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로 주고 섬으로 받다
되로 주고 섬으로 받다
  • 서정남
  • 승인 2023.03.1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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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단위로 계산하면 10배이다. 그 비유가 부족하여 나는 '섬'으로 제목을 바꾸었으나 100배가 되는 '한 섬'도 실은 부족한 표현이다.

해외생활하면서 성도들을 섬기는데 온 열정을 다하시는 목회자들을 보다가 한국의 일부 목사님들이 섬김을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듯한 자세가 좀 불편케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개척할 때 주님께 드린 약속이 있다.

첫째, 저는 대접만 받는 목사는 안되렵니다. 교회 방문하는 분들 제가 밥을 사도록 재정을 채워주세요.

둘째, 상대에게서 제의해 오는 것이 복음적이면 순종하겠습니다.

말 한대로 지키려고 애썼으나 시험도 따랐다. 내가 속했던 지방은 분열로 유명세를 탔다. 중립을 지키려던 목사 초년생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게 회계직분이 임명되었을 때 순종을 했던 것도 위의 약속 때문이었다. 그로인해 반쪽 목사님들로부터 가슴쓰린 외면을 당해야 했다.

나는 개척교회 목사지만 주머니 열어 밥을 자주 샀다. 목사님이 사는 밥이라고 성도들은 그렇게 좋아했다. 나의 기쁨이 더 컸다.

타 교단의 한 여권사님과의 교제가 있었다. 그분에게 나의 글과 그림이 힐링과 은혜의 방편이 되었나보다. 명절이면 고급과일을 꼭 보내주신다. 그게 내 맘에 감사로 저축되어 있었다. 축복기도를 아끼지 않지만 받지만 말고 나도 작은 거라도 있으면 전하고 싶었다. 수년의 교제가 이어져 왔다. 내 그림으로 2023 달력을 만들었을 때도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권사님은 지난주 시드니를 방문한 나의 친구와 같은 교회를 섬기신다. 나는 친구 귀국 편에 그분께 작은 선물을 보냈고 친구는 주일에 그분을 만나서 시드니에서 나의 기획전시회 배경과 안부를 전하였단다.

주일예배를 마친 시간인데 친구의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놀라서 받으니 그 권사님이 나에게 적지 않은 헌금을 보내셨단다. 아... 작은 선물을 드렸을 따름인데 또 이렇게 하시다니 내 마음이 울렁거린다. 어찌할 바 몰라 마루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왔다갔다를 반복한다. 사실 후원이 없는 상황이라 가뭄에 단비인데, 축복해 드리면 될 텐데, 왜 이렇게 마음엔 미안함이 차오르며 눈엔 눈물이 나는지. 방문했던 나 친구도 한웅큼 쥐어주고 갔다.

이게 '되'로 주고 '섬'으로 받는 거구나. 아니 그들의 중심에 비하면 '한 섬'도 적절한 단어는 여전히 아니다. 역시나 그 권사님은 여기저기 베풂을 실천하시며 겸손까지 하시단다. 남편도 같은 성품이란다. 그런 부인을 두신 분이, 그런 분이 장로님이 되셔야 하지 않을까 갑자기 엉뚱한 축복이 나온다.

"나의 하나님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쓸 것을 채우시리라(빌4:1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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