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 날, 심장이식인 서민환 소방관 장기기증 홍보대사 위촉
소방의 날, 심장이식인 서민환 소방관 장기기증 홍보대사 위촉
  • KMC뉴스
  • 승인 2021.11.11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먼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제가 잘 지내는지 지켜봐 주실 거죠? 꼭 지켜봐주세요!”

소방의 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9시 30분, 서민환 소방관(40세, 남)은 편지를 읽으며 울먹였다. 올해 1월,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하고 하늘로 떠난 기증인에 부치는 편지였다. 그의 편지 낭독에 신교119안전센터(센터장 조규영)의 동료 소방관들도 눈물을 훔쳤다. 이후 서 소방관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의 회장 강호 씨(67세, 남)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정성스레 쓴 편지를 받아든 강 씨는 “다가오는 겨울을 따뜻하게 잘 나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며 서 소방관의 목에 목도리를 걸어주었다. 서 소방관의 모습을 보자 오래 전,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아들이 떠오른다는 강 씨는 부디 기증인의 몫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바란다는 격려를 하며 그를 꼭 끌어안았다. 서 소방관 역시 “제게 생명을 나눠 주신 기증인과 유가족 분들의 희생과 나눔이 헛되지 않도록 건강을 잘 관리해서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겠습니다.”라는 다짐을 전했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는 지난 8일 오전 9시 30분, 소방의 날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신교119안전센터(센터장 조규영)에서 심장을 이식받은 서민환 소방관(40세,남)을 장기기증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서 씨는 이전의 자신과 같이 장기이식만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생명나눔의 고귀한 가치를 알릴 예정이다.

홍보대사로 위촉된 서민환 소방관, “3분의 기적 주인공”

올해 초, ‘의료진과 코레일, 승객들이 만든 3분의 기적으로 심장이식을 기다리던 한 젊은 소방관의 생명을 살렸다.’라는 기사가 연일 보도돼 화제를 모았다. 뇌사자가 기증한 심장을 대구에서 서울로 이송하던 중 간발의 차로 KTX를 놓칠 뻔 했지만, 의료진의 요청과 코레일, 승객들의 배려로 열차 출발 시간을 3분간 늦춰 심장 이식 수술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이를 통해 기적적으로 심장을 이식받은 주인공이 바로 신교119안전센터의 서민환 소방관이었다.

심장을 기증해 준 기증자의 고귀한 사랑과 의료진 및 코레일, 승객들의 도움으로 올해 1월 13일 심장이식을 받고 두 번째 삶을 시작한 서 소방관은 지난 7월, 6개월간의 병가를 마치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현재 그는 예전 자신과 같은 응급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1분, 1초를 다투는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 때부터 꾸준히 헌혈을 해왔고, 10여 년 전에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에도 참여했어요.”

서 씨는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능력과 시간을 통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고,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자 지난 2017년에 소방관이 되었다. 소방관이 되기 전, 군인이었던 서 씨는 2012년 군 복무 당시 군교회에서 드려진 생명나눔예배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등록과 후원에 참여했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 아픈 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나누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언젠가 생명을 나눌 기증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지, 자신이 이식을 받아야 할 환자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서 씨가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은 2019년이었다. 당시 화재 진압 대원으로 일하던 그는 업무 도중 쉽게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을 이상하게 여겨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심장의 기능이 21%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심장 기능은 점점 더 나빠져 심장 이식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까지 맞았다. 결국 2020년 말, 에크모(심폐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중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장비)를 달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심장 이식만을 기다리는 투병 생활이 시작했다.

“사실 중환자실에 입원해 에크모를 단 후에는 마지막을 준비했어요. 심장 이식을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던 서 씨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한 뇌사 장기기증자가 그에게 심장을 기증해준 것이다. 이 뿐 아니라 동료 소방관들이 이식 수술을 위해 700장의 헌혈증을 모아 기부해주기도 했다. 서 씨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만약 그때 심장 이송이 1분이라도 지체 됐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거예요. 부족한 저에게 생명을 나눠주시기 위해 희생과 용기를 기꺼이 내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할 뿐이에요. 그 사랑을 기억하며 저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