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이 있습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 이정순
  • 승인 2023.02.06 08: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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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갔다. 우리나라는 양력설과 음력설 모두를 지키기 때문에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새해 인사를 나누곤 한다. 새해 덕담을 두 번씩이나 비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나누는 복만큼은 2배로 커지는 듯하다. 우리처럼 새해는 두 번 맞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매년 1월 셋째 주 월요일을 ‘마틴 루터 킹 기념일’(Martin Luther King, Jr. Day)로 지킨다. 올해는 1월 16일이다. 이날은 공휴일이라 학교를 비롯한 모든 관공서가 문을 닫는다. 주말에 이어 월요일까지 쉬는 큰 공휴일인 셈이다.

출처 위키미디어코몬스
마틴 루터 킹 목사 / 출처 위키미디어코몬스

미국 역사상 위대한 인물이 많이 나왔지만, 특정 인물을 기념하여 국가적인 휴일로 제정한 예는 거의 없다. 특히 마틴 루터킹 목사는 유일한 흑인으로서 그 이름을 따 휴일을 제정할 만큼 위대한 삶을 살았다. 그는 인권 운동가로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서 인종차별의 죄악을 만천하에 드러내고자 평생을 싸웠던 위대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그리스도인이자 목사로서 이 모든 일을 해냈기에 우리는 그에 대해 더욱 존경심을 갖게 된다.

사람을 피부색으로 나누어서 차별하는 것은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뿌리 깊은 죄악이다. 인류는 지구화 시대를 살아간다고 떠들고 있지만, 여전히 피부색에 대한 편견에 깊이 사로잡혀 있다. 미국은 그야말로 온갖 인종이 살고 있는 ‘인종의 용광로’와도 같다. 그래서 미국의 정식 국가 명칭은 ‘United Stated of America’, 곧 미합중국이다. 다양성을 서로 존중하는 여러 주들이 모여서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루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인종차별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주도하는 백인들의 뿌리 깊은 차별의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백인 중심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거짓과 공포의 정치를 폈던 트럼프 시대의 비극과 대혼란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인류역사상 인종차별은 불행히도 성서적으로 악용되어왔다. 대표적인 예가 창세기 9장에 나오는 노아의 세 아들 이야기이다. 긴 홍수가 끝난 후 노아의 가족이 땅에 정착해 살게 되었는데, 노아에게는 셈과 함과 야벳이라는 세 아들이 있었다. 이들에게서 인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온 땅 위에 퍼져 나갔다. 하루는 노아가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방 안에서 벌거벗은 채로 누워 있었습니다. 맨 처음 함이 방 안에 들어갔다가 아버지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그대로 바깥에 나와 두 형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셈과 야벳은 겉옷을 가지고 가서 둘이서 그것을 어깨에 걸치고 뒷걸음쳐 들어가서 아버지의 벌거벗은 몸을 덮어 드렸다. 노아는 술이 깬 후 이 모든 일을 알고 막내아들 함에게는 저주를, 셈과 야벳에게는 축복을 내리면서 셈과 야벳의 자손들이 함의 자손들을 종으로 부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야벳의 후손들이라고 자부하는 백인들은 이 성서 구절에 입각하여 노아에게 저주받은 함의 후손이 바로 흑인들이라고 주장하며, 노예매매와 인종차별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창세기 9장은 문자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역사적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인종의 기원을 기록한 것도 아니다. 구약성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오랫동안 살면서 체험한 하나님 신앙을 고백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인류는 어디서 왔는가, 왜 인류는 서로 싸우며, 지배하며 억압하는 죄악을 저지르는가에 대해 신앙적으로 물음을 던지는 책이 바로 성서이다. 야벳의 후손인 백인이 저주받은 함의 후손인 흑인을 차별할 수 있다는 안하무인격의 해석은 미국 남부지방의 백인신학자들이 흑인 노예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성서와는 무관하다. 성서의 특정 본문을 인종을 차별하는데 악용하는 것은 세상 모두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모욕하고 왜곡하는 행위이다.

해마다 마틴 루터 킹 기념일이 다가오면 미국인은 물론 그를 기억하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가슴 속에 쌓아뒀던 불편한 진실인 인종차별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종차별주의는 어제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형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적인 사건이다. 특히 지난 펜데믹 기간 동안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들도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곤 했다. 단지 외모가 자기들과 다른 유색인종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이다.

출처 위키미디어코몬스
1963년 워싱턴 DC에서 연설하는 모습 / 출처 위키미디어코몬스

미국에서는 지난 2020년 경찰의 폭력적인 제압으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이래로, 흑인이나 유색인종 등 각종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행위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월 7일 운전 중이던 한 흑인 청년 타니어 니컬스가 경찰의 검문 검색과 무차별 폭행으로 또 사망했다.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미국에서 수소 유색인종으로 살아가고 있는 200여만명의 한인들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 언제든지 내 형제, 자매, 친척, 친구가 인종차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종차별을 얘기하기 전에 우리 자신 먼저 잘못된 차별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역시 조금이라도 얼굴색과 외모가 다르면 우리보다 열등하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인구절벽과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는 이제 200여만명의 외국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 사회의 가장 어렵고 힘든 영역을 떠받치고 있는 그들이 없다면 이 사회는 생존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30여년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자, 유학생, 난민, 탈북자들을 우리는 그 얼마나 멸시하고 차별해 왔는가? 그들도 우리와 같은 소중한 인간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 땅으로 이주한 것뿐인데, 우리와 모습이 틀리고 민족과 언어와 종교와 전통이 다르다고 언제까지 그들을 차별하고 멸시한단 말인가?

인종차별은 미국이나 서구 사회의 주류 백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민족 역시 단일민족 신화에 집착한 채 지금도 다른 민족이나 인종들을 괴롭히고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을 겸손히 인정하고 고백해야 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 속에서 이런 차별의식을 없애는 것이다. 창세기 1장 26절의 말씀처럼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똑같이 존엄성을 갖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확고히 하고 삶에서 실천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먼저 마음이 가난한 자, 깨끗한 자가 되어 모든 편견을 몰아내고 우리 사회로 이주한 모든 이들을 하나님께서 이 시대 우리에게 보내주신 소중한 이웃으로 섬겨야 할 것이다.

구약의 아모스 예언자는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암5:24)고 외쳤다. 오늘날 전 세계에 실현될 정의는 무엇보다도 온갖 종류의 인종차별주의를 없애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대접받고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1963년 8월 28일 마틴 루터 킹은 워싱턴DC에서 행한 감동적인 연설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에서 바로 이런 꿈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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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미네소타대학에서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는 모습 / 출처 위키미디어코몬스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조지아의 붉은 언덕에서 이전에 노예였던 자들의 자녀들과 노예소유주였던 자들의 자녀들이 함께 형제애로 가득 찬 식탁에 앉게 되리라는 꿈 말입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불의와 억압의 열기로 범벅이 되었던 미시시피 주에서조차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가 솟아오를 것이라는 꿈 말입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나의 네 자녀들이 피부색에 의해 판단되지 않고, 자신의 성격에 의해 판단이 되는 나라에 살게 되리라는 꿈 말입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악독한 인종차별주의자와 각종 간섭과 저주의 말을 지껄이는 주지사가 있는 앨라배마에서도 언젠가 흑인 소년 소녀들과 백인 소년 소녀들이 형제자매로 함께 손을 잡고 놀게 되리라는 꿈 말입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기뻐 환호하게 되고, 높은 언덕이 낮아지며 거친 곳이 평탄해지고 굽은 곳이 똑바로 펴지고 주님의 은총이 드러나며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보게 되리라는 꿈 말입니다.”
하나님의 정의가 온 세계에 실현되는 그 날 마틴 루터 킹의 꿈은 기어코 실현될 것이다. 또한 오늘 그 꿈은 참 인간이기를 희망하는 우리 모두의 꿈이요 기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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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2023-02-06 12:00:51
나는 꿈이 있습니다. 모든 인종이 평화롭게 사는 지구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 글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