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횡성한우 1++
명품 횡성한우 1++
  • 신상균
  • 승인 2022.03.16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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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동”

벨 울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택배였습니다.

“무슨 택배지?”

시킨 일이 없었기에 의아해하면서 나가보았습니다.

현관에는 택배상자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택배상자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명품 횡성한우 1++”

’아니 웬 한우?‘

가지고 들어오는데 딸 아이가 뭐냐고 묻습니다.

“응, 횡성한우야, 2+ 이야”

“2+?”

딸아이가 깜짝 놀라면서 환호성을 지릅니다.

’명품 횡성한우 1++‘

시골목사가 이렇게 비싼 고기를 사 먹을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딸아이가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누가 보냈을까 궁금해서 보낸 사람을 보니 우리교회 권사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권사님은 부자 권사님이 아니었습니다.

아내가 말합니다.

“따님이 보냈을거예요.”

그럼 왜 우리교회에 나오지도 않는 딸이 이렇게 비싼 고기를 보냈을까요?

 

지난주 금요일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아주 쉰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내가 통화를 하다가 말합니다.

“네 그러셨군요. 권사님 목소리 듣고 걱정했어요. 얼른 검사 받아보세요.”

전화를 끊고 아내가 말합니다.

“권사님 목소리가 쉰 소리가 나서 걱정했는데 자가 키트로 검사했더니 양성이래요.”

“그럼 어떻게 해요?”

“선별검사소 가서 PCR 검사 받아야 한 대요.”

그런데 우리동네에는 선별검사소가 없습니다.

잠시후 다시 권사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PCR 검사를 받으려면 제천시내까지 가야한답니다.

그러나 권사님은 혼자 사시고, 또 운전도 못하십니다.

아내가 보건소에 전화를 합니다.

차도 없고, 혼자 사시는데 어떻게 시내에 가서 검사를 받느냐고 묻습니다.

동네병원에서는 안되냐고 물었더니 안된다고 합니다.

보건소에서는 자기도 방법이 없으니 알아서 오라고 합니다.

 

아내가 권사님에게 내용을 설명하니 권사님이 말합니다.

“얼굴 수건으로 둘둘 싸매고 버스 타고 갔다오지요.”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온 사람이 버스를 타는 것도 택시를 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나중에 확진자라고 밝혀지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릅니다.

자녀들도 멀리 살고 있어 올 수가 없습니다.

전화통화를 끊고 고민하던 아내에게 말합니다.

“여보! 내가 갔다올께.”

아내는 그 말을 듣고 당황해 합니다.

제가 다시 말합니다.

“승합차의 창문 열고 가면 되요, 그럼 바람이 뒤로 빠져나가니 괜쟎아요.”

아내는 권사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신신 당부합니다.

“목사님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셔야 해요”

그렇게 해서 저는 운전대에 앉아 창문을 열고, 권사님은 승합차 맨 뒤에 가서 앉으셨습니다.

정말 얼굴을 둘둘 감싼채

 

차를 탄 저와 권사님은 30분동안 서로 모르는척 한마디도 하지않고 시내로 갔습니다.

그런데 차를 운전하면서 걱정이 됩니다.

’나는 걸려도 괜쟎은데, 혹시 나 때문에 애들이 학교에 못 가면 어떻게 하지?‘

갑자기 괜히 몸에 바이러스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뒤를 힐끔 쳐다보니 권사님도 온 몸을 감싸쥐고 아무 말도 못하고 계십니다.

검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권사님이 전화가 왔습니다.

“사모님, 양성이래요.”

다시 긴장이 시작됩니다.

’괜쟎을까? 목이 간지러운 것 같은데, 머리가 약간 아픈데‘

코로나에 걸리면 후각과 미각이 상실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아봅니다.

 

그러던 토요일, ’명품 횡성한우 1++‘ 택배가 집으로 도착한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좋아하던 딸을 보면서 속으로 말합니다.

’딸아. 그 횡성한우는 아빠가 위험을 무릅쓰고 다녀온 것에 대한 감사의 선물이야.’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사는 것도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 때문이야.’

아빠의 상황도 모르고 좋아하는 딸의 모습이, 십자가의 은혜를 잊고 사는 내 모습처럼 보입니다.

주일 새벽, 성전에서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나를 위해 베푸신 은혜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명품 한우 횡성한우 1++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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