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 마흔 일곱 번째 이야기
큰나무 마흔 일곱 번째 이야기
  • 이형연
  • 승인 2022.04.2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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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고 있다. 봄에 입맛을 자극하는 나물로는 두릅만한 것이 없다. 이를 시장에서 구 할수도있지만 굳이 산행을 택한 것은 자연을 담아 향기가 재배와는 그 결이 다르다. 한동안 산에 오르지 못하고 지내 시간의 후유증이 가파른 비탈이 시작되면서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골짜기 두 개를 지나면서 몸은 수분 부족을 알려 온다. 가방을 여는 순간 낭패를 직감했다. 물을 차에 두고 온 것이다. 차로 돌아가기 전에 탈진할까 걱정이 두려움으로 변한다. 집 앞 야산도 칼날처럼 서 있는 곳이라 산에 겸손해지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 있다. 함께한 동료는 어느 산으로 사라졌는지 크게 불러도 답이 없고 깊은 골짜기는 휴대전화까지 먹통이다. 힘들더라도 능선 위로 올라 전화를 해야 한다. 목마름을 참으며 겨우 능선에 올라 전화를 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세주처럼 동료가 나타나 가방에서 물을 건네준다. 해갈의 기쁨이 이런 것일까. 한참을 나무등걸에 앉아 땀을 식히고 두릅사냥을 시작했다. 나무는 제법 많은데 먼저 다녀간 분들이 있다. 우리 차지의 두릅을 얻고자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깊은 곳까지 와서야 작은 가방을 채울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땀과 허기로 기력을 소진하여 느림보 걸음으로 차를 세워둔 곳까지 오는데 산에 오를 때보다 배나 시간이 걸렸다. 몇 개의 두릅을 얻고도 성취감에 가시에 찔린 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고 나니 허리 아래 쪽은 가시에 긁힌 상처가 한 두 곳이 아니다. 저녁상이 차려지고 끓는 물에 데친 연두색 두릅이 접시에 소복이 담겨 봄의 만찬 준비를 마쳤다. 입속에 자연의 풍미가 가득하다. 작은 플라스틱 통에 몇 개씩 담아 연세 드신 성도들에게 배달까지 하는 행복한 저녁이 깊어 간다.

한 사회의 절망은 궁핍에서만 찾아지지 않는다. 풍요 또한 절망을 읽어내는데 중요한 도구가 된다. 굶주림이 추방당한 사회는 굶주림과 함께 간절함도 함께 내쫓았다. 절대적 목마름이 사라진 사회는 영혼에 생채기를 내는 상대적 가난이 득세한다. 누군가와 비교당하고 자신의 열세가 자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인간이 지니는 고귀한 가치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복지제도를 통하여 사회가 정한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있지만 여기에 만족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자신의 모습은 형편없게 느껴지면 절대적 가난이 주는 절망보다 더 극심한 절망감이 찾아 든다. 이것이 자신만 아니라 자녀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면 참기 어려워진다. 이에 대한 방어기제는 아이들에게 유명 메이커 옷을 사주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다. 젊은 층은 집은 없어도 고급 승용차를 사거나 명품으로 치장하며 존재의 낙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한다.

소박하게 가난을 벗 삼을 여유를 상실한 사람들의 군상은 하나님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소유를 채우려 한다. 종교가 비움을 통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부여하던 시절이 한참 지났다. 그들에게 신은 욕망을 채우는 수단이다. 교회에 열심을 다한 보상으로 신은 그들에게 물질적 부요를 선물한다. 의로운 헌신은 더 이상 교회 안에서 설 자리가 없다. 죄의 무게를 달던 저울을 내려놓은 신은 예배 출석을 체크 하거나 기도시간을 재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예수의 삶을 통해 매우 중요한 언어를 전달받았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언어가 아니다. 도리어 사람이 사는 곳에는 늘 함께했던 언어이다. 하지만 그것이 예수의 삶을 통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부여받는다. 사람의 삶에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전달자의 삶이다. 삶을 통한 전달만이 언어의 의미를 진정으로 전달할 수 있다. 전달자가 옳은 삶에 대한 목마름이 없다면 언어는 허공 속에만 존재한다. 언어를 삶의 자리로 가져오는 힘은 전달자의 진실이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주님이 목마르다 라고 하신 의미를 오랫동안 묵상하며 주님의 삶으로 전달하신 사랑 이란 언어가 삶으로 다가서는 은총을 경험한다. 산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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