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앞에 장사 없듯, 무지(無知) 앞에 장사 없다.
매 앞에 장사 없듯, 무지(無知) 앞에 장사 없다.
  • 남광현
  • 승인 2022.02.1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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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께 알려드립니다”

“잠시 후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위해 당제를 지내려 하오니 마을 주민들께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새벽예배 후, 기도 중에 마을을 울리는 이장님의 방송 소리가 교회 창문 밖에서 제법 크게 울렸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겨울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처럼 여겨졌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만나는 마을 분마다 하시는 말씀들이 죄다 그 방송 이야기이다.

“이장이 미쳤지, 무신 난리 났다고 그 새벽에 방송에다 그 지랄을 한댜.”

“아니 방송을 할려면 어제저녁에 미리나 하던지, 뭔 대단한 일 한다고 그러는지...”

“에구, 뭐 처음 이장을 하니 뭘 알것어, 그냥 누가 시키니까 그런 줄 알고 했것지...”

마을 이장이 되면 반드시 해야 할 일 중에 무게감 있는 일이 바로 마을 당제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일이다. 이곳에서는 “대 잡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마을 이장보다 우리 마을 이장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고들 말하고 또 쉽게 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생각보다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스스로 이장을 맡아 보겠다고 나서지를 못한다. 이유는 마을 이장은 반드시 당제를 진행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18년 전,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을 당제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 바꿔질 수 있도록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당찬 기도를 드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기도는 멈추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예전, 이 마을에 교회가 세워지기 전에는 필자가 섬기는 교회를 창립한 분이 그 일을 도맡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분에게 복음을 전했고 결국 “대 잡는 일을 놓고” 가정에서부터 하나님께 예배하는 믿음의 가정을 이루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교회의 장로님이 바로 그 아드님이기도 하다. 이런 간접 경험이 필자에게 있기에 마을 당제도 언젠가는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예배로 변화될 수 있음을 기대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필자의 전적인 소망이다. 현실은 고요한 새벽녘 마을이 떠나가라 방송에 외쳐대는 초짜 이장님의 열정과 그 일을 부추기는 세력들의 위력이다. 대부분이 어부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고 마을의 실세인 분들이다. 그분들에게 상식을 기대하는 것은 참 어렵다. 항상 그들의 경험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앞선 글에서 여러 번 필자의 주관적 표현으로 어부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했듯이 그분들의 경험은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들이기에 일반적 상식으로는 대화할 수 없는 경우들이 많다. 언제든지 상식이 무시되는 그런 경험들이다. 이런 이유가 결국에는 어떤 일을 결정하는 것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필요하다 생각되면 한밤중이건 이른 새벽이건 상관이 없다.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선 하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식은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안타까운 것은, 교회에서도 이런 모습들이 나타날 때가 있다. 생사는 넘나드는 삶의 경험이 분명하고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큰 결과를 만드는지 삶으로 살아온 교우분들이기에 때론 신앙적 상식이 우선되지 못하고 자신의 경험이 최고의 가치일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일이다. 주일 예배를 드릴 때 여권사님의 대표기도 순서가 있었고 은혜롭고 뜨겁게 교회와 믿음의 가정, 그리고 나라와 민족의 구원을 위해, 예배를 위해 기도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권사님께 전화가 왔다.

“목사님 저 대표기도 못하것어유, 기도순서 빼주세유”

“권사님,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뭐, 기도할 자격이 있어야하지유, 뭐시가 어떻구, 저떻구 그러니 기도하것어유”

또 무슨 일이 있었구나 싶어 이리저리 확인해 보니, 관계가 불편한 어느 집사님께서 하신 말씀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옛말에 “매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다. 삶에 경험이 항상 우선되는 마을의 분위기는 상식이 무지로 치부되고 만다. 이런 분위기는 때때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세상 경험이 신앙생활의 상식을 무지로 몰아가고, 신앙체험을 무지의 결과로 여기려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신앙적 무지 앞에도 장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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