있고 2주가 지나서 박 집사님이 권사님과 함께 교회에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대면하며 무뚝뚝하게 건네준 말씀이 필자의 미안한 마음을 한 순간에 녹여 놓았다.

“목사님, 커피 한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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