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하순부터 마을 안에서 벌어지는 주꾸미축제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꽤나 유명세를 탔던 축제였으나 코로나 펜데믹으로 멈춰졌었고 4년 만에 서천군의 허가로 재개된 것이다. 필자가 부임할 당시인 20년 전에 주꾸미는 그리 인기 있는 해산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낙지나 문어면 몰라도 주꾸미는 어부들에게도 큰 수입원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다르다.
“권사님, 요즘 주꾸미 시세가 얼마나 가나요?”
“말도 마세요, 한우보다 비쌉니다요. 저희도 산놈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나 귀한가요?”
“어제, 연도사람이 150kg 가져와서 500만원 받았대요, 수협 낙찰가가 그러니 말 다했지요.”
“목사님, 혹시 누구라도 주꾸미 구해 달라 하면, 없다고 하시든지 모른다고 해야혀유. 잘못하면 욕만 드세유.”
“목사님, 주꾸미 찾으면 서천에 문어나 낙지도 있다고 하세요. 하하하.”
남선교회 모임을 가지면서 여담으로 나누었던 말들 속에서 요즘 주꾸미에 대한 어부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주꾸미 축제가 시작되던 시기에는 잡히는 어획량보다 소비가 적어 어부들의 수익증대 목적이 우선이었으나 이제는 주꾸미 어획량의 부족으로 축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일예로, 4년 전 축제를 앞두고 축제에 참여하는 어부 가족들과 서천군 관계자들과 가격결정에 있어서 대립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천군 관계자는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 원했고, 어부 가족들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꾸미 시세를 반영해서 값을 결정해 주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축제시작 1주일을 남겨 놓고 어부 가족들이 축제를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손해 볼 것 불 보듯 뻔한 장사는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가격조정이 이루어지고 가까스로 축제는 시작되었으나 기간 내내 어부 가족들의 어려움이 회자되었었다.
올해도 축제준비가 시작되면서 참여하는 어부 가족들 간에 우선적으로 논의 된 것은 다름 아닌 가격결정 문제였다고 한다. 워낙 치솟은 주꾸미 가격 때문에 축제가 가능할지에서부터 지역의 명물축제를 보전해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꽤나 깊이 이야기 되었다는 후문이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의 교우 분들도 축제에 참여하기 때문에 준비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데 이번에는 서천군에서도 어부들의 입장을 많이 고려해 주었다고 한다. 축제 막바지에 이른 지금 오랜만에 열린 탓인지 모르겠으나 매 주말마다 지역의 도로가 심각하게 정체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그리고 “누가 주꾸미 구해달라 하면 모른다고 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던 장로님의 말씀대로 이곳저곳에서 서천 주꾸미 축제 소식을 접하고 구해 달라는 요청의 전화를 받게 된다.
“목사님, 나 000목사요, 오랜만에 통화해요, 잘 지내시지요?”
“예, 목사님, 잘 지내고 있습니다.”
“T. V 보니까 거기 주꾸미 축제하네요?, 사람들 많이 오지요?”
“예,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정말 많이들 옵니다.”
“우리도 한번 가 보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주꾸미 좀 구정 할 수 있나요?”
“그럼요, 어판장에서 중매하는 권사님도 계시거든요.”
이런 통화가 자주 있는 것을 교우들이 알기에 “모른다, 없다”고 말하라고 일러주는 것이다. 그러나 오고 싶어도 이런 저런 사유로 올 수 없는 분들에게 맛난 서천 주꾸미를 전해 줄 수 있는 것이 필자에게는 즐거움이기도 하기에 늘 가능하다고 전하게 된다.
“권사님, 오늘 주꾸미 시세가 얼마나 가나요?”
“목사님, 주꾸미 쓰시게요?”
“목사님들께서 보내달라고 하시네요.”
“목사님, 얼마나 필요한지 오늘 보내주세요. 주꾸미 좋아요. 낭장 것이 아니라 소라고동 거예요”
서천에서 봄 주꾸미를 찾으려면 그물로 잡은 것이 아니라 소라껍질로 잡은 주꾸미를 찾으시라 알려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