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상품권
지역화폐 상품권
  • 신상균
  • 승인 2022.05.12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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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저녁예배 시간에 건축헌금을 드린 분이 있었습니다. 드린 사람은 ’지역화폐 상품권‘이었습니다. 우리 제천은 제천에서 쓸 수 있는 지역 화폐를 발행했습니다. 처음에는 63만원을 내면 70만원 지역화폐를 주었고, 그 후에는 45만원을 내면 50만원 지역화폐를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지역화폐를 통하여 10%의 할인을 받는 혜택을 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달에는 지역화폐를 바꾸기 위해 사람들이 은행앞에 줄을 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리교회는 매 주일 성도들이 애찬헌금을 드리고, 그 헌금으로 전교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하여 교회에서 점심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애찬 대신 빵과 우유를 성도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계산해 보니 한 주일에 약 30만원정도가 들어갔습니다. 그 때 이 일을 관리한 권사님이 계셨습니다. 권사님은 성도들이 드린 애찬 헌금을 재무부에서 받아 빵과 우유를 주문하고, 빵집에 대금을 지불했습니다. 그런데 그 권사님이 대금을 지불할 때 지역화폐로 결제를 했습니다. 30만원을 지역화폐로 결제를 하면 금액의 10%인 3만원이 남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에서는 30만원 영수증을 받기에 지역화폐로 결제를 하든, 카드로 결제를 하던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개인이 교환할 수 있는 지역 화폐가 50만원 밖에 되지 않았기에 한주만 지역화폐로 결재를 하면 반도 남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권사님은 남편에게 지역화폐를 교환하게 하고 그 돈으로 빵과 우유 대금을 지불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자 지역화폐를 별로 쓸 일이 없는 할머니 권사님들에게 부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역화폐로 결재를 하면서 지역화폐의 남는 금액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30만원이 들어갈 때는 3만원을, 40만원이 들어갈 때는 4만원을, 20만원이 들어갈 때는 2만원을 모았습니다. 한 주 한주 빵과 우유 대금을 지불할 때마다 지역화폐로 낸 차익금을 꾸준히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돈이 1,520,000원이었습니다.

이제 다음주부터 교회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빵과 우유를 구입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러자 권사님, 지역화폐로 모은 돈을 건축헌금으로 드렸습니다. 그리고 드린 이의 이름에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지역화폐 상품권”

그 돈은 권사님이 모은 돈이었습니다. 지역화폐를 사기 위해 은행문이 열리기 몇 시간 전부터 은행 문 앞에서 기다린 권사님의 노력이었고, 다른 분들에게 부탁해서 모은 권사님의 수고였습니다. 교회재정에서는 영수증대로 처리하였기에 전혀 예상치 못한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권사님 헌금을 하면서 말씀하십니다.

“이제 나이도 들어서 일도 못하고 돈도 못 버는데 이렇게 해서라도 건축헌금 드리고 싶었어요.”

저도 주유비를 계산할 때 지역화폐로 결제할 때가 있습니다. 10만원 결제하면 1만원이 남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드리지 못했습니다. 포인트를 더 받기 위해서 포인트가 높은 카드를 쓰면서도 그 포인트를 헌금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권사님은 자신이 써도 될 지역화폐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교회를 위해서 사용하였고, 그 차액을 모아 헌금까지 했습니다. 권사님의 헌금 앞에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지역화폐 상품권 앞에 창피함을 느꼈습니다. 말로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목사보다 지역화폐로 하나님께 헌신하는 권사님 앞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번주일에는 나도 건축헌금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권사님처럼 드린이의 이름에 이렇게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역화폐 상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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