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2
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2
  • 안양준
  • 승인 2022.07.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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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벨라 굴

창세기 23장에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의 죽음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사라의 죽음과 장례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언급한 반면 사라의 매장지가 된 막벨라 굴을 구입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매우 세밀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장지 구입 사건이 지니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훗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이 그들의 조상이 묻힌 약속의 땅임을 가르침으로 그들이 하나님의 언약 백성임을 알게 하고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약속이 반드시 성취될 것을 확신케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특히 관심을 두는 분야가 부동산 매매라고 할 때 이미 아브라함 시대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부동산을 팔고 사는 사례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브라함이 막벨라 굴을 구입할 때 헤브론에 거주하는 헷 족속에게 공개적으로 매입 의사를 밝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강한 법적 구속력을 갖추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브라함이 헷 족속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을 보면 “나는 당신들 중에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이니”(창 23:4)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믿음의 조상이라 불리는 아브라함의 삶을 간략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서 자기 소개는 나그네일 뿐, 그래서 잠시 거류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성경 전체를 통해 보여주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175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 땅에 살았음에도 아브라함의 삶은 이 땅에 뿌리박고 사는 삶이 아니라 잠시 거류하다가 다른 곳을 향해 떠나는 나그네, 그래서 성경은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빌 3:20)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밭의 소유주인 에브론이 “내가 그 밭을 당신에게 드리고 그 속의 굴도 내가 당신에게 드리되 내가 내 동족 앞에서 당신에게 드리오니 당신의 죽은 자를 장사하소서”(창 23:11)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은 사백 세겔이라는 고가(高價)에 땅을 사들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개인의 탐욕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아브라함은 조카 롯과 공존할 수 없을 정도로 소유가 많을 때에도 거주할 장소에 대한 선택권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소돔 왕이 아브라함의 공(功)으로 취한 물품들을 가지라고 하였을 때 “네 말이 내가 아브람으로 치부하게 하였다 할까 하여 네게 속한 것은 실 한 오라기나 들메끈 한 가닥도 내가 가지지 아니하리라”하며 단호히 거절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창세기 저자가 아브라함의 막벨라 굴 구입 과정을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지리할만큼 길고 세세하게 다룬 이유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이 하나님이 조상들에게 주신 약속의 땅임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성 문에 들어온 모든 헷 족속이 보는 데서 아브라함의 소유로 확정된지라”(창 23:18)

이렇게 해서 에브론의 막벨라 굴이 아브라함의 소유가 된 것이다. 사라의 죽음과 이를 위한 매장지를 구입하는 과정이 기록된 창세기 23장 바로 이전인 창세기 22장에는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아브라함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 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창 22:2)

자기 아들, 무엇보다 사랑하는 외아들을 번제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명령에 순종하였을 때 “네가 네 아들 네 독자까지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창 22:12)는 하나님의 인정(認定)을 받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삭 대신 숫양이 있어 아들을 대신하여 번제로 드렸다고, 그 땅 이름을 여호와 이레라고 하였으므로 사람들이 이르기를 여호와의 산에서 준비되리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삭이 태어난 과정이 어떠했는가? 창세기 18장 11절에 “사라에게는 여성의 생리가 끊어졌는지라”고 밝히고 있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인, 그럼에도 아이가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의 기적의 역사일 뿐이다. 이는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예수께서 태어난 것과 같은 기적이 아닌가?

그렇게 태어난 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했을 때 이를 대신한 숫양은 먼훗날 그 자리에서 인류(모든 이들의 아들 그리고 딸)의 죄악을 대신하여 십자가에 죽임 당하신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삭을 낳은 사라가 죽음 이후 들어간 매장지로서 막벨라 굴...

그뿐 아니라 아브라함, 이삭, 리브가, 야곱과 레아가 매장된 장소. 무엇보다 애굽에서 죽은 야곱을 막벨라 굴에 장사하게 한 이유는 아무 곳에나 매장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사람들의 죽음은 소홀히 취급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은 사백 세겔은 매우 큰 돈이었다. 그럼에도 사라의 매장지, 이후 자손들에게 약속의 땅으로 지칭될 장소를 구입함에 있어 이를 아끼지 않아야 함은 당연하다.

현대에 와서 장례식은 간소화되었다. 이에 따라 가격도 매우 낮아졌음에도 그조차 아까와하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며, 물론 그들의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물질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이 현재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라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고 할 것이다.

처음 믿음의 조상들의 삶의 족적을 기록한 창세기, 아브라함과 사라, 이삭과 리브가, 야곱과 레아가 장사된 곳으로 막벨라 굴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있어 대단히 소중한 곳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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