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12
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12
  • 안양준
  • 승인 2022.10.0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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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의 죽음

사무엘서가 시작되는 배경에 어느 한 인물의 죽음에 대한 기사가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엘리요, 나이는 98세였으며 그때가 “이스라엘의 사사가 된 지 사십 년이었다”고 소개한다. 그의 사인(死因)은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문 곁에서 목이 부러져 죽은 것인데 나이가 많고 비대한 까닭이라는 추가 설명이 덧붙어 있다.

엘리는 어떤 인물인가?

무엇보다 그가 속한 시대 상황은 사사 시대 말기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와 신앙에서 멀어져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던 한 마디로 종교적 암흑기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이 실로에 모여서 거기에 회막을 세웠으며”(수 18:1)

회막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열두 지파가 모여 살던 광야 시대와 달리 가나안에 들어온 이후에는 실로라는 곳에 회막을 세웠지만 이스라엘 백성 대부분은 실로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고 임의대로 행하던 상황이었다.

그때 사사로서, 대제사장으로서 회막을 지키며 그나마 신앙의 명맥을 유지해왔던 인물이 엘리이다.

성품적으로도 그는 별다른 사심이 없는 고상한 인격을 갖춘 인물이다. 엘리라는 이름이 ‘존귀하다’ ‘고상하다’라는 뜻을 지닌 것처럼 개인의 삶으로만 볼 때는 아무런 허물이 없다.

한나라는 여인이 기도할 때 입술만 움직이고 음성은 들리지 않아 취한 줄로 생각했지만 자초지종을 들은 후에 평안을 빌며 기도가 응답되기를 구하는 모습이나 어린 사무엘이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때 바르게 인도할 뿐 아니라 그를 통한 여호와의 메시지에 경청하는 모습 속에서 영적 지도자로서의 자질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그런 엘리의 죽음은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의 죽음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편안한 종말이 아니었다. 그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죽음이었는데 어떤 이유에서 그의 마지막이 그토록 초라하고 비참한 종말이 되었는지를 성경을 통해 알 수 있다.

“엘리의 아들들은 행실이 나빠 여호와를 알지 못하더라”(삼상 2:12)

성경이 말하는 엘리 제사장의 아들들에 대한 평가이다. 사무엘상 1장 13절에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가 여호와의 제사장으로 거기에 있었더라”고 기록하고 있다. 늙은 엘리의 뒤를 이어 그의 두 아들이 제사장으로 사역을 감당하고 있던 때였는데, 그들의 행실이 나쁠 뿐 아니라 여호와를 알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개역개정 성경에는 단순히 ‘행실이 나빠’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개역성경에는 ‘불량자’라고 하였다. 원어 성경에 ‘뻬네 벨리야알’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벨리알의 아들들’이라는 것으로 극악하고 패역하며 무가치한 자들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제사장으로 사역하는 이들이 “여호와를 알지 못하더라”는 표현은 어불성설이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회막에서 제사 드리는 법을 배웠을 터이기에 제사를 받으시는 대상인 여호와를 알지 못한다는 설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런 표현을 쓴 것은 그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업신여기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죄악이 무엇인가?

“그 제사장들이 백성에게 행하는 관습은 이러하니 곧 어떤 사람이 제사를 드리고 그 고기를 삶을 때에 제사장의 사환이 손에 세 살 갈고리를 가지고 와서 그것으로 냄비에나 솥에나 큰 솥에나 가마에 찔러 넣어 갈고리에 걸려 나오는 것은 제사장이 자기 것으로 가지되 실로에서 그 곳에 온 모든 이스라엘 사람에게 이같이 할 뿐 아니라 기름을 태우기 전에도 제사장의 사환이 와서 제사 드리는 사람에게 이르기를 제사장에게 구워 드릴 고기를 내라 그가 네게 삶은 고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날 것을 원하신다 하다가 그 사람이 이르기를 반드시 먼저 기름을 태운 후에 네 마음에 원하는 대로 가지라 하면 그가 말하기를 아니라 지금 내게 내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억지로 빼앗으리라 하였으니 이 소년들의 죄가 여호와 앞에 심히 큼은 그들이 여호와의 제사를 멸시함이었더라”(삼상 2:13-17)

율법에 규정된 제사장의 몫은 ‘흔든 가슴과 든 뒷다리’이다(레 7:34). 하지만 이들은 갈고리에 걸려 나오는 것은 무조건 자신들의 몫으로 취하였고, 모든 제물은 먼저 여호와의 몫인 기름을 제단에 태워 여호와께 드려야 함(삼상 2:16)에도 자신들이 먼저 취할 뿐 아니라 강제적으로 빼앗기까지 한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행위는 여호와의 제사를 멸시한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회막 문에서 수종 드는 여인들과 동침하는” 죄(삼상 2:22)를 범하였다. 그녀들은 제사 후 제기(祭器)를 씻거나 절기 때 노래를 부르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 여인들을 추행하는 행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다.

이러한 그들의 행동의 배후에는 엘리 제사장의 자녀 교육에 대한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에 대해 엘리 제사장이 취하는 행동은 어떠한가?

“그의 아들들이 온 이스라엘에게 행한 모든 일과 회막 문에서 수종 드는 여인들과 동침하였음을 듣고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어찌하여 이런 일을 하느냐 내가 너희의 악행을 이 모든 백성에게서 듣노라 내 아들들아 그리하지 말라 내게 들리는 소문이 좋지 아니하니라 너희가 여호와의 백성으로 범죄하게 하는도다 사람이 사람에게 범죄하면 하나님이 심판하시려니와 만일 사람이 여호와께 범죄하면 누가 그를 위하여 간구하겠느냐”(삼상 2:22-25)

원론적인 내용일 뿐이다. 엘리의 이런 태도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는 사무엘상 2장 27절에 먼저 하나님의 사람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어린 사무엘을 통해 최후 통첩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무엘의 말을 들은 엘리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이는 여호와이시니 선하신 대로 하실 것이니라”(삼상 3:18)

물론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하나님의 심판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엘리의 자세는 본받을 만하지만 만약 그때라도 단호한 조치를 취하였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결국 엘리 제사장의 가문은 몰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모든 잘못은 엘리에게 묻고 있다.

“그가 자기의 아들들이 저주를 자청하되 금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삼상 3:13)

하나님의 사자를 통해 선포된 엘리 가문에 대한 저주는 모두 성취되었다.

1. 네 집에서 출산되는 모든 자가 젊어서 죽으리라(삼상 2:33)
2. 네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가 한 날에 죽으리니(삼상 2:34)
3. 네 집에 남은 사람이 각기 와서 은 한 조각과 떡 한 덩이를 위하여 그에게 엎드려 이르되 청하노니 내게 제사장의 직분 하나를 맡겨 내게 떡 조각을 먹게 하소서 하리라(삼상 2:36)

존귀했던 한 가문이 몰락하는 모습은 하나님을 믿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 교육, 무엇보다 신앙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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