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
큰나무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
  • 이형연
  • 승인 2021.12.02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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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봉오골계를 키우는 분으로부터 계란후원을 약속 받고 오골계 농장을 찾아 나선 것은 오전 열시쯤이다. 네비게이션에 장소를 입력하고 나설 때 까지는 20여분이며 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농장은 마을에서 10여분이면 도착하는 것으로 화면에 나와 있었다. 네비가 가리키는 곳은 농로를 따라 산을 향하고 있었다. 추수를 마치 논밭은 텅 비어 있었고 밭고랑을 덮었던 검정비닐이 바람에 나풀거리는 것이 농촌은 긴 농한기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좁은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길은 비포장으로 변해 한참을 더 간 후에 네비에서 도착했음을 알려 왔다. 산속 골짝이 깊은 곳에는 오골계 농장은 없었다. 농사용 컨테이너 두 개가 건물의 전부였다. 무엇인가 잘 못 되었다. 차를 돌릴 곳도 없어 아슬아슬한 후진 주행이 시작 되었다. 수백 미터를 후진으로 이동한 후에야 차를 돌릴 공간이 발견 되었다. 지나며 보았던 갈림길에서 다른 길로 가야할 것 같아 갈림길까지 이동하여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길은 뱀처럼 산을 휘감으며 산 중턱까지 올라가 다시 내리막길이 되었다. 비포장 길을 10여분 내려가니 민가가 나타나고 거대한 현대식 양계장이 보였다.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 쓰여 진 연락처로 전화를 하니 농장 주인이 받았다. 안심하고 나의 신분을 말하자 모르는 일이란다. 잘 못 찾은 것이다. 닭을 키우는 농장은 분명한데 나를 초대한 농장이 아니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할지 더 진행할지를 결정하느라 잠시 숨을 돌리고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 만나는 주민들에게 묻고 물어 찾아든 골목은 도로 폭이 너무 좁아 차가지나 갈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로 좁았다. 그 길이

끝날 무렵 외부인을 경계하는 노란 표지판이 나타나고 안내 연락처로 전화를 하니 나를 초대한 농장이 분명해 졌다.

반갑게 맞아주는 농장 주인은 감사하게도 신앙인이었다. 농장 가까운 교회를 출석한다고 하면서 농장에서 생산 되는 제품을 맛보도록 권해 왔다. 그녀는 도시에서 인테리어를 하는 남편과 함께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찾아든 모진 난치병으로 인해 치료 방법을 찾아 긴 여행길에 올랐다. 강원도 오지인 이곳에서 백봉오골계를 약으로 쓰면서 치료가 어렵다는 모진 질고가 회복세로 돌아섰다. 남편은 하던 생업을 접고 아내를 위해 오골계를 사육하여 아내는 물론이거니와 같은 질고로 고생하는 분들을 돕고자 했다. 이들의 선택은 갈등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난생처음 길러보는 오골계는 놀랍도록 잘 자라 주어 부부의 정착을 도왔다. 아내의 회복도 속도를 내어 거의 완치에 가깝게 회복 되었다. 부부는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기면서 먼저 눈이 간곳은 어려움을 격고 있는 이웃이었다. 부부는 매달 일정량의 계란을 복지시설과 관공서를 통해 기부하기 시작했다. 기부 량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부부는 자신들의 삶을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온전히 의탁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수익을 쫒는 것에서 말씀을 따라 사는 새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다. 부부에게 중요한 것은 질고의 해방도 사업의 번창도 아니다. 감사와 나눔 그리고 하나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삶이다. 사람이 다 떠나간 골짜기 끝에서 선한 방식으로 오골계를 키우고 삶에 필요한 수익을 얻고 나머지는 기꺼이 이웃과 나눔을 선택했다.

부부에게 찾는 이 없는 골짜기는 하나님을 만나는 최적의 장소 인듯했다. 하나님은 그 곳을 일굴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부부에게 주셨다. 부부는 오골계를 생닭으로 팔지 않는다. 아내가 치료 받았던 방식에 근거하여 건강식품을 만들어서 세상에 공급한다. 진액으로도 환으로 만들었다. 사업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환한 미소가 대신한다.

세례요한에게 광야가 대안이었듯이 미래는 비어가고 있는 농촌이 대안이 될 수는 없을까!

차량가득 계란을 실고 내려오는 골짜기 위로 햇살이 따사로이 비취고 있다. 산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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