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주현절기,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2023년 주현절기,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이정순
  • 승인 2023.01.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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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영국 화가 번-존스(Edward Burne-Jones)가 그린 ‘동방박사의 경배’ /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코몬스

기독교 절기력에 의하면 새해에 가장 먼저 맞이하는 ‘주현절’이라는 절기가 있다. 이날은 성탄 후 12일째 되는 날인데, 올해는 1월 6일이다. 보통 1월 2일∼8일 사이에 들어 있는 주일을 주현절로 지키기도 한다. 주현절(主顯節, Epiphany)은 공현절, 주님 공현 대축일, 신현 대축일 등으로 부른다. 주현절에서 ‘주현’(ephipany)”은 그리스어 ‘에피파니아’(epiphania, 나타남, 현현)에서 그 뜻이 유래되었다. 주현절은 동방의 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 여정을 떠난 후 마침내 별의 인도를 받아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수께 드려 경배를 드렸던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신학적으로는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예수그리스도로 나타나신 성육신의 사건을 기념하는 중요한 날이다.

성서에서 동방박사 이야기를 다루는 곳은 특이하게도 마태복음 2장이 유일하다. 이곳에서는 동쪽에서 박사들이 예수가 탄생한 후, 베들레헴에 머물던 예수의 가족들을 방문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이방인 경배자들이 먼 동쪽 나라에서 찾아와서 예수를 경배했다는 보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온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다.

17세기 스페인 화가 무릴로(Bartolomé Esteban Murillo)가 그린 ‘동방박사의 경배’/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코몬스

우리말 성경에는 ‘박사’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영어 성경에는 ‘현자’(wise men)라고도 번역되어 있다. 우리 말로 박사로 번역된 박사의 원어인 그리스어 ‘마고스’(magos)는 원래는 점성가라는 뜻이다. 이렇게 볼 때 그들은 별을 연구하던 학자들이었던 것 같다. 천체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고대인들은 별을 통해 신이 운명을 알려준다고 믿었다. 때문에 하늘에 메시아의 탄생을 예언하는 별이 나타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단지 이 사실을 깨달은 데서 그치지 않고 이들은 직접 긴 여행을 통해 경배하러 찾아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교회 절기력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한국 개신교회는 주현절보다도 송구영신 예배나 신년예배 등이 더 중요한 전통으로 자라 집고 있지만 다른 기독교 문화권에서 주현절은 성탄절만큼이나 중요하게 지켜진다. 예를 들어, 남미 파라과이의 성탄절은 12월 25일에 끝나지 않고 1월 6일에 가야 끝이 난다고 한다. 주현절인 1월 6일을 이들은 ‘동방박사의 날’로 지킨다. 사람들은 주현절 전날 밤에 동방박사 차림을 하거나 동방박사의 형상을 들고 마을 이곳저곳을 돌며 사탕이나 작은 선물을 전하며 축하 행진을 한다. 모든 사람들이 선물을 나누는 축제의 시간인 것이다. 평소에는 예배에 잘 참석하지 않던 사람들도 이날 만큼은 교회에 나가 성만찬을 함께 나누며 예배를 드린다. 파라과이의 어린이들은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보다도 이날 선물을 받는다. 어린이들은 1월 5일 밤에 창문에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다. 동방박사들이 그날 밤에 선물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집 마당에는 동방박사들이 타고 온 낙타들이 먹을 수 있도록 정성껏 물과 풀을 준비해서 놓는다. 부모들은 동방박사들을 대신해서 5일 저녁 아이들이 잠든 사이에 선물을 놓는다. 성탄절 산타 할아버지가 동방박사로 대체된 것이다.

불가리아에서 정교회 사제들이 주현절 행진을 하는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코몬스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설기만 한 주현절기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태어나심을 기념하는 성탄절과 함께 다시 한번 성육신의 진리를 마음에 되새기고 함께 경배하고 축하하는 중요한 절기이다. 누가복음에서는 당시 가장 낮은 계층이었던 유대인 목자들에게 예수 탄생의 소식이 전해졌고 이들이 아기 예수께 찾아가 경배한 얘기가 나온다. 반면에 주현절의 주인공들인 동방박사들은 이방인들로서 왕과 같은 높은 계층의 사람들이었다. 서로 상반된 민족과 계층이 예수 탄생 소식을 듣고 찾아가 경배를 드린 것이다. 이렇게 예수 탄생의 소식은 유대인들과 이방인, 목자들과 동방박사들 모두를 위한 복음이었다. 예수야말로 모든 이들을 하나님 나라 복음으로 초대하여 하나 되게 하시는 참된 구세주였다. 예수야말로 세상 모든 자들, 아니 온 세계를 위한 구세주였다. 특정한 부류나 사람들만이 그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특정한 부류나 사람들만이 그를 경배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목자들과 동방박사, 유대인과 이방인, 세상의 높고 낮은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예수 탄생을 축하하며 그에게 경배하기 위해 나아 왔다고 성서는 보도한다. 이런 점에서 주현절의 가장 큰 의미는 동방 박사들처럼 온 인류를 위해 메시아가 되신 예수 그분을 기억하고 그분께 무릎을 꿇고 경배드리는 데 있다. 그분이 오신 참된 의미를 세상에 알리고 삶으로 살아내겠다고 다짐하는 데 있다.

또한 멀리 동쪽에서 아기 예수를 찾아온 박사들의 발걸음을 별이 인도했다고 성서는 보도한다. “그들은 왕의 말을 듣고 떠났다. 그런데 마침 동방에서 본 그 별이 그들 앞에 나타나 그들을 인도해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에 이르러서, 그 위에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무척이나 크게 기뻐하였다.”(마 2:9-10). 진리를 찾는 여정에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깨닫게 하는 감격스러운 구절이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고대 세계에 참 진리이신 예수님을 찾아 거룩한 여정을 떠난 그들을 하나님의 별이 인도하셨다는 것이다. 온갖 고난과 희생을 마다 않는 이 거룩한 여정을 하나님은 결코 외면치 않으셨다. 다시 말해, 진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면 언제든 인도하시며 마침내 그 진리를 찾게 하신다는 것이다.

핀란드 어린이들이 주현절을 축하하며 동방박사 세 사람으로 분장한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코몬스

하나님이 육신이 되어 나타나심을 축하하는 이 주현절기는 올해도 어김없이 진리를 향한 영적 여정을 계속할 모든 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된다. 진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어떤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동방박사를 이끌었던 하나님의 별이 함께 하시리라. 먼저 어두웠던 내 마음에 빛 되신 주님이 탄생하고, 절망과 슬픔과 고통이 있는 곳에 사랑과 기쁨과 희망의 주님이 탄생하기를 기도한다. 무엇보다 올 한 해 별을 보고 걸어가며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폴란드의 광장에서 아이들이 주현절을 축하하는 모습/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코몬스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중략)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 눈 내리는 보리밭 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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