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36
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36
  • 안양준
  • 승인 2023.03.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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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세상에서의 의인의 죽음

사 56:-57: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당시 죄악된 사회상을 고발하는 하나님의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 남유다 지도자들에 대해 “이스라엘의 파수꾼들은 맹인이요 다 무지하며 벙어리 개들이라”(사 56:10)고 표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파수꾼은 깨어 있어 적의 동태를 살피고 위급한 상황일 때 알리는 역할을 맡은 자이다. 그런 까닭에 고대사회에서 파수꾼이 임무를 소홀히 할 경우 사형에 처해지기도 하는 것은 그만큼 국가에 엄청난 재난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파수꾼들을 향해 맹인, 벙어리 개라고 말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당시 그들은 눈이 먼 자, 위기상황일 때 전혀 짖지 않는 정신적·영적으로 무감각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된 이유는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개들은 탐욕이 심하여 족한 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이요 그들은 몰지각한 목자들이라 다 제 길로 돌아가며 사람마다 자기 이익만 추구하며 오라 내가 포도주를 가져오리라 우리가 독주를 잔뜩 마시자 내일도 오늘 같이 크게 넘치리라”(사 56:11-12)

이는 남유다 지도자들의 개인적 탐심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하여 재물을 착복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자들….

지도자로서 맡은 바 직무에 대해서는 무능력하고 게으른 자들이 탐욕을 부리는 데 있어서는 절대로 만족하지 않고 백성들을 착취하고 날마다 방탕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이제 지도자들에게서 일반 사회 구성원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무당의 자식, 간음자와 음녀의 자식들아 너희는 가까이 오라 너희가 누구를 희롱하느냐”(사 57:3-4)

당시 만연한 우상숭배의 모습을 간음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랑의 대상이 바뀐 것, 정상적인 결혼 관계가 아닌 다른 이성에게 몸을 허락하는 것을 간음이라고 할 때 배우자에게 이보다 더한 희롱이 어디에 있을까?

“너희가 상수리나무 사이, 모든 푸른 나무 아래에서 음욕을 피우며 골짜기 가운데 바위 틈에서 자녀를 도살하는도다”(사 57:5) 

상수리나무 숲에서 음란하게 제사지내는 아세라 숭배와 바위 틈에서 자녀를 인신 공양하는 몰렉 숭배를 지적하고 있다. 당시 백성들은 높은 산, 낮은 골짜기를 불문하고 제사지내며, 매끄러운 돌을 신이라고 섬겼으며, 율법을 새겨두는 문과 문설주에 우상숭배의 기념표식인 부적을 붙이는 행위를 일삼은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네가 누구를 두려워하며 누구로 말미암아 놀랐기에 거짓을 말하며 나를 생각하지 아니하며 이를 마음에 두지 아니하였느냐”(사 57:11)

당시 강대국이던 앗수르 제국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사신과 조공을 보내며 그들이 섬기는 우상을 섬기게 된 것이다. 진정 두려움의 대상인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자하심으로 오래 참으신 하나님을 무능한 존재로 여기는 패악을 저지른 것이다.

이사야 선지자가 외치던 당시 상황을 그려보며 전혀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과연 우리 지도자들은 어떠한가? 백성의 삶의 모습은 어떠한가?

지금 이 시대를 지켜줄 정신적·영적 지도자들의 모습을 보라. 한 마디로 맹인이요, 벙어리 개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들의 관심은 어디 있는가? 진정 그들에게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가? 그저 개인적 탐욕에 사로잡혀 하루하루 쾌락을 일삼지 않는가?

백성도 마찬가지이다. 재물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며, 하나님보다 세상을 더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하나님의 뜻을 저버린 남유다는 결국 바벨론 제국에 의해 멸망하고 수많은 이들이 포로로 끌려가게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소홀히 하며 개인의 탐욕만 챙기는 지도자들, 하나님을 떠나 세상을 향해 몸을 파는 영적 간음자들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의인이 죽을지라도 마음에 두는 자가 없고 진실한 이들이 거두어 감을 당할지라도 깨닫는 자가 없도다 의인들은 악한 자들 앞에서 불리어가도다 그들은 평안에 들어갔나니 바른 길로 가는 자들은 그들의 침상에서 편히 쉬리라”(사 57:1-2)

개역 한글 성경은 “악한 자들 앞에서 불리어가도다”라는 말씀을 ”화액 전에 취하여 감을 입은 것인 줄로 깨닫는 자가 없도다”라고 번역한다. 쉽게 해석하면 ‘화를 당하기 전에’라고 할 수 있다.

악한 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의로운 자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의인은 장수하며, 악인이 단명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을 통해 이와 반대의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장수와 단명이 아니다. 의인은 요절할지라도 그것이 결코 저주가 아니며 악인은 장수하더라도 결코 축복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의인의 요절은 하나님이 환난으로부터 보호하시기 위해 데려가신 것이요, 평안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악한 세상으로부터 변제받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의인의 억울한 죽음이다. 이를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지만 그것이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었다는 것, 하나님께 보호하신 것이며, 평안으로 들어갔다는 약속을 구약성경을 통해 이미 주셨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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