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우리가 교회에 나와도 되나요?
목사님, 우리가 교회에 나와도 되나요?
  • 남광현
  • 승인 2021.10.30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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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000교회 목사님이시죠?”

“예, 맞습니다. 누구신지요?”

“목사님, 저는 00에 사는 아무개 권사입니다. 아마 목사님은 저를 모르셔도 저는 목사님을 잘 압니다.”

다짜고짜 들이대는 분들의 전화 받는 일이 아펜젤러순직기념관 일로 자주 있어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긴장하고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목사님, 코로나로 요즘 교회에 나가지 못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헌금도 못 드려서 그러는데, 혹시 목사님 교회에 헌금을 드려도 되나요?”

“예?”

낯선 분의 첫 말씀이 헌금을 드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처음 생각은 “본인이 섬기는 교회가 있을 터인데 왜 알지 못하는 우리 교회에 헌금을 한다는 것일까? 혹시 다른 마음이 있어 나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권사님, 섬기시는 교회가 있으실 텐데 헌금은 본교회에 드리는 것이 옳습니다.”라고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을 드렸다. 그랬더니 그 권사께서 들어보라는 듯이 40년이 넘은 우리 교회 역사를 개척 당시부터 줄줄 꿰며 교우분들의 동정에 관해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현재는 분명 다른 교회를 섬기고 있다고 말했기에 연관 지어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필자가 그동안 찾아 알고 있는 우리 교회 역사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가? 당황스러워하는 필자에게 자신의 신앙 이력을 말해 주었다. 본인은 타지에서 이 마을로 시집을 오게 되었고 얼마 후 시어머니가 우리 교회의 소천하신 장로님과 함께 본 교회를 개척하게 되어 함께 신앙생활을 시작했으며, 그 당시 교회를 어떻게 건축했고 열심을 내어 신앙생활을 하던 분들이 누구누구이며 마을을 떠나기 전까지 뜨겁게 믿음 생활을 한 사람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 동기간들이 모여 사는 고향 같은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교회로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말미를 흐리는 모양이 무엇인가 사연이 있겠다 싶어 혹시, 어렵지 않으면 교회로 올라오시면 좋겠다 했고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교회에서 권사 내외분을 대면하게 되었다.

“목사님, 교인들 드세지요?”

“목사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어촌의 특징이 분명한 곳이 여기라서 그렇습니다”

대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 권사님이 내놓은 질문이다. 필자는 그 질문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듯하여 19년 살이 경험으로 답을 했다.

“예, 19년 전에는 저도 드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많이 당황스럽기도 했고, 경우 없음에 놀라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교우분들이 목사님 무섭다고들 합니다.”

“목사가 교우분들보다 더 드세진 듯합니다”

한바탕 웃음이 지나고 두 내외분이 내놓은 속내는 필자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우리 교회가 해결해야 할 영적 문제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말인즉, 고향같이 여기는 이곳으로 돌아올 때 시어머니가 소천하시기 직전이었는데, 이미 어머니가 인근에 또 다른 교회 하나를 개척한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그 교회로 나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필자가 부임할 당시 그 시어머니 권사님은 개척한 교회를 섬기고 계셨는데 가끔 오셔서 “이 교회 개척할 때 들어간 내 돈 아무개가 안 준다.”라는 말씀을 하시곤 하셨다. 치매가 있었고 이로 인해 동기간들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대화 중에 큰 오해 하나가 풀린 것이다.

사실, 그 권사님 덕에 교회 공동체 회의에서 교회가 갚아야 할 빚이 있으면 그 가족들에게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 한동안 평안치 못했었다. 필자도 그 한가운데서 불편함을 느꼈는데 그 남편 권사 즉, 권사님 큰 아드님이 우리 교회 개척 당시의 문서들을 소장하고 있어 다른 동기간들의 말을 사실이 아님을 증명해 주었다. 19년 만에 해결된 숙제였다. 부인 권사님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목사님, 이제 우리가 교회에 나와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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