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전시회
마지막 전시회
  • 서정남
  • 승인 2023.03.0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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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간의 긴 여정이었다. 호주군 6.25참전용사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기획 전시회였다. 5개 도시의 교회에서 개최된 전시회가 3월5일에 막을 내렸다. 그간 주최 측인 잡지사는 호주전역을 다니며 참전용사 인터뷰와 가평 길 현장 취재로 땀을 흘리셨다. 그런데 참전 용사 분들이 고령이다 보니 그사이에 두 분이나 세상을 뜨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가는 세월을 붙잡을 장사는 없다고 하던가...

한국 기독교의 큰 부흥사이셨고 감리교단의 감독을 지내신 이호문 감독님의 소천소식도 나는 시드니에서 듣게 되었다. 수년 전에 인천 숭의감리교회에서 전시회도 하였기에 역시 많이 안타까웠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드니의 대형교회에 속하는 한 장로교회에서 성화전시회가 있었다. 나는 감리교단 목사인 것을 반드시 밝힌다. 그림 설명을 하는데 나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훤칠한 여성이 내게 인사를 하면서 자기도 감리교인이었다고 한다. 반가웠다. 옆에 계신 친정 어머님도 소개를 한다. 그러더니 친정어머님 동생이 이호문 감독님이라고 소개를 한다. 정말 많이 닮으셨다. 어머님께서 동생의 소천 소식을 들으시고 충격 받으실까봐 아주 조심스럽게 전하였다고 한다. 우리 감리교인끼리 기념촬영도 하였다. 그 외에도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만남과 사연들이 있었다.

1회 전시회와 마지막 전시회의 아주 상반된 스토리가 있다.
첫 전시회는 지방도시에서 시작되었고 지난해 6월이었으니 코로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즈음이었다. 그래서 항공편도 결항이 잦던 시기였다. 주최측의 직원 두 분이 취재 차 작품을 들고 가셨다. 예정으로는 토요일에 인터뷰와 촬영을 하고 주일에 전시회를 하고 오후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만 해당 비행기가 결항되어서 주일 아침에 그 도시에 도착했으니 그림을 디스플레이 할 시간도 없이, 전시회 취지에 대해 설명할 시간도 없이, 그림을 교회 성도님들께 맡겨두고 직원들은 인터뷰 장소로 달려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의 그림 판매실적은 과히 놀라왔다. 주최 측도 참석치 않은 전시회였는데 그 교회 성도님들의 협조와 판매실적은 최고였다.

이후 전시회에는 작가가 참여할 때도 있었고, 간증을 아울러 할 때도 있었고, 그림만 보낼 때도 있었다. 그리고는 해가 바뀌었다. 마지막 전시회는 시드니였다. 1월로 하려던 것이 3월로 연기되어 기도도 그만큼 쌓였으니 피날레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한 마지막 전시회는 예상 밖으로 이전에 없었던 최저 실적이었다. 준비가 부족했던 전시회는 최고를 기록하고 준비가 철저했던 전시는 최저를 기록한 그 요인을 다시 묵상해야 했다.

첫 전시는 단연 주님의 도우심이었다. 교회 측의 성실한 사전광고, 취지에 대한 호응, 작품에 대한 매력 등 다양한 요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전시 내내 도우심의 손길을 체험하는 충만함이 있었다. 그러면 마지막에는 주님이 잠시 휴식하셨나? 아니다. 동일하신, 회전하신 그림자도 없으신 분 아닌가? 그 교회가 새 성전을 건축해서 입당한지 얼마 되지 않단 걸 알게 되었다. 기존 성도들의 입출교 이동이 컸으며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걸 알게 되었다.

이러한 다양함을 뒤로하고 이제 할일을 마쳤으니 감동의 다큐멘터리가 MBC 전파를 타고 7월에 선보일 때 나는 저 뒤꼍에서 혼자 미소 지을 것이다.

나를 보겠다고 시드니까지 와준 친구와 열흘을 함께하면서 오페라하우스가 바라보이는 잔디에서 한 컷 그리다.

시드니는 요즘 아주 상쾌한 일기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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