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 마흔 한번째 이야기
큰나무 마흔 한번째 이야기
  • 이형연
  • 승인 2022.01.14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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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른다. 토요일 마다 산에 오르기로 한 약속은 반년을 넘게 지켜지고 있다. 사는 곳 주변이 모두 산으로 들러있어 굳이 먼 곳에 원정을 하지 않아도 오를 산이 많다. 오늘은 저 골짜기를 지나 저 봉우리까지 오르고 다음은 은사시 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라고 있는 능선을 타고 다른 봉우리를 목표로 하면 매번 다른 산으로 갈수 있다. 한 곳에서 이십년을 목회하면서도 오르지 않은 산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모르고 살았다. 가끔 행운도 따라주어 산나물이 가방에 가득 차는 일도 있고 귀하다는 산삼을 발견한 적도 있다. 얼마 전에는 상황버섯을 가방 가득 채워 내려 왔다. 물론 이것들이 산행의 목적이 되지 못한다. 한주간의 쌓인 정신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다.

이곳의 산들은 험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해발이 얼마 되지 않아도 절벽처럼 가파르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서야 산 정상을 밝게 된다. 정상부위는 대부분 험한 바위로 되어 있어 조심해서 접근해야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용트림을 하면 자란 소나무는 솜씨 좋은 분재 작품처럼 아름답다.

산 밑으로 보이는 풍경은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아닌 것처럼 절경이 펼쳐진다. 굽이치며 흐르는 강물과 골짜기 사이사이 모여 있는 집들은 수채화를 보는듯하다. 저 산이 저 바위가 저 오래된 비슬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린 노송이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저 슬라브로 된 이층집 노인은 이십대에 과부가 되어 삼남매를 키우느라 모진 세월을 보내고 스레트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은 그 옆집 아낙은 남편이 죽자마자 다른 남자를 만나 새 인생을 시작했다. 그 옆 나무농장을 관리하던 젊은 내외는 마을에 온지 몇 년 안 되어 아사를 했고 그 옆은 멋진 정원을 만들고 선비처럼 사시는 이장님 댁이고 이집 맞은편 강 건너는 자리를 잘잡아 넓은 강가를 독차지하고 사는 도시서 이주한 분들이 살고 있다. 그 옆 집 그 옆집 저마다의 사연이 집처럼 옹기종기 자리하여 마을을 이루었다.

이들의 삶은 기쁨과 고단한 노동과 상처로 남아 있는 아픈 기억이 혼재 되어 있다. 산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자연과 더불어 그림을 구성하는 저마다의 중요한 위치가 있다. 누가 더 중하지도 덜 중하지도 안는 모두가 함께해야 그림이 완성 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하나님이 내려다보시는 인생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어떨지를 생각하면 알 수는 없지만 인생들의 모습도 거기서 거기가 아닐지. 잘남이나 그렇지 아늠은 인생의 외곡 된 눈이 낳은 착시가 아닐까한다.

이층집 과부 노인은 교인들을 어지간히 싫어했다. 교인들이 방문하며 아예 고개를 돌리고 인사에도 반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노인과 눈을 마주치는데 근 일 년이 넘게 걸렸다. 뜨거운 햇살이 가득한 신작로에서 읍내로 볼일을 보러가는 노인은 그 먼 거리를 걸어서 갈 모양으로 바삐 걸움을 옴기고 있었다. 차를 세우고 어르신을 불렀지만 귀먹은 사람처럼 전혀 반응이 없다. 차에서 내려가는 길을 막아 세우고 인사를 하자 그 제서야 무표정한 얼굴로 왜요 한다.

차로 시내에 모셔다 드린다고 하자 단칼에 거절이다. 몇 번을 애원하듯 하고서야 차에 마지 못해 올랐다. 이것은 좋은 징조였다. 그 후 노인은 나에게 웃는 낯으로 대했다. 평생 타인에 대한 경계를 놓지 못하고 살아온 노인은 손주에게 까지 살갑지 않았다.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들과 함께 주일 예배에 참여한 것이다. 그 후 두어 달 노인은 예배시간에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노기가 사라진 얼굴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물론 노인의 장례는 목사인 내가 집례 했다.

짧은 겨울 햇살이 머리를 지나 금 새 서 산 마루에 다았다. 이야기가 내려다보이는 봉우리를 뒤로하고 하산 길을 긴 그림자가 따라 붙었다.

그렇고 그런 정겨운 사람들 사이로 들어 와서야 평안이 느껴진다.

인생은 그들과 함께 있어야 아름답고 완성 된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주님의 음성을 다시 듣는다. 산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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