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가 많아 JEJU에 산다
JEJU가 많아 JEJU에 산다
  • 최광순
  • 승인 2022.07.23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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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USJESU

JEJU가 많아 JEJU에 산다고들 합니다.

그런 JEJU에서

목사였는데 또 다른 목(木)사를 하고 있습니다.

목양도 또 다른 목(木)양을 하는 중입니다.

섬나라 이곳은 나무가 많아서 좋습니다. 난 나무로 인해 목사와 목양을 하고 있고, 생존을 이어갑니다.

며칠 전에는 35년생 향나무 3그루를 잘랐습니다.

"목사님이시죠?" JEJU 삼촌(할머니)이 저에게 전화해

"향나무 잘라줄 수 있나요?" 이제는 토박이 제주분이 먼저 연락해오는 일도 생겼습니다.

단 몇 분 나무를 자르기 위해 뙤약볕 아래 있었는데도 땀이 코끝에서 물방울 떨어지듯이 떨어집니다. 장마로 인해 습도까지 높아 몸으로 체감하는 더위는 살인적입니다. 제주 삼촌이 마당 구석에 있는 뽕나무 한그루를 더 부탁합니다. 순간 ‘짜증’이 덮쳐옵니다. 예상치 못하게 또 1시간 이상 뙤약볕에서 지쳐야 하니까요? 그런데 깎듯이 제주 할머니가 “목사님”이라고 부르는데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복음의 오지인 제주에서 제주 삼촌의 인정도 받지 못한다면 주님 앞에 얼굴도 들지 못할 것 같아서요.

결국 “목사님 같은 얼굴이라면 모두 좋아할 것 같아요”

순간 ‘휴~’ 했습니다. 감사하기도 했고요. 트럭에 나무를 정리해 싣고 돌아오려는 순간 제게 봉투를 내밉니다. 뽕나무 잘라주어 고맙다고요. 향나무가 주인공이 아니라 뽕나무가 주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주에 처음 올 때는 살집도 돈 한 푼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바닷가 폐가 같은 돌담집에서 3개월을 사는 것을 시작으로 이제 5년 차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제주는 저와 인연이 있는 곳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JEJU에는 JESUS가 이미 도장을 찍어놓고 있었습니다. 어쩜 영문단어가 이리도 닮았을까요?

참 비슷하지 않나요?

그래서 이런 로고를 만들었습니다. 보는 이마다 ‘신의 한 수’라고 합니다. 우연히 발견한 이 사실로 내가 제주에 살아야 할 이유가 알게 모르게 생긴 것 같습니다.

요즘 좀 슬럼프가 온 것 같아요. 더운 날씨에 컨테이너 작업장에서 일해도 흠뻑 한 땀에 톱밥과 먼지가 잔뜩 붙어 어려움이 있고, 야외에서는 습함과 햇빛으로 몇 시간 작업도 힘들다 보니 꾀가 난 것 같습니다.

JEJU 성공회 성당을 다녀왔습니다. 교세가 작아 아담하지만 얼마 전 유수암에 예쁜 곳을 골라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예배당이 들어갔더니 떼제찬양이 흘러나오는데 참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신부님과 구수한 대화가 이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목회하던 교회 이름이 구수교회이기도 했군요. 목사인지라 이전의 교회가 그리워집니다. 들어서기만 해도 주님의 임재가 느껴지고, 기도가 절로 나올 수 있는 그런 교회가 그립기도 합니다. 그래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다면 영적으로 빈곤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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