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신앙
후배의 신앙
  • 서정남
  • 승인 2023.06.06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대학후배가 있다. 시드니로 와서 나는 대학 동창회를 찾았고 제일 먼저 내게 연락을 해 온 후배이다. 본인이 동창회를 일군,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 변호사이다. 15년 후배인데 싱글로서 여성활동을 활발히 한다. 나는 그녀의 영역이 더욱 폭넓어 지기를 기도로 돕는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다. 우리는 서로 대접을 하기에 일반적인 장소로 기대했는데 약속지가 가장 hot 한 hyde park 인근이다. 주소를 검색하니 호텔이다. 나는 호텔 분위기에 맞게 옷을 코디해 입고선 나갔다. 밤거리는 Sydney Vivid Show를 즐기는 인파로 북적였다.

호주는 실내에서는 모자를 벗는 게 예의이다. 모자를 벗기 전에 후배가 인증샷을 한컷 남겨준다. 고급 스테이크와 음료와 그릭셀러드는 선후배의 교제를 돈독히 해준다.

그녀는 한 때 육체적인 위기가 있었다. 수술 후에 주님의 손길에 감사해서 신학공부도 했다고 한다. 변호사가 되면 남을 돕는 일을 하겠노라고 주님께 약속했기에 요즘 무료 영어 클래스를 개설해서 봉사한다. 이민자 법률 상담도 second job이다. 정치활동도 열심인 그녀는 호주의 노동당 당원이다. 나는 후배로 인해 호주 정치상황도 많이 알 수가 있다. 주류사회 합창단 단원이다. 그림을 배워 전시회에도 동참한다. 언어에 제약받지 않고 활동하는 후배를 한껏 격려하고자 그녀가 주최하는 행사에 내가 할 수 있는 몫은 주저 않고 돕는다. 아마 오늘은 그런 감사의 자리인 듯하다.

그런 시간들을 마무리하면서 후배가 자신이 현금을 늘 소지하고 다니는 이유를 밝히는데 그 부분이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이다. 동전이 아니고 지폐를 그녀는 준비한다. 노숙인들을 만나면 꼭 현금을 넣어준단다. 자신이 이만큼 누리도록 해 주시는 주님께 대한 감사함이라고 한다. 앞에 앉은 목사인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많고 많은 노숙인들, 심지어 애완견까지 데리고 길에 앉아있는 그들이 아직은 문화적으로도 낯설다. 그들은 돈이 필요한데 복지국가인 정부가 할 몫이고 또 돕는다 해도 알콜, 마약 등에 소비하지 않을까 하는 나의 생각이다. 노숙인 전문 사역자들도 현금지원은 도움의 방편이 아니라고 한다. 돈은 바로 알콜로 이어지고 다음날 그 후유증은 또 다시 질서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정답은 없다.

□베드로는 노숙인에게 돈 대신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병 고침을 도왔다.

□야고보의 의견은 또 다르다.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2:15~17)."

후배는 주님께 드린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좀은 까칠한 그녀의 내면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