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와 편백나무수련원
황토와 편백나무수련원
  • 최광순
  • 승인 2021.11.0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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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오는 교회

 

철원 구수교회
철원 구수교회

철원에 가면 황토와 편백나무 수련원이 있습니다. 시내버스도 몇 대 다니지 않던 외진 곳에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까? 그 시작은 2008년 철원 구수교회로 부임할 때부터입니다. 많다던 교인은 노년층뿐이었고 재정도 부임 첫해 절반 이하로 반 토막 상태가 되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목회자가 굶지 않을 곳은 되었지만, 이곳에서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또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교회 앞 작은 산에 매일 올라 철원평야를 바라보며 주님께 물어보았습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 건축해야겠다. 교회가 성장해서 그런 것도,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있어 그런 것도, 새로운 신도시가 개발되는 것도 아닌 것이어서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외진 시골에 교회만 크게 짓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래서 결심한 것이 수련원이었습니다. 수련원을 목적으로 건축을 결정할 때 건축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필요했습니다. 음식점을 차린다고 사람이 몰려오지 않듯이 수련원을 차린다고 사람들이 그냥 찾아올 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것은 시대의 코드였습니다. 외부적으로는 친환경 웰빙이 답이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쓰는 돈은 아깝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황토와 편백나무로 지은 수련원이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교회가 있는 마을에 66집이 있는 집성촌입니다. 그중 10가족 내외가 교회 식구들이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동네 사람들조차 구수교회는 사람이 없어 망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잉크가 떨어진 컵 속의 물이 내부적으로 정화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시간에 빠르게 정화하는 방법이 있다면 외부에서 계속 물을 부어 희석하는 일입니다. 즉 외부에서 찾아오는 교회로 만들어 내부적으로 교회를 바르게 세우고자 하였습니다.

“이런 곳에 누가 찾아오나요?”

교인들조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대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1년 만에 14m 높이의 3층 수련원이 건축되었습니다. 1층은 60평의 예배실, 2층은 황토방 2개와 샤워실과 화장실, 3층은 확 트인 세미나실. 봉헌예배를 드렸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누가 찾아올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2009년 6월 25일 봉헌예배를 드리고 홍보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여름부터 황토와 편백나무 수련원은 꽉꽉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노아의 방주가 이랬을까요?’
의심하던 교인들조차 이후로 내가 하는 일에 토를 달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 교회에서 목사님이 청년 수련회로 왔습니다. 장마가 시작되었고 습한 환경을 걱정했습니다. 수련원 내부로 들어오는 순간 왜 이렇게 공기가 뽀송뽀송해요? 황토는 습할 때는 습기를 흡수하고 건조할 때는 배출한답니다.

한 교회는 자매로 수련원 내부에서 삼겹살을 구위 먹네요! 그런데 고기 냄새가 금새 사라집니다.

아토피가 심한 자매가 수련회로 왔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지 않고 잠만 잡니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런데 목사님이 깨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심한 아토피로 30년 가까이 잠을 제대로 자보지 못했답니다. 그 자매는 평생 모자란 잠을 황토 편백나무 숲에서 취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100명의 교회학교 학생들이 수련원을 가득 채웁니다. 다음날 교사가
“이 많은 학생이 실내에 가득 차 있으면 땀내로 좋지 않은 냄새들로 가득할 텐데 왜 이리 공기가 깨끗합니까?”
황토 한스픈에는 사람이게 유익한 미생물 2억마리가 있으며, 그것은 공기중 해로운 것을 흡수하여 다시 정화하여 뿜어냅니다.

선교사님 내외분이 하루를 묵습니다, 다음날 하시는 말씀이 자는데 콧구멍이 점점 커지더라고...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수양회로 오셨습니다. 방 하나에 불을 잔뜩 넣어 찜질방으로 만들어 드렸더니 나올 생각을 하지 않으십니다. 수련회로 한 번 다녀간 교회는 단골이 되어 1년 뒤 예약까지 먼저 합니다. 어느 교회는 일주일을 계약하고 중고청 수련회를 돌아가며 합니다. 가끔 동네 할머니들을 초청해 찜질 황토방을 체험케 합니다. 주전부리도 함께 넣어드립니다. 교화가 망할 것 같다고 말하던 동네 사람들이, “구수교회는 우리 동네의 자랑입니다.”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황토와 편백나무 수련원은 철원의 외진 마을에 건축되었습니다. 10kg 황토벽돌 만장이 들어갔고 15톤 트럭 한차분의 편백나무로 지어졌습니다. 그곳은 철원평야가 시작되는 남쪽 끝자락에 있습니다. 바로 앞에 10m 절벽이 있고 한탄강이 흐릅니다. 3층에서는 저 멀리 북한 땅이 보입니다. 옥상에서는 날아가는 철새들의 아랫배가 보일 정도입니다. 황토와 편백나무수련뭔은 찾아오는 교회로 만들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한 해 2,000명 가까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고, 수 년 내 70대 노년층 중심의 교회에서 젊은 층과 아이들로 채워진 교회로 바뀌었습니다. 아이 틀로 가득해진 교회에서 기존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엔 웃음이 가득해집니다.

방주를 짓고 노아도 함박 웃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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