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종려주일
꽃과 종려주일
  • 서정남
  • 승인 2023.04.0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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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꽃 두 다발을 2불에 샀다. 꽃은 사람의 마음을 훔치기도 한다.

토요일에 열리는 Sydney market은 꽃, 야채, 과일의 도매시장이다. 벼룩시장까지 열린다. 주일 준비를 위해 꽃과 식품을 사러 아침에 나선다. 일찍 가는 경우에는 저가의 꽃을 못 만난다. 파장 시간인 오전 9시가 지나면 상인은 마지막 떨이를 외친다. 운 좋게는 1다발에 1불이라고 소리높여 호객을 한다. 일반적 가격은 1다발에 10불 20불 정도이다.

지난 주에 전도대상자 한 분을 소개받고 식사를 대접하였다. 한국서 식당을 오래 하시다가 자녀들을 다 출가시키고 꿈에도 그리던 호주로 과감하게 오신 것이다. 한국서 종교비자에 대해 정보를 가지고 일단은 관광으로 들어오셨다. 그런 다음 신학교에 등록하여 주1회 수업을 하고 나머지에는 합법적으로 일할 수가 있다고 한다. 호주 정부가 종교비자의 문을 넓히는 것은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려는 방법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들은 관광비자가 만료되기 이전에 속히 종교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그리고 우연히 나를 만난 것이다. 첫 만남에서 부인이 내게 호감을 많이 가졌나보다. 토요일에는 남편까지 모시고 또 사택으로 놀러 온 것이다. 주상복합 아파트이다 보니 쇼핑센타에 왔다가 불쑥 전화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그 남편이 다리에 장애가 있다고 해서 나는 주님의 관심이 느껴졌고 만남이 반가왔다. 사택을 들어서는데 꽃들이 그렇게 화사하게 반갑게 맞아 주더란다. 아! 이분들을 맞으려고 꽃들이 먼저 와 있었구나.... 꽃마저도 생명의 봉우리가 터짐을 함께 찬양하구나... 거실에서 보이는 City View 까지도 부부의 맘을 뺏았나 보다. 스스로가 신앙이 없다던 부인이 벽에 걸린 나의 그림을 보며 울컥함이 올라오는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그들이 맘을 열기에 충분하지 않나?

다음날 종려주일에 그분들은 예상대로 예배에 참석하셨다. 시드니에는 많고도 많은 한인교회가 있다. 대체로 소수 공동체이고 대형교회는 그들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공동체에서 맘이 상하면 다른 교회로 쉽게 이적하는 성도가 적지않다. 실정이 그렇다 보니 나가서 전도를 한다해도 기존의 성도들을 뺏아 오는 격이 된다. 수평이동 일 따름이다. 그래서 나는 주님께 왕 초신자나 아니면 신앙의 방학이 긴 분을 붙여달라고 기도하였다. 시드니의 이삭을 줍겠다고 기도하였다. 어머니처럼 보듬는 포근한 공동체를 기도하였다. 기도대로 주님은 그런 분들을 보내 주신다. "무리의 대다수는 그들의 겉옷을 길에 펴고 다른 이들은 나뭇가지를 베어 길에 펴고 앞에서 가고 뒤에서 따르는 무리가 소리 높여 이르되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하더라(마21:8~9)."

겉옷 대신,
나뭇가지 대신,
꽃은 자신의 꽃잎을 알알이 뿌려 불신자의 교회 입성을 환영하는 기쁜 종려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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