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아 보이지만...
하찮아 보이지만...
  • 서정남
  • 승인 2022.09.1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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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연구가 변상욱 기자가 호주에서 초청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저의 성화 전시회도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세미나와 같이 진행하였습니다. 주최 측이 같은 이유였습니다. 세미나 마치고 포토존에서 사진 찍을 때 명강사이면 대기인들 줄은 더 길어질 것입니다. 전시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을 감상하고는 작가가 누군가를 꼭 확인합니다.

이처럼 강사나 작가는 늘 주목을 받습니다. 일반 갤러리나 대형 교회들은 그림을 벽에 거는 장치가 되어 있으나 지금 호주에서 저는 주로 교회 전시이다 보니 긴 테이블에 그림을 세워 진열하곤 합니다. 전시 때마다 화두가 되곤 했던, 눈에 잘 뜨이진 않지만 없으면 또 전시가 불가능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받침대입니다. 이젤도 있고, 소형 철재 받침도 사용해 보지만 튼튼하지도 않고 테이블이 플라스틱일 경우는 놓으면 줄줄 미끄러집니다.

수년 전, 서울연회 서초지방 빛교회(양태우 목사) 전시회 때입니다. 대로변에 접한 주차 공간을 전시장으로 쓰려고 이젤위에다 그림을 디스플레이 했더니 바람께서 오셔서 한번 훅 불어주니 그림, 이젤, 죄다 쓰러집니다. 다른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데 한 성도님이 주차장 뒤편에서 말없이 철사를 휘고 자르고 하시더니 들고 오십니다. 일반철사로 만든 받침인데 처음 볼 때 풉 하고 웃음이 나올 정도의 1차적인 디자인이었습니다. 이후에도 그림 설치할 때하다 돕는 분들이 이게 뭐냐고 보며 웃습니다.

그러나 그의 역할이 탁월하기에 선편 이삿짐 깊숙이 넣어 호주까지 가져왔지 않겠습니까?
역시 요놈이 여러 사람을 울립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주,
호주 브리즈번에서 전시회 할 때 입니다. 제가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도우시겠다던 장로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사모님이 계셨습니다. 손수 접이식 테이블을 번쩍 들고와서는 제 의사대로 배치해 주시며 몸을 아끼지 않으시고 말씀도 없으십니다. 화두의 그 철사 받침대를 보시고는 옆으로 밀어두십니다. 그러더니 그림을 세우면서 드디어 고놈의 역할을 알게 되었습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그를 제가 모시고 다니는 이유를 설명하였고 그리고는 본인이 직접 설치해 보시면서 그의 가치를 발견한 것입니다.

초라해 보입니다. 그러나 초라한 자신은 뒤로 숨고 그림만 빛내줍니다.
약해 보입니다. 그러나 어떤 무게의 그림도 자신이 짊어지고선 전시회가 끝날 때까지 사명을 다합니다.
안정감 최고였고 그 존재가 눈에 안 띄게 디자인 된 걸작품입니다.
만드신 분은 빛교회의 김영철 권사님이십니다. 사모님은 귀가하여 남편 목사님께 받침대의 감동을 나누셨나 봅니다. 있는 듯 없는 듯 하며 보기에도 초라해 보이는 흡사 자기를 닮은 그 받침대를 통해 아마 자신도 하나님의 시간대에 보이지 않는 듯 하면서도 목양을 기름지게 하는 존재일 수 있다는 위로와 치유까지 받았다는 내조자의 간증을 목사님께서 설교 예화로 말씀하셨습니다.

강사가 누군가?
작가가 누군가?
화려한 그들 뒤꼍에서 묵묵히 행사를 빛내주는 존재들이 많습니다.
복음 확장에도 보이지 않는 역할들이 유기체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그분들이 실은 주역들입니다.
주님도 그런 분들을 더 눈여겨 보시며, 고맙다 하시며, 큰 보너스까지도 분명히 준비하셨을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더 약하게 보이는 몸의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고전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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