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교회는 어려워서!
큰 교회는 어려워서!
  • 신상균
  • 승인 2022.05.0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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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8일 우리교회 집사님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목사님! 제 동생이 간암말기인데 세례주시고, 장례도 좀 해 주세요.”
깜짝 놀란 나는 상황을 파악하느라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간암이라니, 그리고 그것도 한달밖에 안 남았다니... 잠시 생각을 하던 나는 집사님에게 물었습니다.
“교회는 다니나요?”
“어렸을 적에 다녔는데 커서는 잘 안다녔어요. 누나 따라 교회에 갔는데 큰 교회라서 별로 관심이 없더라구요. 성격이 조용하다 보니 그냥 예배만 드리다 왔어요. 누가 좀 붙잡아 주었으면 잘 다녔을텐데, 큰 교회다 보니 잘 적응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럼 세례는?”
“그래도 하나님을 알아요. 세례 받을거냐고 물어봤더니 받고 싶대요. 그런데 그 교회는 큰 교회라 목사님이 어려워서 부탁하기가 그랬어요.”
’그럼 부목사님도 있쟎아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꾹 집어 삼켰습니다. 그리고 집사님의 소원에 따라 세례를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4월 19일 아내와 집사님과 함께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음성증명서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지난번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가 해제되었기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가는 도중 병실에는 갈 수 없지만, 동생이 내려와서 만날 수는 있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그 병원에는 예배실이 있었습니다. 가다가 원목실에 전화를 하여 예배실을 쓸 수 있냐고 물었더니 써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집사님과 함께 예배실로 갔습니다. 그리고 집사님의 동생을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초췌한 모습의 동생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습니다. 저는 동생에게 세례의 의미에 대하여 설명하고, 예문에 따라 질문을 하고 세례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하나님께서 치유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세례 후 저는 교회에 와서 새벽마다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사님도 빠지지 않고 새벽에 나와 기도했고, 우리교회 성도님들도 새벽마다 동생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비록 우리교회에 등록도 하지 않았고, 우리교회에 한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 집사님의 동생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우리는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4월 29일 금요일 새벽, 집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임종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입관예배와 장례예배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사님은 장례예배를 주일날 드리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가족들과 함께 상의하여 토요일 낮 11시 입관, 오후 3시 발인, 두 번의 예배를 드리고 화장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19 기간에는 입관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입관예배는 드리지 못하더라고 발인예배를 드리고 화장예배나 하관예배를 드렸는데, 이번에는 입관예배와 발인예배를 드려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인을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는 발인예배후 화장예배를 드리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했지만, 서울시립화장장이라는 지리적 여건과 시간적 이유 때문에 가족들도, 저도 선뜻 화장예배까지 드리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민하던 중 고인의 형이 말씀하십니다.
“목사님, 제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께서 화장장에 오신대요.”
동생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지만 형이 다니는 교회 목사님께서 아시고, 화장장에 오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11시 입관예배를 드리고 오후 3시 발인예배를 드린 후 환송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고인과 가족들은 서울시립화장장에서 화장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지 않는 가족의 죽음 앞에서 남은 가족들은 안타까와 합니다. 그래서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주고 싶어 하지만 선뜻 부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분명 한 영혼을 구원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저합니다. 게다가 장례는 더욱 어렵습니다. 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목사님은 내 부탁을 들어주실거야 라고 믿었던 집사님과, 담임목사님이 장례예배를 집례한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동행한 교인들과 운구위원들이 있었기에 은혜로운 천국환송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갑자기 다가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세례 주고 갑자기 천국환송예배를 드려 줄 수 있는 교회는 얼마나 될까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천국갈 준비를 늘 하고 있어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세례와 장례예배를 언제나 드릴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어느 누구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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