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차원의 미래를 견인할 좋은 일꾼들이 선출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차원의 미래를 견인할 좋은 일꾼들이 선출되어야 합니다.
  • 곽일석
  • 승인 2024.05.05 0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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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웅난변(雌雄難辨), “저마다 제가 훌륭하다고 말 하지만,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

벌써 초여름 인가 싶을 만큼 날씨는 점점 더 무더워지고 있습니다. 겨우내 가물었던 까닭에 어느 때보다 봄비가 기다려집니다. 주말에 봄비가 온다고 하니 농부의 일상은 더욱 분주해집니다. 논두렁을 높이고 밤새 물을 가둘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두보가 '봄밤의 기쁜비(春夜喜雨)'를 노래합니다. “봄비가 시절을 제 먼저 알아 때 맞춰 내린 다. 바람을 따라 살금살금 밤중에 스며들어 대지 위의 잠든 사물을 적신다(潤物). 하도 가늘어 소리조차 없다(無聲).”

봄비가 새로운 생명을 일깨우고 새로운 풍경을 만들듯이, 우리가 사랑하는 감리교회도 봄비의 노래가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어두움과 절망의 기억들을 몰아내고 희망의 새싹이 움텄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제36회 총회 감독회장 및 감독 선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몇몇 분들이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들 기치를 높이면서 자신만이 적임자라고 자기만이 해낼 수 있다고 자웅을 겨룰 것입니다. 그러나 새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일꾼이 필요합니다.

자웅난변(雌雄難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경" '소아(小雅)·정월(正月)'에서 "저마다 제가 훌륭하다고 말 하지만,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具曰予聖 誰知烏之雌雄)" 까마귀의 암수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름 지혜를 가지고 조금은 냉정하게 이러한 상황을 분별하는 방법을 고민해 봅니다. 단순히 학연이라는 그룹핑에 매몰되어 예비 후보자들의 면면들을 올바로 검증할 수 없다면, 이것이 더 큰 과오가 아닐까 합니다.

전국시대 이극(李克)은 재상으로 누가 적임인지를 묻는 위문후(魏文侯)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평소에는 친한 바를 보고, 부유할 때는 베푸는 것을 보며 , 현달했을 때는 천거하는 바를 보고, 궁할 때는 하지 않는 바를 보고, 가난할 때는 취하지 않는 바를 보십시오.(居視其所親, 富視其所與, 達視其所擧, 窮視其所不爲, 貧視其所不取)"

이렇듯 평소 그가 가까이하는 벗을 보면 사람됨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유할 때 베풀 줄 모르는 자가 궁해지면 못 하는 짓이 없습니다. 아무리 궁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고, 아무리 가난해도 취해서는 안 될 것이 있는 법입니다. 이 분별을 잃으면 마침내 버린 사람이 되어 손가락질을 받을 것입니다.

지난 4년여 교단의 정치 현실을 되돌아볼 때 실제적 과제였던 ‘교단의 안정화’는 가져왔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연회 통폐합과 신학대학원 통합 문제 등 개혁 입법의 목표들이 슬그머니 사라져버리고, 그저 무기력한 모습이 못내 부끄럽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제36회 총회 감독회장 및 연회 감독 선거가 5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국감리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차원의 미래를 견인할 좋은 일꾼들이 선출되어야 합니다. 하여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최소한의 방편으로서 발전적 관심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무엇보다 우선해야하는 관심으로 다음 세대를 위하여 새로운 비전을 세우는 일입니다. 특히나 차세대 어린이들, 청소년들, 청년들과 손잡고 새로운 차원에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실현해가는 한국감리교회의 새 길을 열어야 합니다.

둘째로, 초기 예수공동체는 수직적이고 가부장적인 문명을 극복한 평화와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로서 역동적인 평등세계를 열어가는 하나님나라 운동이었습니다. 즉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이웃과 자연과 “평화공생”하는 새로운 차원의 패러다임과 목표를 추구해야 합니다.

셋째로, 중대한 개혁입법의 관심들이 다시 추진되어야 합니다. 감독회장 4년 전임제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10개로 나눠진 각 연회들을 5~6개 정도로 통합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교지향적인 관심에서 지방회의 확대 운영을 통해 보다 실천적인 신앙운동이 확산되어야 합니다.

넷째로, 목회자들의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제 관심들이 공개적으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너무도 손쉽게 감리교회의 재산이나 팔아 해결하겠다는 단편적인 생각들을 넘어서서 기금의 고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안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한국감리교회는 마땅히 나아갈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입장에서,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변화와 개혁을 이루는 일에 한껏 그 유연성(flexibility)을 발휘하여야 하겠습니다. 여기에 한국감리교회와 기독교의 미래는 물론이고 한국사회와 동북아시아와 전 인류문명의 생명과 희망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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