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성찬기
나무성찬기
  • 최광순
  • 승인 2023.04.22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옻을 입히다

고린도전서 11:23~26

내가 너희에게 전한 것은 주께 받은 것이니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가라사대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식후에 또한 이와 같이 잔을 가지시고 가라사대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행하여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하셨으니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

옻을 입히다.

성찬기에 옻칠을 하고 건조중입니다. 한 번 칠하면 건조에 꼬박 12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길 몇 번 칠하면 며칠이 소요됩니다. 나무성찬기 제작을 끝마치고도 기나긴 건조과정을 반복합니다.

사실 나무에 옻을 입힐 때 고유의 향이 사라져 아쉬움이 있기도 하고, 옻의 진한색이 나무의 아름다움마저 감추는 것이 마냥 반갑지 않았었습니다. 옻진액을 사용하면 나무가 제기에 사용되는 그릇처럼 진해지지만 정제된 옻을 사용하면 투명에 가까운 칠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반복해서 계속 칠하면 진한 갈색이 나오지만 칠의 횟수를 조정하면 투명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성찬기를 제작한지 이제 꼬박 4년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맨땅에 헤딩하듯 덤벼들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깨지고 부서지고 균열가고 셀 수도 없는 실패와 좌절의 시간을 겪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어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갖가지 방법을 시도했지만 한두 번의 노력으로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디에 사사도 없이 책을 뒤지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밤을 새며 반복 하던 중 어느 순간 답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같은 규격으로 제작했지만 완성된 후 서로 다른 느낌이 납니다. 똑같이 재단하여 작업했지만 나무의 특성에 따라 끌과 샌딩작업에서 미세하게 차이 납니다. 가장 큰 차이는 나무의 고유 질감과 톤에 따라 다른 빛깔과 무늬를 보여줍니다.

나무를 다루면서 하나님이 창조한 사람도 같은 모습이 없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아니 같은 모습이 나올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만든 자연의 법칙상 각자 다른 모습, 다른 능력, 개성을 소유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성찬기를 제직하며, 그 어느 순간 더 이상 갈라짐도 부서짐도 하나 둘씩 줄어들더니 성찬기다운 성찬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그동안 나무를 너무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나무의 특성을 이해하게 되니 성찬기 제작이 더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잘 나가는 저 사람과 교회를 비교하며 같아지려는 사람은 바보가 아닐까? 저 사람에게 없는, 하나님께서 나에게만 주신 빛깔을 찾아내는 사람이 하나님이 기대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나무를 이해하는데 이렇게 어려운데 목회하면서 성도를 이해하는 일은 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성도를 이해하고 알면 목회가 훨씬 더 즐거울 것 같습니다. 제 주위엔 그렇게 목회를 즐기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