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34
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34
  • 안양준
  • 승인 2023.03.0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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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전도서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 전도자 솔로몬이 가장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혜자로 알려진 솔로몬이었지만 실제 그의 삶은 그리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 평가는 오랜 기간의 평화나 다스리던 시대의 부강함과 상관없이 솔로몬이라는 한 인물의 인생을 놓고 볼 때, 무엇보다 신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신앙적 관점의 평가가 그리 중요한 것이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지만 솔로몬이 쓴 전도서를 통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전도서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것은 인생의 늘그막에 깨달은 진리이다. 전도서를 통해 솔로몬이 자신의 지혜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많은 일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되돌아보니 헛될 뿐이었다는 말이다.

그가 처음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을 때 하나님만을 의지했고, 하나님께서 무엇을 줄 것인지 구하라고 했을 때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지혜(분별력)를 달라고 하였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의 지혜가 앞섰고 정략결혼으로 인해 온갖 우상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였다.

그리고 노년이 되어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며 젊은 날의 지혜를 바탕으로 쓴 잠언서와 달리 신앙적 관점에서 온전한 지혜를 전하는 전도서를 쓰게 된 것이다.

솔로몬이 말하는 노년은 어떤 것인가?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전 12:2)

노년은 곤고한 날이요, 아무 낙이 없는 때요,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운 시기요,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는 시기이다. 앞의 글들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지만 마지막 부분인 비 뒤에 구름이 일어난다는 표현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팔레스틴의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것으로 우기(雨期)에 큰 비가 내린 후에 구름이 다시금 몰려와 지속적으로 큰 폭우가 내리는 일반적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계속해서 슬프고 힘든 일들이 찾아오는 시기라는 것이다.

특히 전도서 12장에 노년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풍유적으로 묘사하는 글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인생이 겪는 과정이지만 인생의 노년기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더욱 공감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집을 지키는 자들이 떨 것이며 힘 있는 자들이 구부러질 것이며 맷돌질하는 자들이 적으므로 그칠 것이며 창들로 내다 보는 자가 어두워질 것이며 길거리 문들이 닫혀질 것이며 맷돌 소리가 적어질 것이며 새의 소리로 말미암아 일어날 것이며 음악하는 여자들은 다 쇠하여질 것이며 또한 그런 자들은 높은 곳을 두려워할 것이며 길에서는 놀랄 것이며 살구나무가 꽃이 필 것이며 메뚜기도 짐이 될 것이며 정욕이 그치리니 이는 사람이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고 조문객들이 거리로 왕래하게 됨이니라”(전 12:3-5)

우리 육체를 집이라 했는데 결국 영혼이 잠시 거주하다가 떠나는 장소에 불과한 것이다. 오래된 집들이 그렇듯 점점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데 집을 지키는 자는 팔과 다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노년이 되면 점점 떨려오는 것이다. 힘있는 자가 구부러지는 것은 육체를 지탱하는 허리가 구부러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요, 맷돌질하는 자들이 적다는 것은 이빨이 빠져나가 결국 제대로 먹지 못하고, 창들로 내다 보는 자는 시력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길거리 문들은 입을 말하는 것으로 닫혀져 먹는 소리가 적어지며, 새의 소리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은 쇠약한 신경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음악하는 여자들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높은 곳을 두려워하고 길에서 놀라는 것은 밖으로 나서는 것을 두려워함을, 살구나무가 꽃피는 것은 백발이 되는 것을, 메뚜기도 짐이 되는 것은 작은 무게도 견디기 어려운 것을, 정욕이 그치는 것은 원초적 욕구인 성욕이 사라지는 것을,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고 조문객들이 거리로 왕래하는 것은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장례사역을 하기 전 원목활동을 했는데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라는 것이 공식처럼 되었다. 개인 건강이나 여타 이유로 입원의 시기가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모든 이들이 이 과정을 답습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을 비관적으로 볼 의도도 없고 다만 우리 세대가 겪는 통과의례로 받아들일 뿐이다.

전도서의 핵심 구절은 전 12:1의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는 말씀이라 여겨진다.

여기서 솔로몬은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대신 ‘창조주’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창조주라는 단어 속에는 우리 생명의 근원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생명의 주관자 즉 우리 생명을 취하여 가시는 분이라는 의미도 포함된다.

청년의 때는 인생의 황금기라고 볼 수 있다. 젊음과 열정을 만끽하며 온갖 꿈을 펼칠 수 있는 원기왕성한 시기이다. 그러나 쉽게 잘못된 길로 빠져들 수 있으며 그렇게 인생을 허비해버린다면 허무한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솔로몬 자신이 이와 같은 길을 달려왔기에 노년에 얻은 참된 지혜로 청년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청년이여 네 어린 때를 즐거워하며 네 청년의 날들을 마음에 기뻐하여 마음에 원하는 길들과 네 눈이 보는 대로 행하라 그러나 하나님이 이 모든 일로 말미암아 너를 심판하실 줄 알라”(전 11:9)

솔로몬이 말한 것처럼 해 아래서 모든 일이 모두 헛되다면 결국 인생은 허무주의자들, 회의론자들, 염세주의자들의 주장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솔로몬은 해 아래 사는 이들에게 해 위를 바라보라고 말하고 있다.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워질지라도, 인생의 결국인 죽음이 다가오는 날에도 여전히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영은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기억하라”(전 12:7)

우리 육체는 원래 흙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흙으로 돌아가지만 육체 속에 거하는 영은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은 신앙생활을 구속으로 생각한다. 젊었을 때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신앙에 매어야 하냐고 반발한다. 무신론이 시대 정신이 되어버린 세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지혜자 솔로몬은 창조주요, 심판자이신 하나님을 기억하라고 청년들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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