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튀김 한 접시
꽃게 튀김 한 접시
  • 남광현
  • 승인 2022.09.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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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0권사님께서 속회 마치고 꽃게 튀김 해 오셔서 함께 하자고 하시네요?”

“그랬어요, 너무 감사한데 어쩌나, 지금은 못 올라가겠는데”

“웬만하면 올라오세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침식사 후 덤핑이 와 뭘 먹기가 겁이 나는데…….”

“그랬어요, 그럼 어쩔 수 없겠네요, 권사님께 그렇게 말씀 드릴게요”

속회 예배 후 사모가 필자에게 전화해서 건네준 내용이다. 필자가 수술을 하고 아직 회복이 완전치 못해 교우들의 사랑을 온전히 감당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 주 전에도 같은 속회에서 부추 전을 부쳐 나누어 먹는다고 사택으로 가져오는 바람에 아주 맛나게 먹기도 했었는데 이번에는 꽃게를 튀겨 나눔을 하려는 모양새다.

“목사님, 우리 속도원들하고 함께 먹고 싶어서 꽃게 한 접시 튀겨 봤어요, 얼른 오세요.”

“목사님, 저희들 교회 식당에서 먹으려고 해요, 빨리 오세요.”

“어떻게 그래, 목사님 것은 따로 가져다 드려야지…….”

사모의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교우들의 말씀들이 눈물 나도록 고맙게 여겨졌다. 이렇게 행복한 나눔이 가능한 이유는 필자가 섬기는 교회가 서해안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교우들 중 꽃게잡이 어장을 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봄, 가을로 실한 꽃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 식구도 중요하지만 교우들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활 꽃게는 어촌에서도 귀한 몸이 된지 오래다. 꽃게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결코 마음껏 나눌 수 있는 수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아실 것이다. 물론 봄철보다는 가을 꽃게가 영글지 않아 값에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꽃게는 꽃게다. 특히 예년에 비해 올 해는 숫꽃게 살이 제법 실해서 값이 나간다고 한다. 꽃게는 암, 수 구분이 있다. 꽃게를 뒤집어 배를 보면, 암꽃게는 배 중앙부분이 둥글고 넓적하며 숫꽃게는 배 중앙부분이 좁고 길쭉하다. 필자가 거주하는 어촌에서는 가을에 주로 숫꽃게를 선택하고 봄에는 암꽃게를 선택한다. 이유는 하절기를 지나면서 숫꽃게가 먼저 영글어 먹을 만하고 암꽃게는 동절기에 알을 품기에 산란기 이전인 봄철에 그 값이 최고에 이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촌이라도 꽃게 나눔을 한다는 것은 큰 맘 먹지 않고서는 실행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듯이 꽃게가 제철인 이 시기에 함께 예배하는 교우들과 호사를 누려 보려는 권사님의 마음이 감사하다. 사실, 그 권사님 가정에는 물질적 아픔이 큰 흔적으로 남아있다. 누가 보아도 믿음의 가정이라 인정할 만큼 섬기는 것 좋아하고 돕는 일 마다하지 않으며, 힘들어 하는 사람들 외면하지 않고 친구 되어 주며, 어려운 이웃들 조용히 살필 줄 아는 내외인데 이런 성품이 도리어 좋은 일 하고도 욕을 먹는 상황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유는 자신의 형편 처지도 어려운데 남을 생각하고 도와줄 겨를이 어디 있냐는 논리 때문이다. 즉, 자기 앞 가름부터 하고 남을 돕더라도 도와야지 내 코가 석자인데 남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권사 내외는 큰 상처를 입고 한동안 마음의 병을 가지고 지냈으며 지금도 여 권사는 마음껏 헌신하고 봉사하는 일을 주변 눈치를 살피며 주저하고 있다.

그런 권사가 교우들과 나누자고 꽃게를 튀겨 교회로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목사를 찾아 섬기려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내 보였다. 직접 목사를 부르지 못하고 사모를 통해 목사도 자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귀한 것이기에 얼마든지 스스로 목사를 찾을 수도 있을 터인데 오히려 별 것 아닌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표현하는 그 마음이 어떠한지 목사는 읽을 수 있었다.

“목사님, 꽃게 한 접시 튀겨 봤어요, 입 맛 잃으셨다는데 한 번 드셔 보세요.”

꽃게 튀김 한 접시…….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워 절로 손이 가는 귀하디귀한 꽃게 튀김이다. 그러나 필자는 권사의 마음만큼이나 큰 접시를 바라보면서 오히려 가슴 저림을 느끼게 된다.

“주님, 우리 권사님의 아픔을 헤아리시고 치유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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