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5] 미래를 준비하는 교회(실버 처치)
[특별기획 5] 미래를 준비하는 교회(실버 처치)
  • 신상균
  • 승인 2022.03.12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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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 교회 리빌딩을 위한 제언
제천 백운감리교회(담임목사 신상균)
제천 백운감리교회(담임목사 신상균)

‘다음세대가 살아야 합니다. 교회에 젊은이가 넘쳐야 합니다.’

교회 부흥을 이야기하는 사람마다 늘 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다보니 목사님들도 젊은이와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교회에서도 목사에게 젊은이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목회할 지를 궁금해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젊은이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목회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젊은이와 어린이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곳에 부임한 2003년도에는 초등학교 학생수가 103명이었다. 그러나 해가 지나면서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금년에는 54명이 되었다. 반정도의 학생이 사라진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시골인 이곳에 내가 처음 부임했을 때 많이 걱정을 했다. 그 이유는 시골교회 부흥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맞는 말이었다. 어느 곳을 둘러 보아도 젊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젊은이만 없을뿐이지 사람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우리교회는 앞으로 20년동안 끄덕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 말은 현실이 되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교회가 부흥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교회에 출석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인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고, 우리교회 출석하지는 않았지만 성도님들의 자녀들과 가족들이 하나님을 믿게 되었다. 성도님들의 자녀들이 결혼을 하게되면서 내게 주례를 부탁했고, 나는 세례 없이 주례 없다는 원칙으로 자녀들에게 세례를 주었다.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내게 와서 영아세례를 받았다. 그러다 자신들이 사는 동네에 있는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신앙인의 가정이 되었다. 그중에 어떤 자녀들은 헌금을 우리교회에 보내기도 했었다. 비록 젊은 신혼부부는 없었지만 결혼식을 하는 자녀들이 많아서 세례와 영아세례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해 영아세례를 받은 아이가 한명도 없었다. 우리 성도님들의 아이들이 대부분 결혼을 했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성도님들을 쳐다보니 우리 성도님들의 나이가 70줄에 들어서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20년보다 조금 더 빠르게 현실이 다가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내게 어느 세미나에서 들었던 강사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성도는 전도로 상급을 받지만, 목사는 세례로 상급받습니다.”

젊은이도 없고, 어린이도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세례를 줄까?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직도 내 주변에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사는 백운면 인구가 3,200명이다. 그런데 교회에 다니는 인구는 백운면 전체 교회인원을 다 합쳐도 500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직도 백운에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 2,700명이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전도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전도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말한다. 젊은 사람을 전도해야 한다고.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교회로 잘 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고, 놀고 싶은 것도 많기 때문이다. 자기 힘으로 세상에서 열심히만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전도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면 나이드신 분들이 전도가 잘 될까? 더 힘들다. 왜냐하면 교회 다니기가 쉽지 않은 것이었다. 나이도 들어 힘도 들고, 설교가 잘 들리지도 않고, 게다가 어떤 분은 글씨도 모르고, 그리고 나이 들어서 교회 가는 것이 너무 어색하기 때문이다. 평생 교회를 다니지 않았는데 교회를 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너무 귀챦은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교회가 어린이와 젊은이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나이 드신 어른들에 대해서는 그만큼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분들도 ‘나 같은게 교회 가서 뭐하냐?’ 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전도하다보니 노인을 전도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를 전도한다고 해서 하나님을 평생 믿는 것이 아니다. 믿기도 하고 안 믿기도 한다. 그런데 노인을 전도하면 하나님을 믿고 평생 산다. 그리고 노인들은 천국에 대한 확신도 있다. 그래서 노인들은 세례를 받고 나서 끝까지 신앙생활하다가 천국간다. 그래서 나는 노인전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국민일보에 실린 ‘실버처치’ 광고를 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어르신들이 교회로 몰려옵니다. 단 2일만 전도하면 실버처치가 바로 세워집니다.” 나는 그 광고를 보고 서울에 올라가 실버처치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

실버처치에서는 노인들이 교회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두가지라고 말한다. 첫 번째, 매주일 나오는게 부담되서 안나온다. 두 번째, 헌금 때문에 안나온다. 그래서 실버처치는 주일날 모이지 말고, 헌금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교회에서 하는 경로대학과 비슷한 것 같다. 그러나 실버처치는 건강강의가 아니라 예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찬송 부르고 기도하고 설교한다. 그리고 설교원고를 나누어 주어 집에서 읽어오게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믿지 않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물론 교회 다니는 노인들이 와도 좋다. 그러나 믿지 않는 노인을 위한 노인 교회학교라고 보면 좋을 듯 하다.

세미나 참석 후 교회에 실버처치를 세웠다. 실버처치를 도울 나이가 든 실버처치 교사들을 세우고 경로당에 가서 전도를 한 후 노인들을 기다렸다. 마치 개척교회 한다고 알리고 나서 처음 교인들을 기다리는 마음 같았다. 그런데 노인들이 오는 것이었다. 한명 두명 세명, 그렇게 처음 찾아온 분들이 10여명쯤 되었다. 첫 개척교회 치고는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주, 그리고 그 다음주, 들쭉 날쭉 하는 노인들도 있었지만 꾸준히 그 자리에 나오는 노인들도 있었다. 그렇게 석달쯤 지났을 때 실버처치에 다니던 나이 많은 할머니 한분이 심방을 와 달라고 한다. 밤이면 동네 죽은 사람들이 자기 집에 찾아와서 잠을 못 자는데 목사님이 오셔서 기도해 주시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실버처치 교사들을 데리고 그 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예배를 드렸다. 얼마 후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목사님, 이제 편안히 자요, 이제 죽은 사람들이 안 와요.” 그렇게 할머니들은 하나님을 믿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교회에 등록하여 주일날도 예배 오셨다.

실버처치를 오시는 분들에게 물었다. “교회 다니신적 있어요?” 그런데 없다고 한다. 깜짝 놀랄일이었다. 교회에서 그렇게 전도를 많이 했는데도, 70년, 80년동안 교회를 한번도 나가지 않으셨다는 것은 우리의 전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었다. 실버처치를 하는동안 70년 80년동안 교회에 한번도 나가보지 못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찬송을 하고 기도를 하고, 게다가 말씀을 듣다가 아멘으로 응답하신다. 비록 실버처치지만 교회에 다니신다고 말하시고, 그러다 어느날 주일날도 오기 시작하신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주일 예배도 잘 드리신다. 왜냐하면 이미 실버처치를 통해 훈련이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교회에 등록해서 오래 다니신 할머니 할아버지 집사님들보다 더 신앙인 좋은 것처럼 보인다.

한 일년쯤 지났을 때 할머니 한 분이 실버처치도 교회도 나오지 않으셨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병이 나서 자녀들이 서울로 모셔갔다는 것이었다. 나는 교사들과 함께 병원으로 할머니를 찾아갔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가 암 말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조심스럽게 어떠시냐고 물었더니 할머니는 웃으면서 대답하신다. “목사님 저 천국가는데 무슨 걱정이예요” 믿지 않던 자녀들도 할머니에게 어떻게 이야기할까 고민했는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서 자신들도 하나님을 믿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분은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셨다. 생각해보니 실버처치에서 신앙을 가졌던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이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나 그분들은 모두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계셨다. 그러다 코로나를 만났다. 실버처치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다행히 몇분은 교회에 등록을 하셨지만, 그중에 몇분은 교회에서 뵐 수 없었다. 그러나 실버처치로 인해 그분들과 교회는 연결고리가 생겼고, 지금도 장터에서, 길에서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묻게 되었다.

2년, 벌써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그 2년이란 세월동안 우리 성도님들도 나도 나이를 먹었다. 생각해보니 시간이 지나면 노인뿐 아니라 어린이도 젊은이도 나이가 든다. 그런데 교회는 여전히 나이가 드는 사람들 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집중할 때가 많다. 그런데 현실은 젊은이는 줄어들고 늙은이는 많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젊은이가 많은 곳은 젊은이들을 전도해야 한다. 그러나 젊은이가 없는 곳에는 더이상 젊은 사람 찾지 말고 나이드신 분들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교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2022년 속회구조를 바꾸었다. 70세 이하의 젊은(?) 속장과 부속장을 세우고, 70세 이상의 어른들을 속도원으로 구성했다. 그러면서 나는 속장들에게 부탁했다. ‘여러분은 속도원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돌보는 겁니다. 내 할아버지, 내 할머니라고 돌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각 속회마다 힘든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속장들은 그분들을 섬긴다. 전화도 하고, 차도 태워드리고, 먹을 것도 챙겨 드린다. 이제는 속 썩이는 속도원들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나이 드신 속도원들 때문에 힘이 들 것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교회는 더 많은 노인들을 천국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도시교회는 메타버스교회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런데 노인들은 그 메타버스 교회에 가지 않을 것이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가는 방법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메타버스 교회에 갈 수 없는 노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천국교회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교회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은퇴한 사람들, 코로나로 인하여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들, 부모 옆으로 이사와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 이상한 일이다. 시골인데도 사람들이 줄지 않는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3,200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많이 돌아가셨는데도, 아이들이 줄었는데도 사는 인원은 비슷하다. 그래서 교회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준비하는 미래는 교회가 커가고 성도들이 늘어가는 것이 아니다. 늦기 전에 한분이라도 더 하나님 믿고 천국 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도 암에 걸려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것 같다.

“목사님, 천국 가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하나님 아버지가 지켜주실텐데요.”

80년 만에 믿은 할머니, 우리교회는 그분의 미래를 준비해 드렸다. 천국은 그냥 가는 게 아니다. 준비된 자가 가는 것이다. 이제 나이 든 노인들이 많은 곳은 반드시 그분들의 미래를 준비해 드려야 할 것이다.

제천 백운감리교회(담임목사 신상균)
제천 백운감리교회(담임목사 신상균) 실버처치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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