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쓴 비누조각
다 쓴 비누조각
  • 서정남
  • 승인 2023.01.2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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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복음의 소재가 널려있고 작품의 소재도 널려있다. 누군가 무심히 버리나 하면 누군가는 그걸 포착한다.
시드니 Power House Museum의 도자기 전시장을 방문하였다. 찬란한 작품들의 향연 속에 침묵하며 누워있는 정체 모를 조각들 앞에 나의 발이 멈춘다. 쓰다버린 비누조각을 작가가 재현한 것이다. 다 쓴 조각은 빨래 삶는데 넣던가, 휴지통에 던져지기 일쑤이나 작가 눈에 붙잡혀 재해석 되어 고고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누!
자신이 닦임으로서 누군가의 부정과 더러움과 세균을 다 씻어준다. 코로나19 때 그들은 충성되이 헌신하였다. 나는 예뻐서 욕실에 두고 즐겨보는 것도 있는데 그러면 안 되는구나 원본이 점점 망가져가는 그것이 그들의 사명이구나?
어릴 때부터 나는 <사명>을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하는 언니가 수돗가에서 쌀을 씻는데 옆에 앉아서 보니 쌀알이 더러는 바가지에서 흘러나와 떠내려간다. 시금치도 자잘한 거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 수챗구멍으로 사라진다. 아! 진짜 안타깝다. 농부 손에서 숱한 과정을 지나 여기까지 꺼이꺼이 왔으면 밥상에서 뱃속으로 들어가서 영양분이 되어야지, 왜 이 수돗가에서 중도 하차 하냐고? 너의 사명은 누군가에게 영양분이 되어주는, 그거 아니냐고! 그 장면을 보고선 어린 것이 자신은 버림받지 말고 이 땅에 온 목적을 이루자고 다짐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약 45년 후에 릭 워렌의 <목적이 이끄는 삶>이 Best Seller가 되면서 화두가 된 적도 있다.
우리 자녀들이 다닌 학교는 울산의 압구정이라는 지역의 삼신초등학교이다. 영화배우 김태희 양이 졸업한 다음 해에 내가 전교 어머니회 총회장을 하였다. 학교신문에 글 한편 써 달라는 학교 측 제의에 이 내용으로 <목적을 이루는 삶을 살자>고 써서 올렸다. 이 때는 내가 주님을 만난 이후이다. 이전까지는 마음에 뻥 뚫린 구멍을 메꾸려고 아파하며 고군분투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어도 남는 건 공허 뿐, 쇼핑을 해도 여전하였다. "어! 이건 아니야. 다른 뭔가가 있을 거야!"  그들에게 투덜거렸다.
<그 답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셨다>.
공허의 요인은 예수님 부재였다. 예수님이 내게 들어오셔서 톱니바퀴가 맞듯이 완벽하게 채워주셨고 나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 자리를 되찾아 주셨다. 나의 변화는 큰 이슈가 되어 많은 분들도 예수님을 만났다.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나리라(단12:3)."

지금도 주님이 버거운 한 가정을 붙여 주신다. 이민 와서 윤리적으로 정서적으로 망가져 피폐의 끝자락에 놓인 가정이다. 이 비누가 내게 교훈한다. 자기처럼 계속 닦여주다 보면 분명히 그들은 깨끗해진다고! 그래. 주님이 보여주신 희생과 사랑을 천국 갈 때 까지 또 살아내자. 다 쓰고 남아 버림받은 비누조각, 작가는 그들을 갤러리의 중앙에 빛나게 모셨다. 우리도 사명 완수하고 천국에서 주를 뵈올 때 천국 로비에 '내 모습 그대로' 전시해 주실 것이다. 누가 많이 쓰였나를 저울질 않으시고 사명 감당한 그 자체를 동일하게 칭찬해 주시리라.

...나중 온 이 사람에게 너와같이 주는 것이 내 뜻이니라(마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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