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의 매서운 겨울바람
어촌의 매서운 겨울바람
  • 남광현
  • 승인 2023.01.2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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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엔 유독 눈도 많고 바람도 매섭다. 덩달아 필자의 마음도 지치고 냉랭해진다. 20년 어촌 지기로 살아오면서 이처럼 무기력함에 빠지기는 처음이다.

“하나님께서는 왜 나를 이곳에 두셨는가?”

“왜 이곳에서 20년을 머물게 하시는가?”

“왜 나와 함께하는 이들이 삶의 가치를 소홀히 여길까?”

매년 경험하는 겨울이어서 별다른 느낌 없이 또 한 철을 대비하고 살아가야 하겠구나 싶었는데 호되게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처럼 어촌의 풍경은 저리다 못해 아리기까지 하다. 이유 없이 힘들어하는 목사의 마음을 아시는 듯 연초부터 교우 가정에서 심방 요청을 한다. 감사하다. 그렇게 말씀 준비하고 요청한 심방을 하면서도 여전히 앞에 던져진 질문들은 필자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무겁게 했다.

주일예배를 드리고 나서 재정을 보는 집사님이 건네는 이야기 속에 한겨울 목사의 마음이 왜 이래야만 했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목사님, 00카페 아시지요…….”

“그럼요, 저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커피 제자인걸요,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하고 창업 컨설팅까지 해 드렸는데요.”

“예, 그랬지요.”

“왜 카페에 무슨 일 있었나요?”

“……. 목사님은 그 소식을 못 들으셨나 봐요?”

“무슨 소식을요?, 카페에 불이 났나요? 그 건물 인수하고 카페 창업했는데?”

“아니요, 그분 돌아가셨어요.”

“왜요?, 혹시 혈압이나 지병이 있었나요? 나는 몰랐어요.”

“아니요, 이런저런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대요.”

“아이구, 참 어쩌나요”

“그럼 00네 소식도 모르시겠네요?”

“누구요?”

“목사님께 바리스타 교육받은 사람의 남편이에요 이제 40되었는데? 00네 집이요”

“아, 알지요. 교육받을 때 애가 어려서 고생하기도 했지만 재미있게 자격증 과정을 했었기 때문에 기억하지요 그 가장에도 어려움이 생겼나요?”

“거기도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내요…….”

2주 사이에 교회 근동에서 이런 일이 겹쳐 일어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기력함으로 인해 힘들어 했던 이유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교회의 역할과 목사의 사역이 지역에서 선한 영향력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생각이 늘 우선하는 필자에게 그 소식은 안타까움을 넘어 무기력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카페를 창업하기 위해 열심을 냈던 분이었고, 어린 아이를 내어 맡기고라도 교육에 참여하려 했던 분의 마음을 헤아리며 아이를 돌봐 주었던 남편으로 기억되는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삶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고 어촌에서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하려 했던 사람들이며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었건만 어찌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교회 마당에서 어촌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며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이 바람만큼이라도 복음이 전해졌다면 그들의 선택이 달라지지는 않았을까?

복음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설 명절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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