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첫 장례식
호주 첫 장례식
  • 서정남
  • 승인 2022.11.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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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중이던 분이 하늘나라로 이사 가셨습니다. 불신자에서 예수님을 영접하시고는 하나님 자녀의 모습으로 바뀌고는 믿음을 견실히 지키고 가셨습니다. 8월 29일에 저와 첫 만남을 갖고 10월 29일에 소천 하셨으니 주님이 제게 60일 간 맡겨 주셨네요.

저는 집도한 장례 중, 가장 잊을수 없는 만남입니다. 고인이 자기 자신을 믿고 살았다고 회개하였습니다. 이제 주님을 믿고 보니 자신의 어리석음을 본다고 했습니다. 그분의 며느리 둘 모두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시어머님께 복음제시를 왜 안 했겠습니까? 거부하시다가 질병을 통해 예수님 영접하시고, 보름 후에 세례 받으시고, 보름 후에 가족 모두 성찬식 하시고, 보름 후에 천국 가셨네요.

그 댁 큰 며느리가 제 대학교 까마득한 후배입니다. 앞의 글에도 언급했듯이 시어머님 투병사실을 제게 알리고 전도를 부탁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매일저녁 가족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머님 완치를 두고 기도하였는데 어머님은 점점 더 위중해지셨단 말입니다? 그러고 돌아가셨단 말입니다? 자제분들 입장에선 이해가 안되는 상황도 됩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작정기도 한달동안 어머님 신앙이 뜨거워지신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10/28일, 저는 그날 문병을 서둘러야겠다고 감정이 요동했습니다. 그래서 이집사님과 병원으로 쫓아갔습니다. 이미 눈에 힘이 없는 상태셨지만 저희를 무척이나 반기며 성의껏 예배에 임하셨습니다. 찬양을 하면서 본인도 박수를 치고 싶었는지 왼손으로 마비된 오른손을 끌고 와서는 왼 손목 위에 X자로 얹고는 박자를 맞춥니다. 그렇게 찬양하다가 아이패드에 왼손으로 적습니다.
"목사님 행복해요"
이 아이패드가 의사소통의 방편이었기에 저는 첫 단어만 써도 환자의 의도하는 문장이 감이 옵니다. 그래서 맞히면 환자는 쓴 글자를 지우고 다음 글자로 넘어가곤 했지요.
"그동안 교회를 (못나가서) 미안해요"
하늘을 가리키며 하나님께 죄송하단 표현을 합니다. 찬양을 하며 두 어깨까지 들썩이며 찬양박자를 맞춥니다. 저희는 옆 입원실에 끼치는 소음을 개의치 않고 땀이 나도록 찬양하였습니다.
아이패드에 또 적습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사돈과 두 분 덕분에 세례" 받아서 감사하다는 맘을 적습니다.
그러고 다음날 떠나셨으니 가장 고통이 심한 시간대였는데도 얼굴은 붉게 상기되고 웃음과 함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서 찐한 신앙고백과 수차례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이 시간이 우리가 함께한 천국환송 잔치였던 것입니다.

그러고는 다음날 퇴원을 고집하셨습니다. 퇴원할 상태가 아니기에 제가 꼭 집으로 가셔야 하겠냐고 물으니까 아주 단호하셨습니다. 결국 다음날 퇴원하셨습니다. 집에 도착하시고는 몇 시간 후 소천하셨다고 합니다. 제게 보낸 마지막 문자가 ‘목사님 찬양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어요! 행복했어요! 사랑합니다!’

자녀들의 주거지에서도 멀지않은 파크에 하관하는 날 날씨도 청명하였습니다. 저는 데살로니가 전서 4장 말씀으로 슬픔에 젖은 유가족에게 울 일이 아니라 고인은 천국에서 너무 행복하고 또 다시 만날 그 기다림의 소망이 우리에게 있다고 위로를 전하였습니다. 돌아오면서 제 후배의 친정어머님이신 이 집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제게도 큰 위로였습니다. 따님이 4년간 다닌 대학이 조금 덜 만족스러웠는데 오늘 비로소 그 맘이 해결되었다고 하십니다. 그 여자대학교에 들어간 게 선배이신 서정남 목사님 만나려는 인연이었나 보며 오늘과 같이 시어머님의 천국행을 도운 사건까지 이른다고 하셨습니다. 참 제겐 이보다 더한 감사의 표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고인은 주어진 칠십년에서 자칫하면 지옥으로 미끄러질 뻔 하셨는데 불과 두 달 전에 천국열차로 신속히 환승하신 주인공이 되셨습니다. 목사를 섬기느라 딸기만한 체리와 키위 만한 딸기를 준비해 두시고 가장 큰 거는 목사님꺼라고 권하시던 그 손을 주께서 받으시고 상급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합니다.

마지막까지라도 예정하신 영혼은 꼭 찾으시는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립니다.

"내가 하나님의 열심으로 너희를 위하여 열심을 내노니 내가 너희를 정결한 처녀로 한 남편인 그리스도께 드리려고 중매함이로다(고후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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