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는 목사, 기도해 주는 목사
돈 주는 목사, 기도해 주는 목사
  • 신상균
  • 승인 2023.04.20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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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핸드폰이 울립니다.

낯선 번호라 받을까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습니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저 이번에 여선교회장 된 ○○○권사예요.”

새로 지방여선교회장 된 다른교회 권사님이었습니다.

“목사님, 이번에 저희 여선교회 대회하는 것 아시죠?”

“네 알아요.”

“공문 받으셨지요?”

“네, 받았습니다. 그런데 너무한 것 아닌가요?”

“왜요 목사님”

“공문한장 보내놓고 후원금 내라고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요?”

“예전에 여선교회장님들이 다 그렇게 하셔서”

“그래서 저희 후원 안했습니다. 돈을 받기 전에 와서 이야기라도 해야지 달랑 공문한장 보내놓고 돈 내라고 그러면 누가 내겠습니까?”

“목사님은 찾아봬야 하는군요.”

“네, 맞습니다. 우리가 돈 내는 기계도 아니고, 사람간의 도리가 있지 와서 이야기도 나누고 해서 서로 알아가는 것 아닙니까?”

“네, 목사님, 그럼 제가 찾아뵐께요.”

전화를 끊고 나서 속이 상했습니다.

물론 나도 누군가 찾아와서 후원해 달라고 하면 좀 불편합니다.

그러나 행사를 앞두고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하는게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요일 새벽 말씀을 마치고 기도를 합니다.

갑자기 어제 일이 떠오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옛날은 어떠했지?

옛날에도 사람들이 찾아와서 후원해 달라고 했을까?

아득한 옛날,

교회 행사를 앞두고 담임목사님을 찾아갔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함께 갔던 분은 목사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이번 행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맞아. 그랬지, 옛날에는 목사님에게 후원금 달라고 기도하러 가지 않고 기도해 달라고 갔었지.

지난 20년동안 수 많은 분들이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기도해 달라고 찾아온 분이 있었나?

딱 한분 생각이 났습니다.

그 당시 그분은 나이가 지긋한 연회회장님이셨습니다.

처음 보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음료수를 사들고 혼자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새파랗게 젊었던 저에게 행사가 있으니 기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후원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제가 물었습니다.

 

연회행사, 지방행사

기도해 달라고 찾아온 분은 없고 돈 받으러 온 분들만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다, 우리 목사들이 이렇게 되었지?

베드로와 요한은 ‘은과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행3:6) 했는데

우리는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기도해주기보다, 은과 금으로 후원하는 목사가 된게 아닌가?

그날 아침 너무 슬펐습니다.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기도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목사!

기도보다 다른 것을 달라고 목사를 찾아오는 평신도!

돈주는 목사가 될 것인가 기도해주는 목사가 될 것인가?

그날 아침 저는 기도했습니다.

‘목사님 기도해 주세요’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목사가 되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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