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37
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37
  • 안양준
  • 승인 2023.03.2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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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의 기로에 선 자들

역사를 통해 어떤 나라와 민족의 멸망에 관한 기사를 읽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 ‘패망의 길’을 걸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사실은 바벨론 제국에 의해 멸망한 유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유다의 멸망은 열왕기와 역대기에 기록되었는데 유다의 경우 왕조가 수시로 바뀐 이스라엘과 달리 “그의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는 다윗과 맺은 언약을 신실하게 이행하셨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유다의 많은 왕 중에 하나님께 인정받을 만한 왕은 아사, 여호사밧, 히스기야, 요시야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중에서도 요시야의 경우는 특별한 인물이었다. 

“요시야와 같이 마음을 다하며 뜻을 다하며 힘을 다하여 모세의 모든 율법을 따라 여호와께로 돌이킨 왕은 요시야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그와 같은 자가 없었더라”(왕하 23:25)는 말씀은 그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아이러니한 점은 요시야 사후 유다 멸망까지 네 명의 왕이 손자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요시야의 아들들이었다는 것이다. 

요아스의 뒤를 이은 여호아하스는 요아스의 셋째 아들로 왕위에 오른지 3개월만에 애굽으로 잡혀갔고 다음 왕이 된 여호야김은 요아스의 둘째 아들로 11년, 그 뒤를 이은 여호야긴은 여호야김의 아들로 요시야의 손자요 왕위에 오른지 3개월만에 바벨론에 잡혀갔으며 마지막 왕이 된 시드기야는 요시야의 아들로 통치 11년만에 유다가 멸망한 것이다.

이런 사실이 무엇이 중요한가 하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요시야와 같은 선왕에게서 낳은 아들들 모두 악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는 점이다.
 
요시야가 왕이 될 당시 세계 정세는 근동 지역의 패자로 군림하던 앗수르가 내란으로 힘이 약화되자 바벨론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며 세력 다툼을 벌이는 상황이었고, 이를 이용하여 국력을 신장시키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때 앗수르의 지원 요청을 받은 애굽 왕이 올라오는 것을 요시야가 므깃도에서 저지하다가 전사를 하게 된 것이다. 요시야의 행동은 또다시 앗수르가 지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후 백성들의 신앙을 얻은 여호아하스가 왕이 되자 애굽 왕은 그를 폐위시키고 친애굽 정책을 펼 여호야김을 왕위에 앉힌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앗수르는 멸망하고, 애굽 역시 갈그미스 전투에서 바벨론에 패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바벨론에 반기를 든 여호야김은 바벨론의 침략으로 인해 죽고 그 뒤를 이은 여호야긴은 3개월 만에 바벨론에 잡혀 가고, 시드기야가 대신하여 왕위에 앉게 된다.

하지만 처음에는 바벨론에 충성하던 시드기야가 친애굽을 외치는 자들의 영향을 받아 반바벨론 정책을 펼친 것이다. 결국 종합해 보면 주변 정세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이 멸망의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열왕기나 역대기는 간략한 역사 기술에 불과한 자료만 제공하고 있다. 그보다 자세하게 서술해놓은 자료가 예레미야서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예레미야 선지자는 3자의 입장에서 당시 상황을 기술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역사를 바꾸기 위해 애쓴 인물이다.

물론 하나님께서 그를 부르셨고, 그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맡기신 것이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바벨론에 복종하라는 것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온 몸을 바쳐도 모자랄 판에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우리 민족으로 본다면 친일파와 같은 것이다. 당연히 욕을 먹어 마땅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니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므낫세의 악행으로 인해 유다를 멸망시키기로 작정하신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하나님의 뜻은 그럼에도 자신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고 순종하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열왕기서를 통해 여호야김의 악함을 잘 볼 수 있다. 예레미야 선지자처럼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한 우리야를 애굽까지 사람을 보내어 잡아오게 하고 죽이고, 예레미야 선지자가 쓴 두루마리를 불태우는 짓을 서슴없이 행하는 인물, 그 외에도 그의 악행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의 시체는 버림을 당하여 낮에는 더위, 밤에는 추위를 당하리라”(렘 36:30)

여호야김의 죽음에 대한 예레미야 선지자의 예언이다.

그리고 마지막 왕 시드기야이다. 시드기야의 경우 바벨론에 의해 세워진 왕임에도 불구하고 백성의 눈치를 보느라 친애굽 정책을 편 자이다. 예레미야서를 읽으면 당시 자칭 선지자들이 바벨론에 의해 멸망하지 않는다고, 하나님의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말하는 자들이 있었다.

시드기야와 예레미야의 두 차례 만남이 있었다. 처음 만남에서 시드기야는 비밀히 여호와께 받은 말씀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때 예레미야는 왕이 바벨론의 손에 넘겨질 것이라고 대답한다. 마지막 만남에서 예레미야는 “네가 만일 바벨론의 왕의 고관들에게 항복하면 네 생명이 살겠고 이 성이 불사름을 당하지 아니하겠고 너와 네 가족이 살려니와 네가 만일 나가서 바벨론의 왕의 고관들에게 항복하지 아니하면 이 성이 갈대아인의 손에 넘어가리니 그들이 이 성을 불사를 것이며 너는 그들의 손을 벗어나지 못하리라”(렘 38:17-18)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때 시드기야는 “나는 갈대아인에게 항복한 유다인을 두려워하노라 염려하건대 갈대아인이 나를 그들의 손에 넘기면 그들이 나를 조롱할까 하노라”고 대답한다.

결국 유다는 멸망하였다. 시드기야는 몰래 성을 빠져나가 도주하다가 바벨론 군대에게 잡혀 느부갓네살 앞에 서는데 눈 앞에서 두 아들의 죽음을 보아야 했고 자신도 두 눈이 뽑혀 바벨론에 잡혀간다.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자들, 주변 정세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자들, 악하고 나약한 자들. 무엇보다 역사를 보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자들은 고스란히 그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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