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세계노동절 기념 경남 이주노동자 성명 발표
2022년 세계노동절 기념 경남 이주노동자 성명 발표
  • KMC뉴스
  • 승인 2022.05.0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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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이주민연대와 경남이주민센터는 세계노동절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에 이주노동자 인권보장 등을 촉구하는 성명을 첨부와 같이 발표했다.

전 세계 이주노동자들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경남이주민연대와 경남이주민센터는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도 취업은 물론 혐오정서와 차별 피해에 노출되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자발적 이직 금지 등 고용허가제 독소조항, 정부 외국인력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소수업종 이주노동자나 선원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정부의 산재 근절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산업재해, 고질적인 임금 체불 등 불법사용행위가 근절되지 않음에 따르는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경남이주민연대와 경남이주민센터는 외국인 혐오차별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인종차별금지법 제정, 고용허가제 개정 등 법제도 개선과 함께, 이주민들이 주민으로서 지역사회에 정착하도록 돕는 인권친화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성 명 서

올해 5월 1일은 세계노동절 132주년입니다. 만국 노동자의 잔칫날인 이날, 상당수 이주노동자들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피곤한 몸을 일으켜 일터에 나갈 채비를 서두를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 날을 법정휴무일로 지정했지만, 작년 5월 1일에도 그 이전 해에도 일터의 기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대한민국 땅에서 세계노동절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까요?

지난 2년여간 전세계 이주노동자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전에 없던 위기를 겪었습니다. 감염 노출, 방역 소외, 임금 하락, 해고, 실업, 송금 감소, 귀국 등 송입국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은 방역위기 국면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도 높은 피해에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한국의 이주노동자들도 고용변동에 노출되었고 출국하면 돌아올 기약이 없었고 입국 길은 지체되거나 중단되었습니다. 특히 한국내 이주노동자들은 지역사회에 감염병을 퍼뜨리는 존재인 양 낙인찍히기도 했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서 대부분 소외되는 등 차별을 실감하는 상황에 놓여야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라고 칭송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방역위기를 틈타 외국인혐오 정서가 기승을 부리거나 대한민국 정부와 자치단체들로부터 내국인과 다른 수준의 방역행정 대상이 되었던 것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가 이주민을 외국인주민으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우리 이주노동자를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비롯하여, 직장 내 괴롭힘 제재 강화, 대지급금 절차 간소화, 재입국특례제도 개선, 농어촌 이주노동자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 한국 출생 미등록 아동의 출생등록 추진 등도 이주민 인권을 진일보할 수 있는 정책으로서 적극 환영합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권리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고 단언하기에는, 권리 전진을 발목 잡는 고질적인 퇴행들 또한 여전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의 미흡입니다. 정부는 우리 이주노동자가 여성노동자, 고령노동자와 더불어 산재에 가장 취약한 계층임을 알고 있음에도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주민 취업자는 내국인 취업자의 3% 안팎이지만, 산업재해율은 7%(사망률은 5.7%)에 달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 정부는 고용허가제 도입 20년이 다 되어감에도 외국인력제도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사업주 이익에 치우쳐 노동자의 자의적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는 조항, 사용자 편의에만 복무하면서 임금삭감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숙식비 공제징수, 퇴직금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나 있는 출국만기보험,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주거환경실태 방임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으며, 임금체불, 사내폭행, 부당해고, 불법파견 등의 불법행위도 끊이지 않습니다. 한편, 농어촌 이주노동자는 시대착오적인 근로기준법 63조로 인해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으며,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원 이주노동자(E-10) 역시, 차별적 임금구조와 노동착취에 방치되고 있을 뿐 아니라 어업인의 이해를 대변하는 수협과 민간업체가 도입과 관리를 맡고 있어 인권침해 우려가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우리는 이름뿐인 외국인주민으로 불리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 명칭에 걸맞게 내국인주민과 동등하게 처우해줄 것을 한국 정부와 지역사회에 요구합니다. 이주민정책을 큰 틀에서 다시 수립하고 조정하여 인권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기 바랍니다. 인종차별금지법 제정, 이민자 컨트럴타워 부처 설립, 고용허가제 개정 등을 통해 보편타당하고 지속가능한 이주민 정책이 마련되기를 열망합니다. 그동안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일터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해 왔습니다. 이제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고 안전하게 일하면서, 내국인주민과 동등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생활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 내국인 노동자들 등 평등사회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누구와도 주저 없이 함께할 것을 다짐합니다.

<우리의 요구>

- 인종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을 조속히 폐지하라!
- 이주노동자 산업안전대책을 조속히 수립하라!
- 소수업종 및 선원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라!
- 불법행위와 노동착취 근절대책을 수립하라!
- 이민청 설립 등 이주민정책을 체계화하라!

2022. 5. 1

경남이주민연대(14개국 교민회), 경남이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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