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 대다수 반대한 개정안 포기못해 정기총회 파행
한교총, 대다수 반대한 개정안 포기못해 정기총회 파행
  • 송양현
  • 승인 2021.12.03 0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인체재 대표 개정안과 사무총장 연임이 연합사업 파행으로 몰고가나...

한국교회총연합은 12월 2일 오전 10시 총회를 열었으나 한국교회분열의 모습을 보여주며 파행됐다.

정관개정과 사무총장 연김 건으로 발목 잡힌 파행된 한교총 정기총회
정관개정과 사무총장 연김 건으로 발목 잡힌 파행된 한교총 정기총회

한국교회 연합을 강조하며 출범했던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이철, 장종현, 소강석)이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총회를 열고, 정관 개정과 임원 이·취임식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세력에 의해 한교총을 독식하려 한다는 의심만 가득 남긴채 아무것도 진행하지 못하고 파행됐다.

문제의 발단은 상임회장단(배광식·장종현·이철·이영훈·지형은·김원광·이정현·박영길 목사)이 내놓은 정관 개정안 중 '리더십 강화'를 위해 기존 3인 공동대표회장 체제에서 1인 대표회장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하면서 부터이다. 일부에서는 1인 체제로 전환할 경우 과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처럼 교권주의 우려가 있기에 반대했지만 정관개정위원회와 상관없이 상임회장단이 개정안을 만들어 총회에 올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정기총회 현장에서 조차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으며, 격려사를 맡았던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정관은 한교총을 이끌어 나가는 가장 중요한 규정이다.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 (심지어) 오늘이 총회인데 어제 발표된 사안(상임회장단은 1일 회의를 열고, 사무총장 임기를 4년 단임에서 '4년 연임'으로 바꾸고 예장합동 소속인 신 목사를 재선임했다.)도 있다. 초등학교에서도 이렇게 하지 않는다. 정관 개정 안건은 보류하고 총회를 진행하자"고 개정안에 반대했다.

기하성 총무 엄진용 목사도 상임회장단이 사실상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무총장 임기는 4년 단임인데, 어제 상임회장단이 (신평식 목사를) 박수로 추대했다. 또 그동안 정관 작업도 정관개정위원회가 해 왔는데 상임회장단이 만든 안을 총회에 올려놨다. 이런 식으로 끌고 나갈 거면 (다른 위원회에서) 회의할 필요가 있느냐"고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이날 정기총회에서는 정관을 개정하겠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예장합동 총무 고영기 목사는 "정관을 고칠 거면 보고서에 전후 문구를 넣고, 해당 문구에 빨간 줄도 그어 놓아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서를 다시 만들어 배포해 달라"고 했고, 결국 회의를 주재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는 20분가량 정회를 선포했다.

속개된 회의에서는 예장통합 소속 한 대의원이 "교회의 아킬레스건은 분열이다. 한기총은 1인 대표자의 전횡 내지 독단적인 문제로 분열했다. 그래서 한교총은 3인 공동 체제를 유지해 왔고 잘 운영됐다. 그런데 정관 개정 문제로 사분오열하고 있다. 정관 개정은 내년 총회에서 다루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회의를 주재하는 소강석 목사는 개정안을 포기하지 않고 또 한번 정회를 선포했다. 소 목사는 다시 정회를 선포하면서 ‘그동안 한교총의 마음이 하나 되고 추대로 일을 진행해 왔는데, 이번에는 그게 잘 안 됐다’면서 ‘자신은 이런 일로 장난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공동대표 이 철 감독회장은 교권주의에 물들어가는 한교총의 모습이 불편해보인 듯 두 번째 정회가 됐을 때 더 이상의 회의 진행을 지켜보지 않고 퇴장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왜 독단적으로 회의를 진행하느냐’라는 항의했고, 이에 소 목사는 "욕하고 비방해도 좋다. 총회에 나가 본 적은 있는가. 내가 얼마나 (회의를) 잘하려고 했나. 말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한 뒤, 단상에서 내려왔고, "정관 개정 빼고 진행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교회가 깨지는 것"이라는 어느 대의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결국 정회가 선포되고 정기총회가 파행 된 후 소강석 목사는 교계 취재진과 잠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나의 정치력을 발휘해 최대한 빨리 총회를 다시 열겠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강석 목사는 한교총 대표회장 임기가 끝난 가운데 무슨 총회를 열겠다는 것인지, 해당 발언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인지, 왜 개정안을 포기 못했는지 등에 대한 물음표를 남기게 됐다. 또한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총 연합기관을 자처하던 기관이 정기총회를 개최했지만 정관개정과 사무총장 연임 건으로 발목이 잡혀 신・구 임원교체도 못 하고 해산하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