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비
선교비
  • 서정남
  • 승인 2023.05.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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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님이 고국을 방문하신다. 20년 만에 가시니 얼마나 설렐까? 그 동안에 웃어른들은 다 돌아가시고 시댁과 친정 쪽으로 위의 한분씩만 계시니 어서 가서 그분들이라도 뵈려는 걸음이다. 목사님 필요한 게 있으면 가벼운 것은 심부름하겠단다.

호주는 자외선이 무척 강하다. 선글라스가 필수인데 나는 시력이 맞는 일반 안경만 착용했더니 갑자기 눈이 침침해진다. 안과진료를 받으니 백내장이 왔고 황반변성도 초기단계라고 진단한다. 여형제가 둘이나 황반변성이었다고 하니까 십중팔구 가능성이 있단다. 호주는 물가가 세계에서 몇 째 순위로 비싸다. 기존 선글라스에 도수변경만 해도 20만원이 넘는다. 그 작업을 한국가시는 집사님께 부탁하려고 했고 집사님이 선글라스를 가지러 사택에 오셨다. 앉으시더니 본인 이야기를 또 풀어 놓으신다. 몇 번 들었던 내용이지만 목사는 아닌척하고 감정을 실어 경청해야 한다. 화요일 아침이다. 나는 어서 글을 써서 kmcnews에 보내야 하는 사정이 있으니 조바심이... 지난 주 글은 그래서 늦어졌다.

선교비는 마음을 여는 열쇠이다. 나는 그분을 기다리면서 봉투 2개를 준비했다. 선글라스와 시력증명서와 필요 금액을 넣었다. 다른 봉투는 그분이 한국서 쓸 경비를 넣었는데 나의 최선의 금액이다. 20년 만이니 물가는 뛰었고 매사가 얼마나 낯설까를 생각하니 어린아이를 보내는 심정이다. 한국 도착해서 공항에서 환전해야 하는 수고를 들게 될 것이다. 집사님이 그 봉투에 감격하셨나 보다. 한국에서 돌아오면 전도도 열심히 하겠다고 먼저 말씀을 하시니^^

영혼을 살리기에 앞선 작업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선교비의 기능은 연결성이다. 집사님이 한국에서 불신자 친척에게 따뜻한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선교여정이길 기도해 드리자 눈물을 닦으신다. 그분에게는 그만한 뜨거움이 내재되어 있다. 그 사랑이 그분에게서 누군가에게로. 그 누군가에게서 또 다른 분께로 흐르다보면 땅끝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선교비의 목적은 영혼을 살리는 것이다. 그동안 나의 손을 거쳐 간 수많은 봉투들. 선교비는 받는자에게 감동이 없다면 그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내면에 석돌, 자갈, 나무뿌리들이 엉켜있는 그 심령을 여는 열쇠가 선교비품이다. 열어서 방해요소를 뽑고 속아낸 뒤 부드러워진 흙에다 복음의 씨앗을 뿌린다. 생명은 반드시 자란다. 열매를 맺는다.

내가 호주로 올 때 친구들은 한국 돈, 미국 돈, 호주 돈 등 다양하게 넣어주었다. 한국 돈을 받았을 때 나는 한국을 떠나겠다는 사람에게 이걸 줄까? 하며 넣어왔는데 그 돈이 이렇게 요긴할 줄이야. 쥐어 준 친구들을 위해 다시 축복기도를 한다.

통로의 사명은 늘 행복을 안겨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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