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카 목사를 아셨어요?
우리 조카 목사를 아셨어요?
  • 남광현
  • 승인 2022.12.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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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어촌교회로 부임하고 얼마 후부터 자연스럽게 알게 된 권사님이 최근 이명하여 오게 되었다. 개인적 사정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도시와 달리 좁은 시골살이에서 교회를 옮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권사의 직분을 가지고 수십 년을 섬기던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목회자가 떠나기를 몇 차례, 스스로 열심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며 십자가를 지고 예배당을 지켜왔던 분으로써 큰 결단을 한 것이다.

필자의 목회 철학도 기존 교인들(이미 지역교회에 적을 두고 있었던 성도들)이 지역 내에서 수평 이동하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입장이라 근 20년 동안 오겠다는 사람들을 돌려보내는 것이 일반이었다. 따라서 우리 교회 교우들도 외지에서 이사 오던지,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경우 아니면 전도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었다. 이런 이유로 필자의 교회는 20년 동안 이명하여 온 교우가 단 1명밖에 없다. 이 권사님이 두 번째 이명자가 된 것이다. 이명을 허락하게 된 계기는 과거에 그 교회를 담임하면서 권사님과 신앙생활을 함께했었던 선교사 내외분의 조언 때문이다. 이 선교사 내외분은 필자가 14년 전 큰 사고를 당했을 때 친 가족처럼 도움을 주었던 분들로, 한국에서의 목회를 정리하고 해외선교사로 제2의 목회를 시작한 늦깎이 선교사이기도 하다.

필자의 사모가 권사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매우 조심스러워 어렵다는 말도 못하는 상황에서 잠시 귀국한 선교사 내외분을 만날 수 있었고 이런 상황을 전하게 되었을 때 그 집안의 최근 소식을 전해 주면서 본인의 신앙을 살펴야 할 때라고 알려 주었으며, 담임 목사와 잘 상의가 되면 이명을 받아 주는 것도 좋겠다고 말해 주었다. 말인 즉, 권사님 조카분이 감리회 목사인데 새벽예배 차량운행 중 인사사고가 있었고 그 죽음에 대한 책임감으로 매우 힘들어 했었으며 결국 몸에 이상이 발견되어 갑작스런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카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필자 사모를 통해 전했던 권사님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그럼에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왜냐하면 지역에 있는 교회의 규모들이 한, 두 교회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고만 고만한데 오랜 시간 교회를 지키던 분이 떠난다면 그 교회 공동체가 느끼는 상실감이 어떠할는지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조기 은퇴를 선언하신 권사님 교회 목사님과 전화통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계신지 물었고 답을 주시는 목사님 역시 서운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목사님, 0권사님요?”

“아, 예 목사님 만났어요?”

“아니요, 아직요, 그런데 권사님께서 목사님 은퇴하시면 교회를 옮기겠다고 말씀드렸다는 말을 저희 사모에게 들었습니다.”

“그래요?, 그렇지 않아도 권사님이 말씀하셔서 내가 떠나도 교회를 지켜달라고 말했는데 가신다고 하네요. 허허허, 어쩐데요 할 수 없지”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목사님, 오신다고 하면 잘 맞아 주세요, 참 좋은 권사님인데 안타깝지요…….”

말끝을 흐리는 목사님께 더 이상 다른 말씀을 드릴 수 없었다. 목사님께서 후배에게 강단을 넘겨주고 교회를 떠난 다음 주 새벽부터 필자가 섬기는 교회로 걸음을 한 권사님은 오래전부터 섬겨 오셨던 분처럼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신다.

권사님의 이명 소식에 놀라는 교우들이 많았지만 몇 몇 교우들은 오히려 건네는 인사가 달랐다.

“권사님, 나 아시잖아 아직은 잘 못나와 그래도 부탁해요”

“그럼 우리도 장사할 때 주일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웠었는데, 염려하지 말어”

“그래요, 감사해요”

“권사님, 잘 오셨어 우리교회도 좋아, 평안해”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나서는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며 소천한 조카 목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짧게 전할 때 권사님의 안타까움이 건네 오는 말씀가운데 절절히 묻어 있었다.

“목사님도 우리 조카 목사를 아셨어요?”

“그럼요, 선배 목사님이신데요”

“참 좋은 목사였는데……. 뭐라 말할 수 없어요, 너무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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