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누구 배 탄다나?
올해는 누구 배 탄다나?
  • 남광현
  • 승인 2022.03.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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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집사님 오랜만이네요”

“반가워유”

“어떻게 지내셨댜”

“아무리 코로나래두 손 잘 씻으면 되니까 악수나 한번 합시다”

예배 마치고 난 후 교회 마당에서 모두가 반가운 마음에 대답할 겨를 없이 인사부터 건네느라 바쁘다.

“예 그동안 다들 잘 지내셨는지...”

“세월 참 빠릅니다”

6~7년 전부터 봄 어장이 시작될 무렵이면 부천에서 내려오는 집사님 한 가정이 있다. 뱃일을 위해 약 6개월 동안 이곳에 머무는 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예배에 함께하신 것이다. 몸집이 커서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고 덩치에 비해 웃음이 참 멋있으신 분이기에 교회 성도님들이 좋아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교회에서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고, 교제를 나누는 시간이 넉넉했기에 서로 부족한 것을 함께 고민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어 더 친밀해졌다.

이 지역의 선주(船主)들은 2월 초순이면 사람 구하는 일에 전념한다. 일군이 준비되어야 어장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년 이맘때가 되면 보이지 않는 스카우트 전쟁이 일어난다. 프로선수들의 스카우트 전쟁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하고 치밀하다. 적어도 선주들 사이에서는 이미 선원들에 대한 정보가 데이터화 되어 있어 유능한 선원이 자유계약 시장에 나오면 바로 영입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을 마련한다. 일반적으로 잘 모르는 부분이 선원들의 급여 부분이다. 경험이 있어 선주가 동행하지 않고 배를 운항하는 선장은 억대 연봉을 보장받는 것이 일반이고, 대부분이 생각 이상의 고액 연봉자들이다. 선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초급자가 받는 월급이 공기업 초봉보다 적지 않다. 경력이 붙으면 공기업 중간 간부 부럽지 않다. 따라서 선주들과 선원들 간의 몸값 전쟁은 3월 초까지 치열하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선돈을 지불하는 좋지 않은 사례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어장 일을 잘하는 선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음 해 일을 미리 약속하는 것이다. 일종의 계약금이다. 그런데 가끔 계약을 파기하는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일을 잘하는 선원이 욕심이 난 선주가 선원을 꾀어 전년도에 계약한 금액보다 높은 액수를 제시하면 선원은 전년도에 그렇게 철석같이 약속하고 건네받은 선금을 아무렇지도 않게 돌려주고 배를 옮겨타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마을에 있는 선주들 사이에 험악한 실랑이가 일어나기 일쑤이다. 왜냐하면 어장을 꾸리기 위해서 선주는 미리 선금을 주고서라도 선원들을 맞춰 놓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변수가 발생하면 반드시 필요한 선원 숫자 때문에 선주는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기에 마을 분위기가 그렇게 변하게 된다.

이런 때 외지에서 들어오는 경력 있는 선원들의 인기는 대단하다. 필자의 교회에 나오는 집사님도 이런 이유에서 인기가 제법 있는 분이다. 항상 요구되는 선원 숫자보다 충분치 못한 인력 때문에 내려오기만 하면 바로 취직이 보장된다. 집사님 왈 마을에서 배를 탄 지도 제법 되었기에 알만한 선주들은 미리 연락을 취해 자기 배를 타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사람이 귀하다. 뱃일 특성상 경험이 없이는 쉽게 일해보겠다고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집사님이 내려와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되니 “마을이 점점 분주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교회의 빈자리가 눈에 선해진다. 장로님께서 집사님께 환한 미소로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올해는 누구네 집 배를 탄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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