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없는 사람 아브람
뇌 없는 사람 아브람
  • 이구영
  • 승인 2022.12.0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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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어보면 어느 날 하나님께서 아브람의 아버지 데라를 부르신 듯합니다.
‘너 거기서 계속 살지 말고 가나안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
바벨탑 사건 후에 하나님을 떠나 살고, 자기들끼리 내 소견에 옳은 대로 살던 사람들 중에 그나마 믿음으로 살려했음직한 사람 데라!! 그는 이 말씀에 순종하여 이사를 결정합니다. 우르에서 가나안까지는 1800km가 넘는 길인데 어림잡아 15일 정도 지난 후에, 중간 지점인 하란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도착해보니 지치고, 힘들고 하란이라는 도시가 살만해 보였습니다. 죽은 막내아들의 이름과 똑 같은 도시입니다. 도시 이름도 하란! 죽은 아들의 이름도 하란! 가슴에 뭍은 아들을 생각하며 데라는 그냥 그곳에 살고 싶어 합니다. 하나님께서 가나안으로 가라고 하셨지만 그냥 거기서 살고 싶었습니다.
[창 11:31-32] 31 데라가 그 아들 아브람과 하란의 아들인 그의 손자 롯과 그의 며느리 아브람의 아내 사래를 데리고 갈대아인의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하더니 하란에 이르러 거기 거류하였으며
‘거류했다’는 말은 ‘정착했다’는 말입니다. 잠시 머물러야 했던 정거장 같은 도시가 종착지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에 큰 아들 아브람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노아의 후손이고, 그중에도 믿음의 사람 셈의 후손입니다. 내려오는 복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야 함도 배운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아버지 데라가 이상해졌습니다. 떠나라는 말씀을 듣고 떠났던 아버지가 종착지가 아닌 정거장 같은 곳에서 머물러 살려고 하셨습니다. 만류해도 들으시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깊어가는 아브람!

이런 상상을 해 보셨나요?
제가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든다면 이런 컨셉을 잡을 것 같습니다. 믿음의 가문에서 태어나 믿음의 아버지 밑에서 살았는데 아버지가 나이가 들어가실수록 믿음에서 떠나려 할 때 고민하는 아들의 아픔! 아들의 슬픔! 그렇게 아브람은 믿음을 잃어버려가는 데라는 아쉬워합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하나님이 싫어하시는데... 그렇게 고민이 깊어가던 어느 날 아브람에게 하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창 12:1-5] 1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냥 아브람을 부르셨다고! 그랬더니 아브람이 그냥 출발했다고...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은 우리들에게 충분한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아브람을 하나님께서 어여삐 보시고 찾아가십니다.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이지요...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 싶은 사람이지요... 데라는 70세에 아브람을 낳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아브람을 부르실 때 아브람의 나이가 75세 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때 아버지 데라의 나이 145세! 그 아버지를 남겨두고 아브람은 하란을 떠납니다.

75살 나이에! 여행이 쉽지 않고, 두려움이 커지는 나이에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해서 출발을 합니다. 여기에 아브람의 큰 매력이 있습니다. 참 닮고 싶은 모습입니다. 아무 생각 없는 아브람!! 떠나면 아버지 데라는 어떻게 해요? 또 아브람도 당장 잠을 잘 곳과, 먹거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나버리면 얼마나 불안했을까요? 강도의 위협, 강의 위협, 산짐승의 위협을 무릅쓰고 떠날 수 있을까요? 돈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안전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재미가 보장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짐 싸라고만 하셨습니다. 목적지를 정해주지도 않으셨습니다.

영어성경 NIV는 이렇게 말합니다. go to the land I will show you. 아직 보여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일단 출발부터 하라고 하십니다. 히브리어 원어도 그런 뜻입니다. 떠날 것은 명령하셨지만 목적지는 구체적으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개역한글판 성경에는 ‘보여 줄 땅’ 이라고 번역했는데 원어에서는 ‘보여 줄 바로 그 땅’ 이라는 뜻입니다. 과거 네 아버지 데라에게 보여주었던 바로 그 땅! 위치는 정확하지 않지만 일단 출발하면 내가 인도해 갈 그 땅입니다. 참 대단한 믿음입니다.
[히 11:8]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의 유업으로 받을 땅에 나아갈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
갈 바를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이시기에 짐을 싸고 출발합니다.

과거에 우리나라 양반사회에는 호가 있었습니다. '송강' 정철 이라거나, '만해' 한용운 이라거나, '다산' 정약용이라거나 하는 이름 앞에 붙는 호! 만약 아브라함에게 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엇이라 지어드릴까요? 저는 그렇게 짓고 싶습니다. 무상 아브람!! 혹은 무뇌 아브람!! 이 사람 뇌가 없습니다. 이 사람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게 지혜롭게 그렇게 똑똑하게 살다가도 주님이 말씀하시면 자기 생각이 아예 없어집니다. 뇌 없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는 딱 한 가지만 대답합니다. 예! 제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떠나라! 예 / 바쳐라! 예 / 떠나 보내라! 예
[고후 1:20] 하나님의 약속은 얼마든지 그리스도 안에서 예가 되니 그런즉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아멘 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되느니라
오늘도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예’ 하다가 아브라함의 복을 누리며 살게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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