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남겨야 할 것과 지워야 할 것
11 남겨야 할 것과 지워야 할 것
  • 김재용
  • 승인 2021.12.15 0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남겨 놓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국어 시간에 배운 것과 같이, 자서전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생애를 기술한 것 혹은 스스로 쓴 자신의 일대기를 기록한 책이다. 따라서 자서전은 자아의 성찰과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를 목적으로 한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최근 들어 현실적으로 자서전을 출판하는 분들 중에는 정치적 야망 때문에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서 제작하는 사람도 있고, 성공한 삶을 내세우기 위한 목적을 갖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러다 보니 자서전을 작성하거나 출판하는 일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경향도 있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자서전이 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래적 의미에 충실하게 자신의 삶을 정리한다는 것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라면, 모두가 인생을 정리하기 전에 자서전을 작성해 본다면 남은 생애에도 풍성한 의미를 갖고 생활할 것이며, 어떤 시각에서 자서전을 작성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2021년 5월에 넷플릭스를 통해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라는 드라마가 공개되었다. 흥미 있는 것은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었다. 그 일은 말 그대로 생명이 마감된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TvN ‘유퀴즈’라는 프로그램 제66화에 유품정리사가 출연하여 자신이 직업과 삶에 대해서 소개한 경우도 있었다. 드라마와 실제로 활동하는 유품정리사의 삶에 있어서 마지막 흔적을 지우는 특수 청소 분야라고 소개되었지만, 유품 정리사는 “남겨야 할 것과 지워야 할 것”을 구분해서 남겨야 할 것은 유족들에게 전달하고 지워야 할 것은 청소의 과정을 통해서 지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자서전은 내가 남겨야 할 것을 찾고, 지워야 할 것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일상을 살면서 PC와 노트북 그리고 태블릿 및 스마트 폰을 포함해서 온갖 데이터와 사진 그리고 자료들과 가정과 일터에 있는 모든 장소와 심지어 생활하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쌓아놓은 흔적들이 있다. 그중에서 스스로 후손들에게 혹은 이 사회에 남겨 놓고 떠나도 되는 것과 남겨 놓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경험이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연재를 통해, 자서전을 위한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가정을 생각해 보았고, 어린 시절의 추억과 청소년기와 청년기 그리고 직장 생활까지 우리는 지난 시간들을 시간 배열을 통해 살펴보았다. 40대 이후부터 장년의 삶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 이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당장 오늘 우리의 심장이 멈춘다면 내가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남겨야 할 것은 유산 및 유언을 비롯해서 소중한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의 평판과 평가에 있어서는 남겨야 할 것보다 지워야 할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명한 정치인도 자신이 치부가 드러나는 순간 모든 것이 종료되고 말았다. 떠오르는 스타들도 과거 생활로 인해 더 이상의 활동을 못하고 손가락질 받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스스로 작성하는 자서전을 통해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내 홍보가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겨야 할 것과 내가 일찌감치 지워야 할 것을 구분하고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리고 지워야 할 일 중에서 사과를 해야 하고 용서받아야 할 일이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이 바로 자서전의 매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