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세 故 이숙경 집사 각막기증 실천
57세 故 이숙경 집사 각막기증 실천
  • KMC뉴스
  • 승인 2023.02.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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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나눈 엄마의 숭고한 사랑, 생존 시 신장기증으로 이어가고 싶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는 지난 1월 30일, 故 이숙경 집사(57, 여)가세상을 떠나며 각막기증을 통해 시각 장애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새 빛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얼마 전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낸 고인의 딸 임지원 씨(30, 여)의 표정이 어쩐지 밝았다. “방금 엄마가 기증하신 각막이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사히 이식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엄마의 눈을 통해 어둠 속에 있던 누군가가 빛을 되찾았다니, 하늘에 계신 엄마가 무척 기뻐하실 거예요.” 고인을 떠나보낸 후 매일 저녁 예배에 참여하고 있다는 임 씨의 얼굴에는 슬픔보다는 충만함이 가득했다.

“엄마는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셨어요. 지는 게 이기는 거고, 남을 위해 사는 게 나를 위해 사는 거라고요.” 일찍 혼자가 된 이숙경 집사는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 온 가장이었다. 하지만 당장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하루 끼니를 걸러서라도 기꺼이 도울 만큼 나누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이러한 고인의 따뜻한 성정은 2016년 임지원 씨가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임 씨는 고인이 입버릇처럼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대신 이웃을 위해 생명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이 집사에게 비극이 찾아온 건 지난해 7월이었다. 평소 소화가 안 돼 병원을 찾은 이 집사는 췌장암 4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암의 전이 속도가 빠른데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의 부작용으로 더 손을 쓸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이 집사는 시편 23편 다윗의 시를 붙들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던 고통에 비하면 이만한 고통은 감사하다. 살려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감사하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하자.”라고 말하는 등 오히려 딸을 위로했다. 지난 1월,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했던 이 집사는 가족들을 불러 놓고 각막기증을 유언으로 남기며 생명나눔을 향한 뜻을 다시 한번 확고히 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30일 오후, 질병의 고통으로 힘겨워하던 이 집사의 호흡이 일순간 안정적으로 바뀌더니 이내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 순간, 병실 창문 너머로 따뜻한 햇살이 비춰 엄마의 얼굴에서 빛이 났어요. 엄마가 그토록 소망하던 하나님을 만난 게 틀림없었어요.” 2월 1일, 발인예배에 참석한 송내교회 김은학 목사는 “이 집사님처럼 짧은 생을 살아도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라며 고인에 대한 애도의 인사를 건넸다.

‘이 땅에서 하나님을 위해 살다가 엄마를 만나러 천국에 오면 그때에도 엄마와 딸로 살자.’ 고인이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고 또 읽는다는 임 씨는 엄마의 죽음을 통해 오히려 감사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서 임 씨는 고인을 간호하며 물 한잔 온전하게 마실 수 없는 환자들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며 최근 생존 시 신장기증을 소망하며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언젠가 생존 시 신장기증인이 되어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다는 임 씨는 “제 생이 언제 다할지는 모르지만, 살아가는 동안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지난 2022년 뇌사자를 포함해 사후 각막기증을 실천한 이는 132명이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연간 사망자가 338,867명인 점을 고려하면 0.04%도 안 되는 사람만이 각막기증을 실천한 셈이다. 각막기증자 수는 2016년 293명에서 2017년 204명으로 급격히 줄어든 이후, 2018년 173명, 2019년 163명, 2020년 144명, 2021년 159명을 기록하며 200명대를 넘어서지 못한 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각막이식 대기자는 지난해 기준 2,128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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