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14] 위드코로나 시대 속 시니어선교사
[특별기획 14] 위드코로나 시대 속 시니어선교사
  • 조유원
  • 승인 2022.09.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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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현지에 맞는 창의적인 사역의 빌더(builder)로서 역할
위드코로나를 위한 제언

50년 전만 하더라도 30세가 넘으면 선교사로 지원할 수조차 없는 선교단체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젊은이가 아니고는 선교 현장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풍토병과 사고, 의료시설 부재의 현지에서 육체적으로 강건하지 않으면 실제 사역이 불가능했다. 통신이나 교통도 그 때는 너무나 열악했었다. “선교사는 젊고 강해야 선교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은 이제 설득력을 잃고 있다. 

21세기, 지금 선교지는 상황이 변화되고 있고, 각 분야의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선교사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평생 사회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종사했던 시니어 자원은 선교지에서 참으로 훌륭하고 유용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현지에 맞는 창의적인 사역의 빌더(builder)로서 시니어들은 모든 방면에서 전문인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시니어선교사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분야를 살펴본다면, 교육 분야에서 대학 교수, 초.중.고 교사, 유치원 교사, IT 관련 기술자와 교사, 장.단기 의료사역, 교회 개척 및 협력사역, 예능 지도(음악, 미술, 디자인)교사, 사무, 시설관리, 비즈니스를 통한 선교사역(음식점, 커피숍, 판매업, 조리사, 식품 가공업, 학교, 학원, 유치원 설립 운영), 농 축산, 건축, 토목, 영상, 미디어 등 다양한 전문 직종들이 선교 사역에 활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회에서 이러한 직업에 종사했던 시니어들은 자신의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활용함으로써 선교지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자 취득에도 유리한 길을 찾을 수 있다.

특별한 전문성이 없는 경우라도 필요한 자격증, 예를 들어 한글교사 자격증 등을 취득함으로써 선교지에서의 사역을 열 수 있다. 대기업의 임원으로 은퇴한 한 시니어 선교사 부부는 특별한 전문성은 없지만, 한국에서 이. 미용 기술을 몇 달 동안 습득하여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그들은 현지 교회를 다니며 노인들이나 어린이들의 머리를 잘라주고 손질해 주는 일을 하면서 현지인들과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시니어들은 자신의 삶에 익숙한 일들과 지식과 경험을 통해 선교지에서도 어렵지 않게 즐겁게 사역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시니어 선교사들은 비교적 자녀 부양의무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젊은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장기 사역을 중도에 포기하는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자녀교육 문제다. 대부분 젊은 선교사들은 자녀들의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많은 시간과 재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특히 열악한 교육환경은 자녀를 가진 젊은 선교사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어려운 문제다. 이슬람지역에서 공교육에 자녀들을 맡길 수 없다. 그들이 학교에서 거의 꾸란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시니어선교사들은 어느 정도 자녀 문제로부터는 자유롭다. 자녀들이 대학생 이상만 되면 일찍 독립시킬 수도 있고, 결혼시킨 후에는 더 자유롭다. 사역지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사역에 전념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다.

시니어 선교사들은 비교적 자비량 선교가 가능한 사람들이다. 젊은 선교사들에게 있어 가장 큰 부담은 사역과 생활, 자녀교육을 위해 필요한 학비와 후원금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것이다. 시니어선교사들은 자녀 양육비나 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고, 선교지에서 자녀들 때문에 큰 집을 구할 필요도 없다. 인생의 후반전을 위해 재정을 잘 준비한 사람이라면 훨씬 안정적으로 사역에 임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교회들의 선교비 지원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것도 간과하지 못할 현실이다. 많은 선교지들이 한국에서 필요한 생활비보다 적게 드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됨으로 오히려 절약하며 살 수 있는 이점도 누릴 수 있다.

시니어 선교사들은 신앙과 대인관계에 원숙한 사람들이다. 물론 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니어선교사들에게는 젊은 선교사들이 갖지 못한 원숙함과 통찰력이 있다. 많은 삶의 우여곡절 속에서 얻어진 안정감 있는 신앙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신학적인 면에서는 목회자 선교사들에 비해 약하지만, 교회에서 제자훈련, 전도훈련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훈련들을 많이 했기 때문에 복음을 전하는 데에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시니어들은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접촉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에서 원숙하며 또한 다양한 인맥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사역에 유익이 될 수 있다.

시니어 선교사들은 순수한 헌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선교사로 헌신하는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그 동기에 있어 매우 순수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 선교사로 결단했지만 현실에 떠밀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가 뒤늦게 헌신하는 분들도 많다. 이들은 이제 젊은 시절을 지배했던 세상적인 성취욕이나 소유욕을 내려놓고 오직 주님을 따라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남은 생을 마치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즐겁게 헌신하는 분들이 많다.
이렇게 시니어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사역할 수 있는 장점들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사역하는 가운데 단점도 시니어선교사들에게 있다. 시니어선교사의 약점과 대책에 관해 언급하려고 한다.

시니어 선교사들에게는 건강, 가정사, 재산관리 등 자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시니어선교사에게 있어 부담스러운 것이 있다면 단연 나이일 것이다. ‘내가 이 나이에 가서 몇 년이나 사역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누구나 한 번씩 가져볼 것이다. 시니어들은 건강, 가정사, 재산관리 등 자주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시니어선교사들이 4년 혹은 6년 마다 안식년을 갖는 것은 무리가 될 수 있다. 시니어선교사들은 1년에 1회 정도 건강 검진 및 여러 가지 개인적인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달 정도의 휴가 혹은 안식월 제도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니어 선교사들에게는 현지 언어 습득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시니어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언어 습득이 용이하지 않다. 그러므로 단기 사역자들은 언어학습 기간을 단축하여 사역지 생활에 꼭 필요한 언어(survival language)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언어만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권하고 사역을 하면서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언어를 익혀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장기로 사역하는 경우는 시니어들도 적어도 1~2년 정도의 현지어 학습 기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역을 시작하게 되면 언어를 익힐 시간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선교지에 가기 전에 한국에 들어와 있는 현지인들을 접촉하여 사전에 언어 교습을 미리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시니어 선교사들에게는 재정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시니어 선교사들의 경우 연금이나 저축, 혹은 후원 등 자비량 선교가 가능한 분들도 있지만, 재정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도 상당이 많다. 또 시니어선교사들은 거의 교회 후원이나 개인 후원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분들도 전혀 선교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선교지에서 자신의 기술이나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일하면서 선교할 수 있는 길도 많기 때문이다. 어떤 선교사는 건축 자재를 생산하는 분들도 있고, 반찬가게를 열어 김치나 김밥,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는 분들도 있다. 비즈니스 선교는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지만 현지인들을 접촉할 수 있는 매개체도 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니어선교사들에게는 많은 장점, 혹은 강점들이 있다. 반면에 시니어들이 선교하기에 어려운 부분들, 약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니어 선교사들은 스스로 이 약점들을 인정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니어 선교사들의 신앙적인 면과 인격적인 면에서 성숙된 모습을 보인다면 비록 약점들, 단점들이 있다 하더라도 서로 좋은 협력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며, 동료 선교사들이나 현지인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시니어선교사들이 인격적으로 갖추어야 할 몇 가지를 든다면 다음과 같다.

선교지에서 시니어들은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할 것인가? 시니어선교사가 사역지로 온다는 소리를 들을 때 그곳 선교사들이 모두 환영의 박수를 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일부 젊은 선교사들이 부담을 갖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들은 시니어들의 고착화된 사고방식이나 권위의식을 지적할 때가 많다. 상하구조적 관계의 사고에 젖은 한국 문화에서는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선교사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시니어선교사는 젊은 선교사들의 부담이 되거나 짐스러운 존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잔소리, 고집, 경험담, 그런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 나이에 관계없이 솔선하여 궂은 일에도 앞장서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섬기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거절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수님께서도 섬기는 자가 큰 자라고 하셨다. 섬김의 본을 보이는 것은 시니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덕목이 될 것이다.

시니어 선교사는 협력자, 조력자의 입장에 서 있어야 한다. 처음 사역지를 가면서 자신이 주도하여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보다는 기존 선교사들의 사역에 합류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사회에서 경험과 지식이 있다고 하여 섣부르게 자기의 경험에 의존하여 기존 선교사들에게 조언이 아닌 참견이 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기존 선교사들에게 배우는 자세로 시작해야 하며, 한 팀이 되어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협력함으로써 좋은 동역 관계를 이룰 때 본인에게도 더욱 보람된 사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시니어 선교사는 피스 메이커(Peace Maker)의 역할을 해야한다. 시니어들이 원숙한 대인관계의 경험과 신앙 인격을 통해 선교지의 화목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면 어떠한 큰 일을 이루는 것보다 보람된 사역이 될 것이다. 선교사들이 선교지를 떠나는 요인 중에 많은 부분이 동료들 간의 갈등 문제 때문이다. 시니어들은 이러한 갈등이 있을 때 피스 메이커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선교사의 어린 자녀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으로 가족적인 분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고국에 떨어져 있는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다면 그들이 성장해서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 안에 늘어나는 시니어를 감안하면 앞으로 5~10년 정도가 시니어선교의 전성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앞으로 시니어선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한 자원들이다. 

한국교회가 시니어라는 이 좋은 자원을 그냥 묻어버리는 것은 마치 자신의 달란트를 땅에 묻어버린 어리석은 자와 같다. 한국교회는 이 동결된 하나님의 자산을 풀어 두 달란트 받은 자, 혹은 다섯 달란트 받은 자와 같이 주인 되신 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위해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럴 때 한국교회는 영적인 활력을 다시 얻고 계속적으로 부흥을 이룰 것이며 하나님의 나라가 속히 이 땅에 이루어질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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