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속 썩이더니만 지금도 속 썩이네
처음부터 속 썩이더니만 지금도 속 썩이네
  • 신상균
  • 승인 2022.03.30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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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뜨거운 물이 안 나와요.”
아들이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말합니다.
“그래, 아빠가 가서 볼게”
그리고는 보일러 실로 향했습니다.
가서 보니 보일러 온수 온도가 16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우리집 보일러는 심야보일러입니다.
밤새도록 물을 데우고 다음날 사용합니다.
그래서 아침에는 80도였다가 물을 사용하면 점점 낮아져서 저녁에는 40~50도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16도였습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알수가 없었습니다.
밤이 되자 심야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는 다시 보일러 실로 향합니다.
그리고 심야온수기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밤이면 심야와 히터에 불이 들어와야 하는데 아까 본 그대로인 것입니다.
보일러를 껐다 켰다하면서 아무리 살펴보아도 알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다음날 AS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오는데 3일정도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속썩이더니만 지금도 속썩이네”
무슨 말이냐?
제가 처음 이곳에 부임했을 때 제일 힘든게 한 것이 온수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태양광으로 온수를 쓰고 있었는데,
자주 안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수도관이 삭아서 선 사이로 비를 분수처럼 내 뿜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심야온수기를 놓았는데 심야 온수기도 배관에 구멍이 나서 분수비를 맞으며 고쳐야 했습니다.
낮이면 기술자라도 부르거나, 부속이라도 사서 고쳤을텐데
이상하게 보일러는 꼭 밤에 고장나는 것이었습니다.
고쳐도 고장나는 보일러
처음부터 속썩이더니 지금까지 속을 썩이는 것이었습니다.

3일뒤 AS 기사가 와서 점검을 했습니다.
꼼꼼히 살피던 AS 기사가 끊어진 전원선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선을 잘못 연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써야 하는 굵기의 선이 있는데, 선이 없다보니 두 개의 선을 연결해서 썼고,
오랜 세월동안 잘못된 선을 연결해서 사용하다가
결국 선이 녹아서 끊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소름이 끼쳤습니다.
왜냐하면 습기와 누수로 가득찬 보일러 실에서 손에 전기가 찌릿하게 통과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AS기사는 저에게 꼭 전기하시는 분을 불러서 수리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왜 처음부터 속을 썩였을까요?
원칙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장비가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원칙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기 기사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전기기사, 뭔가 열심히 계산을 합니다.
알고보니 전선의 굵기를 계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목사님 제가 깔끔하게 해 놓겠습니다.”
힘들어도 어려워도 원칙대로 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려도, 부속이 없어도, 제대로 해야 나중에 속을 썩이지 않습니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까지 모두 잘못 끼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목회!
과연 나는 원칙대로 하고 있나요?
바쁘다고 힘들다고 대충대충 하고 있지는 않나요?
요즘 많이 바쁩니다. 그리고 몸도 힘이 듭니다.
그러나 말씀과 기도만큼은 줄이지 말아야겠지요.
지금까지 큰 문제가 없었음에 감사하면서,
앞으로도 말씀과 기도의 원칙을 지켜나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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