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밀과 바꾼 10만원
베지밀과 바꾼 10만원
  • 신상균
  • 승인 2021.10.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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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어 심방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아내와 둘이서 심방을 합니다.

마스크를 끼고 각 가정에 가서 예배를 드립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않을테니 간식을 준비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침 일찍 차를 타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아내가 슈퍼에 들렸다 가자고 합니다.

슈퍼에 갔더니 아내가 베지밀 5박스를 가지고 옵니다.

베지밀은 연세 드신 분들에게 최고의 선물입니다.

아침 대신 베지밀로 한끼를 떼우는 분도 있습니다.

오늘 연세 드신 분들 심방인데, 아내가 그분들을 위해 준비한 것 같습니다.

 

94세로 홀로 사시는 권사님 댁을 방문합니다.

권사님은 뛰어오시더니 손을 잡고 우십니다.

“목사님, 어서 오세요.”

아내가 베지밀 한 박스를 내밉니다.

“아이구 사모님! 뭘 이런걸 가지고 오세요.”

혼자사는게 너무 힘들다고 하시며 울던 권사님, 함께 예배드리고 나옵니다.

 

이번에는 88세의 집사님 댁에 찾아갔습니다.

“목사님 귀가 잘 안들려요.”

집사님은 큰 소리를 질러야 겨우 알아 들으십니다.

아내가 베지밀 한 박스를 내밉니다.

“사모님, 감사해요.”

목청껏 다해 소리지르며 예배를 드리고 나옵니다.

 

이번에는 83세 부부 집사님을 방문합니다.

항상 웃으시는 두 집사님 반갑게 맞이해 주십니다.

“목사님 쌀 드셔보셨어요?”

우렁이 농법으로 지은 쌀을 가져다 주셨는데, 먹어봤냐고 묻습니다.

아직 못 먹었다고 하니 약간 서운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때 아내가 베지밀을 내밉니다.

“사모님! 그냥 오시지 왜 이런 것을 사가지고 오세요.”

함께 예배드리고 나오자 제 차가 떠날때까지 마당에 나와 계십니다.

 

89세로 교회 나온지 얼마 안된 할머니 성도님댁에 갔습니다.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나와서 기다리십니다.

첫심방이기도 해서 액자와 베지밀을 드렸더니 함박 웃음을 띄우십니다.

먼저 세상 떠난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시더니 아들 사진을 보여주십니다.

그냥 가면 안된다고 황도 사왔으니 먹고가라고 붙잡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나중에 먹겠다고 하고 나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96세된 집사님 댁에 들어갑니다.

구부정한 허리의 할머니 집사님, 의외로 집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깜짝 놀라 묻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깨끗해요?”

“요양 보호사가 와서 청소해줬어요”

아내가 베지밀을 내밀자 굉장히 미안해 하십니다.

예배가 끝나자 또 미안해 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목사님 그동안 너무 감사해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안드신다고 해서 제가 식사비 조금 넣었어요.”

집사님의 사정을 알기에 극구 사양했지만 집사님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십니다.

결국 96세 할머니의 힘을 당하지 못하고, 봉투를 받았습니다.

 

집에 와서 봉투를 보던 아내가 말합니다.

“뭘 이렇게 많이 넣으셨지?”

베지밀과 바꾼 10만원은 96세 할머니의 사랑이었습니다.

비싼 베지밀 드시고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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