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없는 곳에 길 내는 자
길 없는 곳에 길 내는 자
  • 민돈원
  • 승인 2022.02.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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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부터 눈이 내리더니 금년들어 많은 눈이 이곳에 내렸다. 동심의 세계에서의 눈은 마냥 즐거웠다. 그 중에 하나가 당시 내가 사는 시골 동네 뒷동산 나지막한 곳에 소복히 쌓인 눈을 미끄럼틀 내어 눈썰매장으로 변할 기대감 때문이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그곳에 어김없이 내 또래 내지는 위아래 아이들이 모두 모이는 놀이터다. 눈썰매를 가지고 온 아이들, 아니면 대나무로 만든 스키, 또는 당시 아주 인기있는 비료 푸대를 가지고 그곳으로 모두 모여 그리 가파르지 않은 비탈길을 위에서부터 내리닫는 그 스릴감과 낭만은 일품이고 줄곧 타는 재미에 지칠 줄 모른다. 어릴 때의 눈에 대한 기대감과 눈을 있는 그대로 어린아이의 세계에 맞게 즐길 수 있는 그 신선한 발상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똑같은 눈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낭만은 그다지 오래지 않아 점점 나이가 들고 점점 사라지더니 목회하면서는 심지어 근심거리가 되었다. 이는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이요 현실적인 관점으로의 전환 때문이다.

오늘은 2.1 한 달의 시작이고 첫 시간인 월삭 새벽기도회 날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가지 않을 이유가 될 결정적인 두가지 요인이 겹쳤다. 하나는 대부분 교회가 속수무책으로 숙여버린 코로나 핑계요, 다음으로 설 명절로 인해 사라져 가는 교회 관심 해제다. 게다가 폭설까지 겹쳤다. 그나마 특별히 일부 교회를 제외하고는 도시나 농촌교회 새벽기도회를 출석하는 연령층이 뻔하지 않던가? 예컨대 낮으면 일부 50-60대, 아니면 대부분 70대 전후이다. 그런데 이마저 예전처럼 산넘고 물 건너오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요즘처럼 건강을 중시하는 시대에 이런 눈길에 더욱이 새벽에 다니는 건 스스로 마치 독이라고 여겨 몸보신하느라 집에 머무는 쪽을 선호한다,

오늘 새벽 우리교회 2월 월삭 새벽기도회 날이다 이를 이미 주보에 실었다. 그런데 어제 밤에도 눈이 많이 오더니 오늘 새벽 시간에도 계속 눈이 내려 많은 눈이 쌓였으니 거의 발이 묶였다. 평소보다 반으로 출석 인원이 줄었다. 오히려 대로변에 있는 교회라면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라 큰 문제가 없을 터이지만 우리 교회로 오는 지리적인 여건이 그리 녹록지 않아 이럴 때는 이것 역시 장애 요인이 없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눈이 많이 올 때면 늘 드는 생각이 있다. 시골교회는 눈을 잘 치우는 일만 해도 지역사회 섬기는 일이 되어 전도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라는 생각이다. 간단한 제설 장비는 갖추고 있겠으나 이처럼 많은 적설량으로 통행이 불편할 때에는 교회에서 교인 중 농가에 있는 트랙터에 부착한 제설도구로 저녁이나 아침 출근 전 지역을 다니면서 길을 내는 일을 한다면 매우 호평받는 지역봉사가 될 것이다.

이런 얘기를 오늘 월삭 때 잠깐 언급했는데 기도가 끝난 후 나가보니 이른 아침 트랙터로 누군가 길을 내놓은 것을 보았다. 그러면서 또한 이런 말씀이 떠오른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그렇다! 역사를 창조해 가는 사람은 징기스칸이 말한 것처럼 “성을 쌓는 자가 아니라 길을 내는 자이다” 즉 헛된 공명심으로 자기 아성(牙城)이나 쌓아 군림하거나 남이 내놓은 길 그저 무심코 따라가기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내느라 희생하는 자가 진정한 리더이다. 다시말해 개척정신을 가진 자이고 선구자의 길을 가는 자이다. 이번처럼 눈이 오면 길을 내고자 하는 의식을 품고 행하는 자이다, 살아가는 동안 길을 만들겠다는 멘탈을 가진 성도, 그런 복음으로 무장한 인물을 지금처럼 어두운 시대일수록 교회가 역사의식을 가지고 길러내야 한다.

많은 눈이 내린 교회앞 설경
많은 눈이 내린 교회앞 설경
트랙터로 치운 눈길 진입로
트랙터로 치운 눈길 진입로
1932년 구)예배당 앞 설경
1932년 구)예배당 앞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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