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들의 추모예배 준비
교우들의 추모예배 준비
  • 남광현
  • 승인 2022.08.01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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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교회 계세유?”

“예, 사무실에 있습니다.”

“그럼, 제가 지금 올라갈게유”

“....., 그러세요”

목사의 위치 확인 차 전화를 주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볼일이 있어 전화를 주신 것인지 생각할 겨를 없이 얻는 답이다. 어촌 교회생활 20년차가 되니 이런 전화도 어색하지 않고 당황스럽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무슨 일거리를 가지고 올라오시려나 궁금해지는 것이 재미있다.

“목사님, 담주가 아버지 제사잖아유, 그래서 주일을 안산 동생네서 지켜야겠네유”

“그렇지요, 벌써 4주기가 되시네요.”

“목사님, 이거 보시고 예배 순서지 좀 만들어 주세요.”

“그럴게요, 염려하지 마세요.”

필자가 섬기는 어촌교회의 어느 여 권사님께서 아버님 기일을 준비하기 위해 목사를 만나는 방법이다. 방법이야 어찌되었든 목사의 눈에는 추모예배를 준비하는 권사님의 마음과 정성이 너무 예쁘게 보인다. 우선, 주일에 우리가정이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목사에게 알려주는 것이 예쁘고, 비뚤어진 볼펜글씨이지만 종이에 사회자와 기도자의 이름 그리고 찬송가 2곡을 정성스럽게 적어 내밀며 성경본문은 목사에게 부탁드린다는 그 모습이 예쁘게 보인다. 가정예배를 잘 인도하고 싶어도 배움이 없어 부족하다고 늘 말씀하시던 권사님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시기에 미리 준비하려는 그 마음이 예쁘다.

필자는 매년 말, 다음 연도 탁상 달력에 빨간 펜으로 교우들의 2가지 일정을 기록해 두는 습관이 생겼다. 아마도 어촌교회의 특성이 몸에 밴 탓이 아닌가 싶다. 첫째는 부모의 기일이고 둘째는 생일이다. 지난 주일에도 이런 습관이 도움이 되었다.

“목사님, 아침식사는 하셨어유?”

“그럼요, 주일에는 사모가 조금 일찍 식사준비를 해요. 식사 하셨어요?”

“저희야, 새벽 눈뜨면 먹지유”

“다름이 아니라, 담주 목요일이 제 아버지 기일이잖아유, 그래서 예배 좀 드려주셔야 겠는데 애들이 뭐라고들 하네유”

“무슨 어려움이 있으세요?”

“아니유, 여기는 돌아가신 날 전날 제사를 드리는데 음력으로 그믐이라서 어렵다나 뭐라나 하네유, 그래서 그냥 돌아가신 날인 초하루에 예배드리면 안 되는지 목사님께 여쭤보라고 해서유”

“집사님, 전혀 문제되지 않아요, 자손들이 그렇게 하자고 하면 하세요, 저는 오히려 소천하신 날인 금요일로 알고 있었어요. 집사님, 아무 염려하지 마시고 아드님들께 그렇게 말씀해 주세요.

돌아가시기 전 대학병원 병상에서 마음에 두었던 믿음을 스스로 표현하며 예수 믿기로 결단하고 세례를 받은 집사님의 남편 성도님의 기일을 앞두고 자녀들과 함께 고민했던 내용을 주일 아침 예배시간 전에 목사에게 전해 주신 내용이다.

어촌의 특성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마을에서는 제사의 형식과 절차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지금은 화장제도가 보편화 되어 자주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마을에 장례가 나면 준비된 상여를 사용하네 마네, 상여꾼이 필요하네 마네, 노제를 어디서 지네야 되네, 아니네, 여전히 이야기 거리가 되는 마을에서 추모예배를 준비하는 교우들에게는 매우 신경 써야 할 일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다수의 마을사람들에게 부모 섬기는 일을 소홀히 한다는 말을 듣기 싫은 까닭이고 또 추모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이 더욱 특별한 섬김이라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추모예배를 준비하는 교우들에 관한 필자의 생각이고 이 생각이 바로 어촌교회를 섬기는 교우들의 믿음의 표현방식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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