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논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요?
차별금지법 논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요?
  • KMC뉴스
  • 승인 2022.10.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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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시리즈 “길을 찾다”는 신앙의 여정을 걸어가면서 만나는 고민과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기 위해 감리회목회자 모임 <새물결>에서 기획한 것입니다. 이 작업이 목회자와 평신도의 균형 잡히고 건강한 믿음의 바탕을 마련하는데 밑거름이 되고, 예수의 길을 따라가는 그리스도인들의 발걸음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열다섯 번째 연재를 이어갑니다.

차별금지법 논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요?

이진경 교수(협성대학교, 신약학)

교회는 평등공동체를 지향하는 신앙공동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에 관해서는 사회의 분위기와는 너무도 다른 교회의 입장을 볼 수가 있는데요, 반대하는 교회와 찬성하는 교회로 나뉜 이유는 무엇일까요? 차별금지법에 관한 명확한 이해와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하여 교회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신앙인으로서는 어떤 태도와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논쟁의 법안

차별금지법은 2007년 대한민국 제17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되었고 이후 새로 출범하는 국회마다 계속 발의되고 있는 법안입니다. 현재 제21대 국회(2020~2024)에서도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그 목적을 다음과 같이 명시합니다. “이 법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권을 보호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고 공격하는 혐오와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자는 법의 취지는 일견 마땅하고 올바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처음 발의되었던 2007년부터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무엇보다 이 논쟁은 발의된 차별금지법이 차별이 일어나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 대하여 구체적인 예를 적시한 곳으로부터 발생되었습니다.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에서 차별의 이유로 제시된 구체적인 영역은 모두 23가지로 다음과 같습니다.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 등.” 이 여러 항목 중에서 특별히 교회와 관련하여 논쟁을 일으키는 항목은 누구나 알고 있듯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입니다.

논쟁의 쟁점

2007년 10월 법무부가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예고했을 때 이 법안에 제일 먼저 반대의견을 표명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두 개의 그룹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재계와 교계였습니다. 먼저 재계는 차별금지 조항 중 ‘학력’과 ‘병력’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조항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막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동시에 많은 기독교 단체들은 ‘성적지향’ 항목을 삭제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이 조항이 동성애를 허용하는 법안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결국 어떻게든 논란을 피해가려던 법무부는 입법예고 한 달 만에 성적지향을 포함하여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등 7개의 항목을 원래의 법안에서 삭제하고 말았습니다. 처음의 시도부터 차별금지법은 만만치 않은 진통을 겪은 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처음의 진통은 지금까지 치열하게 이어지는 모든 논쟁의 시발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거의 1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당시 삭제되었던 항목들 중 6개의 항목에 대해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에 도달했거나 논쟁의 관심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성소수자와 관련된 항목만은 꺼지지 않는 용광로처럼 여전히 불타는 논쟁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습니다.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된 차별금지법 논쟁은 사회전반에서도 치열하지만 특별히 교회와 관련되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 중 그 누구도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찬성할 것이지만 차별의 영역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조항 중 성소수자와 관련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련해서는 교회 내에 많은 우려와 반대의견이 존재합니다. 우려와 반대의견을 살펴보기에 앞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보자면 ‘성적지향’이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무성애 등 성적인 끌림에 관한 것이고, ‘성별정체성’이란 시스젠더, 트랜스젠더 등 자신의 성별에 관한 인식과 표현에 관한 것입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은 엄연히 다른 범주이나 보통 사회적으로는 필요에 따라 ‘성소수자’로 한데 묶어 바라보곤 합니다. 바로 이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금지를 차별금지법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야말로 지금 교회 내에서 가장 뜨겁게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안입니다.

교회 내의 논쟁

이 논쟁에 있어 무엇보다 강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한국의 모든 그리스도교 교회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과격한 반대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에 한국의 모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차별금지법에 성소수자들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듯하지만, 실제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와 법안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교회 안에서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입니다. 따라서 먼저 반대와 찬성의 의견에 대해 각각의 주장과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반대의 이유는 신앙적인 이유입니다. 반대하는 이들은 성경에 등장하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묘사를 근거로 성소수자들, 좁은 의미로는 동성애자들이 명백하게 성경에 죄인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은 만일 차별금지법에 성소수자들이 포함될 경우 이 죄인들의 세력과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염려합니다. 죄인들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면 사회의 윤리적 타락은 필연적일 것이기에 반대론자들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최소한 성소수자들에 대한 조항만큼은 삭제되도록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에 반해 찬성의 이유는 간단히 말하자면 사회적인 이유입니다. 신앙적이 아니라 사회적이라고 분류하는 데에는 우선 찬성론자들 사이에서 신앙적으로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입장, 즉 동성애를 죄가 아니라고 간주하는 입장과 동성애를 죄로 간주하는 입장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동성애가 하나님 앞의 본질적인 죄가 아니라고 믿는 입장의 사람들은 성소수자들을 죄인으로 묘사한 성경의 구절을 시대적 한계와 문화적 한계를 지닌, 순수한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사람의 뜻이 덧칠해진 구절로 이해합니다. 이들은 동성애자들을 죄인으로 규정한 성경의 말씀을 교회에서 여자는 잠잠해야 하며 가르칠 수 없다는 성경의 말씀(딤전 2:11-12)과 비슷한 성격의 것으로 이해합니다. 즉, 이들은 지금의 교회들이 성경에 명백하게 명시된 여성의 가르침 금지 명령을 구시대적 인습으로 간주하여 아무 거리낌 없이 여성들을 교사로 세우고 교회에서 가르치게 하는 것처럼, 동성애자들을 죄인으로 규정한 것 역시 비슷한 구시대적 잔재로 간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처럼 동성애가 신앙적으로 죄가 아니라고 믿는 찬성론자들에게 차별금지법의 성소수자 항목은 다른 항목들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 마땅히 법안에 포함되어야 할 항목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그리스도인들 중에서도 동성애를 죄로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반대론자들처럼 동성애를 성경적인 죄로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차별금지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들이 차별금지법이 지니는 사회적 성격의 의미를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비록 동성애가 신앙적으로는 죄라 할지라도 이 죄는 살인이나 상해처럼 사회 안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회적 범죄는 아니기에 동성애자들이 사회 안에서 동성애자임을 이유로 폭력의 대상이 되거나 사회적인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종교적으로는 죄인이라 할지라도 아무나 함부로 이들에게 돌을 던져 해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이처럼 찬성론자들 사이에서도 동성애를 죄로 보는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들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성론자들에게는 공통적인 관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동성애 문제에 있어 종교적인 차원과 사회적인 차원을 구별하고 차별금지법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보려고 하는 경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찬성의 이유를 사회적인 이유라고 부른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서구권의 교회들에 비해 다소 늦기는 했지만 성소수자에 관한 문제는 이제 한국의 그리스도교 교회 안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교단들 사이에서도, 한 교단의 개 교회들 사이에서도, 한 교회 안의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합니다. 동성애를 비롯한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소수자들을 하나님의 진리에 비추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교회는 이들과 이들의 신앙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이들을 죄인으로 간주하든 아니든 이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차별에 대해 교회가 어떠한 입장과 태도를 지녀야 할지,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고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가장 치열하게 논쟁이 펼쳐져야 할 주제가 이상하리만큼 토론되지 않습니다. 다른 입장에 대한 원색적이고 위압적인 공격만 난무할 뿐 서로의 복잡한 견해와 입장을 살펴볼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 사정에는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오해 역시 크게 한몫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법을 둘러싼 오해들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회 내의 건강한 논쟁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과장되거나 곡해된 주장들의 사실관계를 검토하는 일일 것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 반대론자들은 차별금지법을 동성애옹호법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차별금지법이 겉으로 보기엔 동성애자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성애를 조장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동성애를 죄라고 간주하는 교회의 교리 역시 차별로 간주될 것이며, 더 나아가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 역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종교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할 것이라는 염려는 흔히 들리는 다음의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는 목사는 처벌을 받을 것이다.” 또한 동성애자들에 대한 보호가 결국은 동성애옹호법으로 발전하여 마침내 동성결혼까지 합법화하게 될 것이라는 염려는 다음의 구호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를 맞을 수는 없다.” 아마도 이 두 주장은 교회가 가장 염려하는 지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두 주장은 ‘사실관계’에는 들어맞지 않습니다.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차별금지법은 그 적용의 범위가 4개의 영역, 즉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용, 교육, 행정서비스 제공·이용 등으로 분명하게 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범위가 아닌 곳에서는 차별금지법의 영향이 미칠 수 없으며, 대부분 교회가 우려하는 종교적 표현의 자유는 이 4개의 영역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결정적인 것은 차별금지법에는 차별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쉬운 말로 하자면 차별금지법이 시행된다 하더라고 이를 무시하고 차별을 행했다 하더라도 감옥에 가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동성결혼의 합법화 문제 역시 차별금지법과는 전혀 다른 논제입니다.

물론 차별금지법이 완벽한 법일 리는 없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법은 없으며 모든 법에는 맹점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 역시 법리나 적용 범위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합리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모든 법이 그렇듯 차별금지법 역시 보완해야 할 점이 분명이 있을 것이고, 보다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바른 정보에 근거한 비판으로만 가능합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교회는 바른 비판을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세상 속에서 교회가 선지자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소란스런 소리들 가운데 거짓 소리들을 가려내고 바른 소리들을 골라내는 노력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법의 핵심

기본적으로 차별금지법의 핵심은 그것이 처벌법이 아니라 보호법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보호는 사회적 불이익에 관한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 등’을 근거로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가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법안입니다. 엄밀하게 말해 차별금지법은 23가지 항목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차별적인 생각이나 태도를 표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아니라, 23가지의 이유를 근거로 그들에게 실제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인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은 실제적 불이익의 금지 영역을 다음 4가지로 한정합니다. ⓵고용 ⓶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⓷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⓸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 즉, 차별금지법은 이 4가지 영역에서 위에 언급된 23가지의 이유로 제한, 배제, 거부 등의 실제적인 차별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 하는 법안인 것입니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본다면 이 법안은 업무상 능력과 전혀 상관없이 단지 남성(=성별)이라는 이유로 해고하거나(=⓵고용), 외국인(=출신국가)이라는 이유로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 하게 하거나(=⓶재화·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고아(=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라는 이유로 교육기관 입학을 거부하거나(=⓷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무정부주의자(=사상 또는 정치적 이유)라는 이유로 재판 절차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⓸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법인 것입니다. 이처럼 차별금지법은 일부 영역에만 적용되는 매우 좁은 영역의 법안이며, 교회나 공공장소 등에서의 종교적 표현은 차별금지법이 정하는 범위에 해당되지도 않습니다.

결국 차별금지법의 이념은 사회의 구성원인 ‘모든’ 시민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그리스도교인 반대론자들은 위의 항목 중 ‘성적지향’만 뺀다면 차별금지법을 찬성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하곤 합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은 그 의견에 난색을 표명합니다. 왜냐하면 반대론자들의 그런 의견은 법안의 근본정신을 뿌리부터 부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위에 제시된 항목 중 어느 하나를 뺀 채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그 사실은 그 제외된 항목에 관해서는 차별해도 상관없으며 그들에게 사회적 불이익을 가해도 괜찮다는 차별에 대한 암묵적인 승인을 의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차별금지법 자체에 대한 부정입니다. 찬성론자들이 반대론자들의 부분 삭제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다음의 구호가 적용됩니다. “평등에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평등이 아니다.”

사회법과 교회법

앞서도 말했듯이 차별금지법에 대하여 현재 교회의 의견은 뚜렷하게 양분되어 있습니다. 찬성과 반대의 의견은 가능한 모든 근거를 동원하여 첨예하게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중 반대의 목소리는 보다 과격한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회는 세상 속에서 세속적인 영향력을 현저히 키워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강력한 반대운동은 그 세속적인 힘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행사합니다. 법 실행의 주체인 국가 역시 이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적지향’을 중심으로 한 교계 반대론자들의 반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일각의 주장처럼 특정한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장려하는 법률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또한 평등법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 보장과 배척 관계에 있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정치인들이나 국가가 눈치를 볼 만큼 교회의 세속적 권력은 심대하게 커졌습니다. 하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특별히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교회는 지금 모든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교회가 세상 속에서 보여준 부끄러운 모습들을 생각해볼 때 세상이 교회를 지켜보는 시선이 호의적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사회 내에서 벌어지는 그 어떤 불의와 불평등, 혐오와 차별의 상황에 대해서도 교회가 지금처럼 합하여 크고 강력한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는 사실 역시 이 곱지 않은 시선의 또 다른 이유가 됩니다. 교회가 세속적인 권력을 지니고 행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교회가 내는 반대의 목소리가 비그리스도인들에게는 자기 종교의 교리를 근거로 평등법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목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더욱 더 지금은 교회가 지닌 큰 힘을 올바르고 지혜롭게 사용해야 할 때입니다.

정리하자면 차별금지법은 사회 내 모든 구성원들을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입니다. 여러 교회 안에서 성소수자들이 여전히 죄인으로 간주될지라도 그들이 사회의 구성원인 동료 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신앙적으로는 죄인일지 모르나 그것이 시민으로서의 그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배제할 수 있다는 근거는 될 수 없습니다. 동성애와 죄의 문제가 교회 내에서 아무리 뜨겁게 논쟁적일지라도 이것은 교회 내의 문제로 다루어야 할 사안입니다. 차별금지법에 반대를 하더라도 그것이 ‘동성애는 성경이 말하는 죄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는 곤란합니다. 차별금지법은 교회법이 아니라 사회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교회와 사회가 분리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교회의 법이, 세상에서는 세상의 법이 지배합니다. 차별금지법이 사회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불이익에 관한 것인 만큼 교회는 이 법안을 사회법의 차원에서 인식하고 다루어야 마땅합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차별금지법에 대해 가장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교계의 연합회조차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성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것에 동의하지만, 동성애를 정상화 혹은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이 말에서 교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후자가 아니라 전자입니다. 차별금지법은 후자에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차별금지법을 신앙의 맥락에서가 아니라 사회의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성애자 그리스도인에 대한 교회의 이해와 태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회 내의 뜨거운 논쟁은 부차적으로 교회 안에서의 동성애와 성소수자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지금까지는 한국 교회 내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분야가 지금은 가장 중요한 교회의 이슈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 교회는 서구의 교회들이 이미 심하게 겪은 진통을 서서히 겪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과 관련하여 이제껏 한국 교회는 동성애와 죄의 문제를 철저히 교회 밖 외부 문제로 인식하고 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교회가 동성애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어야 할 대상은 교회 밖에뿐 아니라 교회 안에도 있다는 사실이 함께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성소수자들은 동료 시민으로서뿐 아니라 동료 그리스도인으로서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동성애자인 채로 그리스도인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회가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의 문제는 어쩌면 교회 밖의 동성애 문제보다 훨씬 본질적이고 보다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로 믿고 고백하는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을 믿습니다. 이 ‘모든 사람’에서 동성애자들은 제외된다고 말할 사람은 감히 없을 것입니다.

교회 내의 동성애자 그리스도인의 문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우리는 열심히 연구하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진심으로 기도하며, 하나님의 답을 구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고민의 시작을 위한 복음주의 진영의 책 한 권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성경은 무엇을 말하며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두 가지 견해』는 네 명의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상반되는 의견을 전개하는 책입니다. 저자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그리스도에 대한 신실함 가운데 동성애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벌입니다. 동성애와 관련된 성경의 모든 본문과 해석을 다룬다는 점에서도, 그리고 어느 한 쪽으로 쉽게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와 관련하여 좋은 출발점을 제시해 줄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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